지난달 주택담보대출 증가 폭이 역대 최대 수준을 기록했다. 9월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2단계 도입을 앞두고 저리로 대출을 받으려는 ‘막차 수요’가 몰린 데 따른 것이다. 주담대 증가 폭이 확대되면서 전체 가계대출도 역대 9번째로 큰 오름세를 보였다.
11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잔액은 890조6000억원으로 한 달 전보다 8조2000억원 증가했다. 이는 2004년 1월 관련 통계 편제 이후 가장 큰 증가 폭이다. 전월(5조6000억원)과 비교하면 증가 폭이 2조6000억원 더 확대됐다.
금융시장국 시장총괄팀 박민철 차장은 “5~6월 서울 아파트를 중심으로 늘어난 주택매매가 2~3개월의 시차를 두고 주담대 대출 실행으로 연결된 게 주된 요인”이라면서 “과거에도 대출 규제를 도입할 예정이면 그 이전에 대출 선수요가 조금 발생되는 면이 있는데 그런 영향도 있었던 거로 생각된다”고 덧붙였다.
애초 7월로 예정됐던 스트레스DSR 2단계 도입 시점이 9월로 늦춰지면서 대출 수요가 증가했다는 설명이다. 스트레스DSR이란 실제 금리에 향후 잠재적 인상 폭까지 더한 더 높은 금리(스트레스 금리)를 기준으로 DSR을 따지는 것을 말한다. 2단계 스트레스DSR을 적용하면 연소득 5000만원인 차주가 대출받을 수 있는 돈이 최대 2700만원까지 줄어드는 등 대출 한도가 축소된다.
박 차장은 9월에는 주담대 증가 폭이 축소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스트레스DSR 확대 등)정부 대책 발표 이후 서울을 중심으로 주택가격 증가세가 소폭 둔화되고 거래량도 일부 축소되는 등 과열이 다소 진정되는 조짐”이라면서 “9월에는 주담대 증가 폭이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다만 그는 “10월 이후의 흐름은 불확실성이 커서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실제로 한국부동산원 발표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 폭(전주 대비)은 8월 다섯째 주(29일 기준) 0.26%에서 9월 첫째 주(2일 기준) 0.21%로 축소됐다. 지난달 둘째 주(0.32%) 이후 3주 연속 오름폭이 축소됐다. 같은 기간 수도권 전체 오름폭도 0.17%에서 0.14%로 작아졌다.
지난달 기타대출은 1조1000억원 늘어난 238조4000억원으로 집계됐다. 기타대출은 지난 6월(-3000억원)부터 2개월 연속 감소하다가 3개월 만에 증가 전환됐다. 지난 8월 초 주가가 급락하는 ‘블랙먼데이’ 사태가 발생한 이후 주식을 저가에 매수하려는 투자자들의 자금 수요가 늘어나면서 증가로 돌아섰다는 게 한은의 설명이다.
주담대와 기타대출을 합친 전체 은행 가계대출은 1130조원이었다. 한 달 전보다 9조3000억원 늘어난 것이다. 증가 폭은 2021년 7월(9조7000억원) 증가한 이후 가장 크며, 역대 기준으로는 9번째로 큰 수준이다.
박 차장은 “8월 가계대출 증가는 주택매매 관련 영향이 가장 크지만, 여름철 휴가수요와 8월 초 주식 저가매수를 위한 신용대출 증가 영향 등이 있었다”면서 “이런 일시적 요인이 9월에는 해소될 것으로 보기 때문에 8월에 비해 증가 폭이 축소될 것”이라고 했다.
지난달 기업 대출은 7조2000억원 늘어난 1311조9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증가 폭은 전월(7조8000억원)과 유사했다. 대기업 대출은 증가 폭이 4조4000억원에서 1조9000억원으로 둔화했고, 중소기업 대출은 3조4000억원에서 5조3000억원으로 확대됐다.
은행 수신은 21조500억원 증가한 2371조9000억으로 집계됐다. 전월 30조7000억원 감소에서 큰 폭 증가로 돌아섰다. 수시입출식 예금은 지자체 자금 유입 등으로, 정기예금은 예금금리 고점 인식 등으로 상당 폭 증가했다. 반면 자산운용사 수신은 7월 34조4000억원 증가에서 지난달 9000억원 감소로 전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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