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기업 최초로 채용의 전 과정에 AI를 이용하는 회사가 등장했다.
SK C&C는 10일, 잠재 역량을 갖춘 미래 AI 디지털전환(DX) 전문가 발굴을 위한 하반기 채용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SK C&C는 이번 채용에 ‘AI 채용 에이전트’를 도입한다. AI 채용 에이전트는 서류 심사와 면접 과정에서 지원자가 보유한 장점을 파악하는 역할을 담당하게 된다. 필기시험에선 지원자의 문제 분석 및 해결 능력을 평가한다는 설명이다. 지원자는 제시된 문제의 의미를 파악하고 AI를 활용해 해결하는 방식으로 시험에 응시한다. 이에 따라 지난해까지 진행되던 코딩 테스트는 폐지된다.
회사는 이 같은 채용 과정을 통해 문제 해결 능력과 AI 디지털 기술에 대한 관심, AI DX 전문가로 성장할 잠재력을 갖춘 지원자를 선발한다는 계획이다. 반도체·소재, 에너지·화학, 통신·미디어·인터넷서비스, 금융·공공, B2C 서비스·소비재 산업, 글로벌 등 다양한 사업 분야에 대한 이해와 관심을 보유한 지원자를 우대한다. 서류 접수 기한은 오는 19일까지다.
이번 채용이 주목받는 이유는 서류 심사부터 면접까지 채용의 전 과정에 AI를 도입한 국내 대기업의 첫 사례이기 때문이다. 그간 AI 채용 프로그램은 인·적성 또는 면접 전형에 부분적으로 활용되는 경우가 많았다.
국내 개발사 제네시스랩의 AI 면접 프로그램이 대표적이다. 이 프로그램은 전·현직 인사 담당자 등 전문가 100여 명이 30만 명 이상 지원자의 면접 영상을 평가하고, 그 결과를 AI에게 학습시키는 방법으로 개발됐다.
면접 과정은 인간 면접관이 주도할 때와 크게 다르지 않다. AI 면접관은 지원자에게 인성과 직무에 대한 질문을 하고 카메라를 통해 녹화된 지원자의 답변을 분석해 점수를 매긴다. 짧은 시간 안에 많은 지원자의 면접을 봐야 할 때 또는 인간 면접관의 판단이 옳은지 검토할 때 활용하기에 적합한 프로그램이다. 현재 LG그룹, 현대백화점그룹, 한화 등 140여 곳의 기업과 공공기관에서 사용되고 있다.
SK C&C의 경우 이처럼 면접뿐 아니라 서류 심사, 과제 평가에도 AI의 도움을 받는 ‘초강수’를 두어 업계의 주목을 받는 것이다.
AI 면접관 믿을 수 있을까
10명 중 6명 “기업 채용에 AI 사용되면 지원 안 해”
단, AI 채용이 대중화되기엔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아 보인다. AI 면접관에 대한 구직자들의 신뢰가 쌓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난해 4월, 미국 조사전문기관 ‘퓨리치센터’가 성인 1만여 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 따르면 “기업 채용에 AI가 사용된다면 입사지원을 하겠는지” 질문하자 전체 응답자의 66%가 “지원을 하지 않겠다”라고 밝혔다. 응답자의 71%는 “AI가 최종 합격 여부를 결정하는 것에 반대한다”고도 했다.
응답자들은 AI가 편향된 판단을 내릴 수 있다는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과거 누적된 데이터를 학습해 작동하는 AI의 특성 상, 잘못된 관습이나 사회 구조적 편견이 그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2014년 AI 채용 프로그램을 도입한 아마존은 AI가 여성 지원자들에게 불이익을 줬다는 사실을 3년 만에 확인하기도 했다. 이후 프로그램을 활용을 중단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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