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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대통령 관저 만찬의 ‘세 가지 미스테리’ [정국 기상대]

데일리안 조회수  

“최고위원 세 명 참석” “난 초청도 못 받아”

참석했는지 여부도 ‘전면 부인’ 나오는 만찬

비공개 만찬 했는데 이튿날 조간 바로 실려

누가 참석했고 언론엔 무슨 의도로 알렸나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 수도권 중진의원, 그리고 ‘일부’ 최고위원이 참석했다는 한남동 관저 만찬을 두고 여권 내에서의 술렁임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윤 대통령과 ‘한동훈 지도부’와의 공식 만찬이 추석 이후로 전격 순연된 상황에서 ‘일부’ 최고위원이 참석한 만찬은 국민의힘 관계자들 사이에 자연스레 세 가지 물음표를 떠올리게끔 하고 있다. △누가 참석했느냐 △참석자를 두고 논란이 벌어지는 이유가 뭐냐 △누가 언론에 알렸느냐다.

8일 한남동 관저 만찬, 누가 참석했을까
김재원, 참석 전면 부인 “초대받지 못했다
초대받지 못한 게 뭐 그리 기분 좋겠느냐”
일각 “김재원·인요한·김민전 갔다는 듯”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국민의힘 7·23 전당대회에서 함께 선출된 인요한·김민전·장동혁·김재원·진종오 최고위원들과 당원들을 향해 인사를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지난 8일 저녁의 한남동 관저 만찬은 국민의힘 수도권 중진의원과 ‘일부’ 최고위원이 초청받아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최고위원이라는 말에는 최소 복수라는 뜻이 내포돼 있다.

한동훈 대표는 만찬 이튿날 의원회관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전날 만찬은) 내가 모르는 내용이라 말씀드릴 수 없다”고 단언했다. 친한계로 분류되는 최고위원도 “나도 기자들 질문 받고 알았다”고 했다. 한 대표는 물론이고 장동혁·진종오·김종혁 최고위원 등 이른바 ‘친한계’ 최고위원들은 참석은 물론 초청조차 받지 못한 게 확실하다.

그렇다면 김재원·인요한·김민전 최고위원이 남는다. 만약 이들만 관저로 불려갔다고 하면 이른바 ‘친윤계’ 최고위원만 소집한 그림이다. 친한계와 친윤계로 당 지도부가 나뉘어져 있는 상황에서 특정 계파만 관저로 초청받아 만찬을 한 셈이 되는 것이다. 지난달 30일로 예정됐던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지도부’의 만찬이 전격 취소된 마당에 정치적 의미가 자못 심각해진다.

이러한 상황에서 김재원 최고위원은 만찬 참석을 전면 부인했다. 관저 만찬에 가지 않은 것은 물론 초청조차 받지 못했다는 것이다.

김재원 최고위원은 만찬 이튿날 YTN라디오 ‘뉴스정면승부’에 출연해 “나는 초대받지 못했다”며 “초대받지 못한 게 뭐 그렇게 기분이 좋겠느냐”라고 토로했다.

반면 박정훈 국민의힘 의원은 10일 YTN라디오 ‘뉴스파이팅’에서 “최고위원들 중에 김재원·인요한·김민전 이렇게 (관저에) 갔다는 것 같다”면서도 “(김재원 최고위원은) 안 갔다고 얘기하기로 한 것 같다. 그런저런 입맞춤 작업을 한 게 아닌가 싶다”라고 전혀 상반된 얘기를 전했다.

“너 참석” vs “나 아냐” 공개 부인까지
이례적 참불 여부 논란 벌어지는 이유는
“대통령, 의사 출신 얘기 들어보고파서”
“인요한만 얘기로 포장하고 싶었을텐데”

인요한 국민의힘 최고위원이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8일 저녁의 한남동 관저 만찬은 분명히 있었던 게 확실한데, 만찬 참석자를 두고 ‘진실 게임’이 벌어지는 이유가 뭘까.

정치권에서 ‘확인이 되지 않는’ 경우는 있을 수 있어도, 참석 여부를 놓고 ‘참석 주장’과 ‘공개적인 부인’이 아예 전면적으로 엇갈리는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이는 김재원·인요한·김민전, 이른바 친윤계 최고위원들이 전부 참석한 경우와, 인요한 최고위원만 불려들어간 경우가 내포하는 정치적 의미가 전혀 달라지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인요한 최고위원은 국민의힘 여러 최고위원 중에서도 현 국면에서 특수한 위상을 갖는다. 의사이기 때문이다. 의정 갈등 와중에 추석 연휴를 앞두고 응급실 대란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윤 대통령이 인 최고위원을 관저로 불러들여 만찬을 베풀면서 의견을 들었다고 하면 전혀 이상한 그림이 아니다. 대통령이 지도부 중에서 딱히 특정 계파 인사를 불러들였다기보다는 ‘의사’를 불러 의견을 청취·수렴한 것이 된다.

자신의 참석을 전면 부인했던 김재원 최고위원이 10일 SBS라디오 ‘정치쇼’에 출연해 만찬의 의미를 “대통령 입장에서도 의료개혁과 관련해 의사 출신인 인요한 의원의 이야기도 들어보고 싶고 해서 맞이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게 친한~비한이라고 규정이 돼서 이야기가 되는 것은 당시 상황과는 다르다”라고 부여한 것은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곽규택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이 같은날 MBC라디오 ‘시선집중’에서 말한대로 “그때그때 필요한 당내 인사와 식사를 하고 대화를 한다는 것은 그만큼 소통을 하고 있다는 뜻으로 긍정적으로 봐야될 것”이라며 “지금 논의하고 싶은 주제에 관련된 분들과 만찬하면서 당내 의사소통을 한 것인데, 누가 참석했다 참석하지 않았다를 두고 친윤~친한 갈등이라고 보는 것은 너무 나간 것”이라는 ‘공식적인 입장’으로 설명이 가능해진다.

반대로 김재원·인요한·김민전 최고위원이 모두 참석했다고 하면 이것은 ‘의사’를 부른 게 아니라 ‘친윤계 최고위원’들만 골라부른 게 된다. 이른바 ‘한동훈 패싱’이다.

만약 이쪽이 사실이라고 하면 윤 대통령의 소통의 ‘그릇’에 의구심이 제기되고, 자칫 협량(狹量)한 정치를 펼치는 것으로 오해를 받게 될 소지가 적지 않다. 사실이 그랬다고 하더라도 이것만은 피해야 할 일이 된다.

이와 관련, 박정훈 의원이 이날 YTN라디오에서 말한 “의료개혁 문제에 대해서 인요한 최고위원하고만 얘기한 것처럼 포장을 하고 싶었을텐데……”라는 말은 의미심장한 측면이 있다.

8일 저녁 만찬이 9일 조간에 찍혀나온다?
누가, 무슨 의도로 보도되게끔 한 것일까
“소외 얘기 계속 나오면 당 지도부 손해”
“대통령실서 흘렀다면 참모 판단 아쉬워”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27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문화미래리포트2024에서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를 만나 악수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

8일 저녁, 한남동 관저에서 윤 대통령과 수도권 중진의원, 그리고 하나인지 둘인지 셋인지 알 수 없는 복수의 친윤계 최고위원이 만났다. 여권 일각에서는 관저 만찬의 특성상 여사가 모습을 나타냈을 가능성도 거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당정 핵심 인사들이 전날 저녁에 회동한 사실이 어떻게 윤전기에 찍혀 바로 이튿날 아침 조간신문에 실릴 수 있었을까. 친윤계 최고위원들은 한동훈 대표가 ‘의정 갈등 중재안’을 낸 직후 대통령과 지도부의 만찬이 추석 이후로 전격 순연당한 긴장 국면에서, 자신들만 따로 초청해 가진 만찬이 알려졌을 경우 정치적 파장을 모를 사람들은 아니다. 이들이 스스로 언론에 발설하지는 않았을 개연성이 높다.

여권 일각에서는 수도권 중진의원에게 시선을 던지고 있다. 박정훈 의원은 라디오에서 “중진의원이 한 분 가셨는데, 아마 그 중진의원이 언론에 얘기를 한 것 같더라”고 말했다.

그런데 복수의 정치권 관계자에 따르면, 중진의원이 보도를 확인해준 것은 맞지만 이것은 그야말로 ‘확인’ 차원이었다는 말도 나온다.

이미 만찬 사실과 참석자를 다 알고 물어봤을 때, 그 알고 있는 사실을 체크해주는 것을 ‘확인’이라고 한다. 정치경륜이 오랜 중진의원은 아예 취재진의 전화를 받지 않았다면 모를까, 일단 받아버린 경우에는 다 알고 물어보면 잡아떼거나 거짓말을 할 수가 없으므로 소극적인 차원에서 ‘확인’만 해주게 된다. 이 경우에는 중진의원이 ‘확인’해주기 전에 만찬 사실을 먼저 알려준 관계자는 따로 있다는 얘기가 된다.

그렇다면 그 관계자는 누구이고 무슨 의도로 만찬 사실이 언론에 보도되게끔 한 것일까.

그 정체는 알 수 없지만 의도에 관해서는 추론이 가능하다. 당 밖에서 여사의 의중을 대변하는 것으로 알려진 한 인사는 8일 만찬에 대해 “(친한계) 이분들도 번개하고 싶으면 평소에 대통령과 소통하기 위해 노력하면 된다”라며 “당정 간의 소통이 뜸해지고 소외 이야기가 계속 나오면 손해는 결국 당 지도부가 본다”고 평가했다.

‘소외’란 결국 ‘패싱’의 다른 말이다. 당정 일각에는 ‘한 대표가 소외·패싱을 당하고 있고, 이는 윤 대통령으로부터 ‘신임’ 받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라는 것을 세상에 공표하지 못해 안달이 난 사람들이 있다.

한 대표의 의정 갈등 중재안 제시 이후 윤 대통령과 당 지도부의 만찬이 전격 취소됐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친윤계’ 최고위원들은 추석 전에 따로 관저로 초청을 받았다는 것, 이것을 마치 윤 대통령의 한 대표를 향한 ‘불신임’의 증표인 것마냥 세상에 알리는 것이 이들의 의도라는 분석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그들이 왜 이러한 사실을 세상에 알리지 못해 안달인지는 알 수 없다”라면서도 “지난 전당대회 때도 이런저런 헛된 시도가 있었듯이, 이들이 이같은 시그널을 끊임없이 국민의힘내 의원들, 그리고 여권 지지자들에게 보내는 데에는 뭔가 자신들이 기대하는 바가 있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다만 이같은 이들의 정무 판단은 결국 단견(短見)인 것으로 보인다. 최고위원들 중 누가 참석했느냐를 둘러싸고 논란이 벌어지고 일각에서는 인요한 최고위원만 참석한 것으로 ‘포장’을 시도했다는 말이 나오는 상황에서, 결국 만찬 사실이 공표된 것은 이들이 기대했던 효과와는 정반대로 윤 대통령에게 정치적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친한계로 분류되는 최고위원은 “비공개로 만난 그 모임이 다음날 언론에 보도된 것, 과연 이것을 왜 굳이 어떤 의도로 언론에 알렸을까 라는 의문이 남게 된다”라며 “참석자가 아니라 어떤 식으로든 대통령실에서 흘러나온 것이라면 그런 참모들이 대통령을 보좌하면서 정무 판단을 하고 있다는 것에 대해 아쉬움이 남는다. 만약 대통령실에서 그런 것이라면 가장 많은 추측과 여러 말들을 낳게 될 것”이라고 여운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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