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어코리아=김관수 기자] 천국 같은 세이셸에서도 ‘작은 천국’이라고 불리는 라디그 섬은 프랄린 섬보다도 규모가 작지만 여행자들에게는 가장 큰 사랑을 받고 있는 섬이다. CNN, 내셔널지오그래픽 등이 선정한 최고의 해변이 있고, 크고 작은 화강암 기암괴석들이 오묘한 모습으로 함께 어우러져 독특한 매력을 선사한다. 환경보호를 위해 자동차 운행에 제한이 있어 주로 여행자들은 자전거를 타고 해안을 따라 섬을 돌아본다.
이곳에 와봤다는 안도감
라디그 한 바퀴
2~3시간이면 자전거로 라디그 섬을 한 바퀴 돌아볼 수 있다고 한다. 그 정도로 작은 섬이기는 하지만 그 속에 들어 있는 풍경들은 자연스레 여행시간을 한참 늘려 놓는다. 반드시 들러야 하는 지도 속 명소들은 말할 것도 없고, 군데군데 나타나는 이름 없는 풍경들까지 계속해서 길을 멈추게 만들기 때문이다. 투어를 다니는 길은 넓고 깔끔한 도로는 아니지만, 자전거를 타기에 전혀 불편함이 없는 평지가 대부분으로 오히려 큰 도로가 아니어서 더욱 운치 있고 편안하다. 무엇보다도 좋은 것은, 늘 곁에 함께 하는 환상적인 해변 풍경 때문이다.
각종 여행관련 매체의 조사에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해변 중 하나로 늘 이름을 올리는 앙세 소스 다종(Anse Source d’Argent) 해변은 라디그를 넘어 세이셸을 대표하는 궁극의 아름다움을 지녔다. 멀리까지 걸어갈 수 있는 야트막한 높이의 투명한 바닷물 아래로 해초밭이 펼쳐진다.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으면 물의 방향에 따라 또 바람의 움직임에 따라 살랑살랑 움직이는 모습이 신기해서 계속해서 보고 있게 된다. 솜씨 좋은 석공이 하나하나 깎고 다듬어서 만들어 놓은 것 같은 크고 작은 기암괴석들은 새하얀 모래사장 주위를 둘러싸고 서서 햇빛의 각도에 따라 핑크와 회색을 오가며 이색적인 해변의 미학을 완성한다. ‘세이셸 해변의 좋은 것들만 모두 가져다 한데 모아 놓은 것 같은 완벽함’이라는 표현이 앙세 소스 다종을 가장 잘 나타내는 말인 것 같다.
섬투어에는 세이셸의 상징 중 하나인 알다브라 자이언트 육지거북도 함께 한다. 세계 최다인 약 15만 무리가 세이셸에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실제로 웬만한 리조트에서도 자체적으로 사육 하고 있을 정도로 많은 수의 거북이 살고 있지만, 길에 나와 걷고 있는 녀석은 라디그 섬을 둘러보는 길에 처음 마주쳤다. 도로의 갓길을 이용하듯 자전거를 피해 길의 한쪽 끝에 붙어 걷고 있는 육지거북의 걸음만큼이나 느릿느릿 다니고 싶은 마음, 갈 길 바쁜 여행자에게는 더욱 간절해진다.
알다브라 자이언트 육지거북이 모여 살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는 곳이 있다. 앙세 소스 다종으로 들어가는 입구이기도 한 유니온 이스테이트(L’Union Estate)다. 길게는 300년까지 산다는 장수 동물 자이언트 육지거북 10여 마리가 모여 먹이를 들고 찾아오는 사람들의 손길을 기다린다. 덩치도 육중한 녀석들이 한 잎 한 잎 풀을 뜯어 먹는 속도는 여전히 느리지만 그들이 가장 빨라지는 순간이기도 해서 보는 것만으로 재미있고 귀엽다. 이곳에서는 전통적인 방식으로 코코넛오일을 가공하는 모습도 볼 수 있다. 소 한 마리가 원을 그리며 돌고 있는 곳이 있는데 코코넛오일을 짜내고 있는 중이라고 한다. 바로 옆에서는 코코넛을 가공하는 모습을 보고 제품을 구매할 수 있는 곳도 있다. 영화 ‘굿바이 엠마누엘’의 촬영지인 플랜테이션 하우스 역시 유니온 스테이트에서 빼놓을 수 없는 방문지이다. 세이셸의 전통가옥으로 19세기 식민지 시절 지어진 이 집은 전 세이셸 대통령의 별장으로 사용되었던 곳으로, 내부에 당시의 모습이 남아있다. 사실 유니온 스테이트와 함께 앙세 소스 다종만 꼼꼼히 즐겨도 하루는 결코 길지 않은 시간이다.
투어의 마지막은 해변 앞 레스토랑에서의 식사. 라디그 섬을 눈과 입으로 만끽하는 시간이기에 캐주얼하고 센스있는 인테리어가 돋보이는 레스토랑을 찾았다. 크레올 음식을 비롯해 다양한 음식을 판매하지만 해산물이 듬뿍 들어간 음식이 유독 눈에 들어오는 것도 그림처럼 아름다운 라디그의 바다를 앞에 두고 있기 때문이다. 라디그 섬을 나와 마헤로 돌아가는 페리를 타고 멀어져 가는 라디그 섬을 바라보며 기분 좋은 안도감을 느꼈다. 이 섬에 와봤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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