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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기를 시작한 제10대 안창호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 위원장이 취임사를 통해 “인권위 내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보편적 인권을 추구하는 합리적 집단 이성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9일 안 위원장은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취임식을 열고 “최근 인권위 내부 구성원 간 견해 차이로 위원회가 정상적으로 운영되지 못하고 있다”면서 “특정 이념에 편향된 시각이 아니라 민주적으로 투명하게 논의해 우리나라에 가장 적합한 결론을 도출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한국 사회의 큰 변화로 기후변화와 인공지능(AI) 발달 등을 언급한 안 위원장은 “급변하는 환경은 경제·사회적 약자의 삶에 심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사회로부터 소외된 분들에게 지극한 사랑의 마음으로 다가서야 하고, 새롭게 도래할 인권 문제까지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 위원장은 사회 구성원의 다변화를 언급하기도 했다. 안 위원장은 “한국 사회 공동체가 다문화 가정·북한 이탈 주민의 급증으로 변화하고 있지만 이분들은 문화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고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며 “열린 마음으로 다가가 고통과 혜안을 함께하고 존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독실한 개신교도로 알려진 안 위원장은 지난 3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포괄적 차별금지법이 공산주의 혁명에 이용될 수 있다” “많은 국민들이 차별금지법에 반대하고 있다”고 주장해 논란을 낳았다. 동성애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입장을 드러냈다.
이날 취임사에서도 안 위원장은 한국 사회가 직면한 문제로 △초고령화 시대에도 높은 노인 빈곤·자살율 △남아 있는 장애인·여성 차별 △범죄 흉포화·재난 발생 등을 꼽았지만, 성소수자에 대한 별도의 언급은 없었다.
안 위원장은 대신 존 스튜어트 밀의 ‘자유론’을 인용하면서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제기한 제기된 여야 국회의원들의 지적과 질책, 언론의 우려와 걱정을 자신을 성찰하는 기회로 삼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권위 구성원을 향해서는 “여러분 모두에게 오늘 이 자리에서 저와 함께 보람찬 인권 여행을 함께 떠나자고 제안한다”며 “과거에 충분히 반영되지 못했던 작은 소리까지 존중의 공정하고 균형 잡힌 결론에 이르도록 하자”고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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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취임식에 앞서 35개 인권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국가인권위원회 바로잡기 공동행동(공동행동)’은 기자회견을 열고 안 위원장에게 자진사퇴를 촉구했다. 이후 공동행동은 안 위원장의 인사청문회 발언이 인권 침해라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기자회견에서 명숙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 활동가는 “유엔(UN) 위원회에서는 성소수자 혐오 발언이 낙인과 차별을 낳을 수 있다고 권고했음에도 오히려 반대로 인권위원장으로 혐오세력을 세웠다”며 “이대로라면 혐오의 말이 인권의 말인 것처럼 호도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공동행동은 진정서 제출 후 취임식이 열린 10층에서 안 위원장의 사퇴를 요구했다. 다만 인권위 측에서 취임식 직전 전·현직 인권위원과 인권위 직원, 취재진만 입장이 가능하다고 안내해 이들이 취임식장 안으로 들어오지는 못했다.
취임식 이후 안 위원장의 지지자 20여 명은 ‘안창호 인권위원장 지지합니다’라는 피켓과 함께 기념촬영을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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