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17일(이하 현지시각) 체코는 내각회의에서 프라하 남쪽 두코바니와 테믈린 지역에 1000㎿(메가와트)급 원자력발전(이하 원전) 최대 4기를 짓는 신규 원전건설 사업 우선협상대상자로 한국수력원자력(이하 한수원)을 선정하는 안건을 만장일치로 의결했다. 2009년 UAE(아랍에미리트) 바라카 원전 수주 이후 15년 만에 이룬 성과다.
체코에 따르면 금번에확정된 2기(두코바니 5,6호기)의 예상 사업비는 약 24조원이며, 계약 협상을 거쳐 2025년 3월에 최종 계약을 체결할 계획이다. 체코는 추후 2기(테믈린 3,4호기)를 건설할지 여부를 결할 예정이다.
신규 원전 건설 사업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은 1978년 고리 1호기로 상업 운전을 시작한 후발 주자 한국이 1950년대부터 원전을 가동한 원전 1세대 강국 미국과 프랑스를 제쳤다는 의미가 있다.
현상
전문가들은 한국이 경쟁 상대국이었던 프랑스의 안방인 유럽에서 원전 수주에 성공한 것은 ‘온 타임 온 버짓(On Time On Budget)’이라는 K원전의 특장점이 주효했던 것으로 평가한다.
기술력을 바탕으로, 정해진 시간 안에 원하는 결과물을 저렴한 가격에 만들어 낸다는 강점이 유럽 시장에서도 인정받은 것이다.
세계원자력협회에 따르면, 한국의 원전 건설 단가 는 ㎾(킬로와트)당 3571달러로, 중국(4174달러), 미국(5833달러), 러시아(6250달러), 프랑스(7931 달러) 등에 비해 최대 55% 가까이 낮은 수준이다. 20~30% 낮은 가격과 비교적 짧은 공사 기간은 2009년 UAE 바라카 원전 수주 당시와 동일했지만, 이번에는 기술적 우위를 인정받았다.
2016년 부터 EU(유럽연합) 기준에 맞춰 1000㎿급 모델을 개발해 오던 우리나라는 5년 만인 2021년 개발을 마치고, 2023년 유럽사업자요건(EUR) 인증을 취득하며 기술력을 입증받았다.
배경
K원전 수출 전선은 2022년 5월 윤석열 대통령 취임 이후 본격적인 스텝을 밟았다. 윤 대통령은 2030년까지 원전 10기를 수출하겠다는 목표 아래 수주전을 이끌었고, 한수원, 두산에너빌리티 등 우리 기업과 산업통상자원부, 외교부 등 정부도 함께 총력전을 펼쳐 수주전을 성공으로 이끌었다.
윤 대통령은 7월 11일 나토(NATO) 정상회의 참석차 미국을 방문한 자리에서 페트르 파벨 체코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막판 수주전에 힘을 실었다.
또 안덕근 장관을 ‘비밀 특사’로 체코에 파견해 페트르 피알라 총리에게 한·체코 양국 원전 산업 협력을 포괄한 교류 확대 등을 약속한 친서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관이 협업한 팀코리아의 성과였다.
전망
탄소 중립을 위해 신재생 중심의 에너지 체계 구축을 서둘렀던 유럽에서는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으로 촉발된 에너지 위기를 계기로 원전으로 회귀하는 움직임이 강해지고 있다.
이탈리아가 탈원전 34년 만인 7월 14일 원전 재도입을 발표했고, 영국도 2023년 원자력청을 신설하고 2050년까지 원전 용량을 현재의 네 배로 늘린다는 계획을 세웠다.
국민투표를 통해 탈원전을 선언한 스웨덴도 2035년까지 2기, 2045년까지 10기의 원전을 건설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 밖에 루마니아, 폴란드, 슬로베니아, 헝가리, 튀르키예, 네덜란드, 핀란드 등이 원전 건설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내년 3월 본계약 체결을 통해 체코 원전 수주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면, 유럽에서 K원전 추가 수주 가능성이 커질 전망이다.
이와 관련, 블룸버그는 7월 16일 튀르키예가 흑해 연안 시놉 지역에 추진하는 2호 원전을 두고 한국과 협상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 이 기사는 월간 ‘통상’ 9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네이버에서 월간 ‘통상’을 검색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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