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이 작은구장에서 최소한의 움직임을 가져가면서…”
삼성 라이온즈 ‘국민거포’ 박병호(38)가 4일 대구 두산 베어스전서 KBO 통산 세 번째 400홈런 주인공이 된 건 변화와 노력 덕분이다. 0-0이던 2회말 선두타자로 등장, 두산 왼손 선발투수 최승용에게 볼카운트 1S서 2구 한가운데 포크볼을 통타, 선제 우중월 솔로포를 쳤다. 밀어서 넘길 정도로 절정의 컨디션이다.
박병호는 작년 KT 위즈 시절부터 침체기에 빠졌다. 올 시즌 초반엔 출전시간마저 줄어들었다. 그러자 트레이드를 요구했다. 삼성으로 옮긴 박병호는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았다. 야구통계사이트 스탯티즈에 따르면, 올 시즌 KT에서 44경기서 타율 0.198 3홈런 10타점 OPS 0.638 조정득점생산력 71.4 WAR -0.20이었다. 리그 평균보다 못한 타자였다. 다른 타자들보다 팀에 손해를 안겼다.
그러나 삼성으로 옮긴 뒤 62경기서 타율 0.247 17홈런 48타점 OPS 0.883 조정득점생산력 100.1 WAR 0.79다. 여전히 과거 전성기에 미치지 못한다. 그래도 KT 시절 최악의 슬럼프에선 확실하게 벗어났다. 4일 경기를 중계방송한 SBS스포츠 이순철 해설위원은 박병호 부활의 원동력은 왼발에 있다고 분석했다.
이순철 해설위원은 중계방송에서 “박병호의 얘기로는 삼성에 와서 미리 토탭 스트라이드를 한다. KT 시절하고 완전히 다른 모습이다. KT 시절에는 안쪽으로 한번 들어오는 투웨이 스트라이드를 했다면, 삼성에선 미리 (왼발을)내놓고 친다. KT 시절에는 안으로 한번 들어왔다가 나가면서 타이밍이 자꾸 흔들렸다”라고 했다.
계속해서 이순철 해설위원은 “(박병호의 얘기로는)이 작은 구장에서 최소한의 움직임을 가져가면서 (방망이에)맞추기만 하면 넘길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졌다고 한다. 그래서 저렇게 미리 내딛어 놓고 타격을 한다. 그것이 완전히 성공을 거두고 있다. 움직임을 최소화하면서 짧은 스윙으로 갖다 맞추겠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더 좋은 타격, 더 좋은 비거리를 만들어내고 있다”라고 했다.
쉽게 말해 KT 시절엔 왼발로 스트라이드를 한 뒤 힘을 모아서 쳤다면, 타자친화적인 삼성라이온즈파크를 홈으로 쓰는 삼성에선 왼발을 지면에 박아놓고 가볍게 친다는 얘기. 투웨이 스트라이드는 힘을 모으는데 용이하다. 그러나 중심이동이 원활하지 않으면 타이밍이 안 맞을 수 있다. KT 시절 박병호가 딱 그랬다.
반면 토탭 스트라이드는 힘을 모으긴 어려워도 타이밍을 맞춰 정확하게 타격하는데 용이하다. 박병호는 기본적으로 파워가 건재하다. 그렇다면 크기가 작은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토탭 스트라이드로도 충분히 홈런을 칠 수 있다고 계산했다. 이 변화가 완전히 맞아떨어졌다.
맞고 틀리고의 문제가 아니다. 상황과 환경에 따른 선택이다. 운동능력이 좋은데 비거리가 길지 않은 젊은 선수라면, 다리 움직임을 크게 가져가는 것도 괜찮다. 그러나 박병호는 나이가 나이인지라 예전만큼의 몸 스피드가 나오지 않는 반면 파워는 충분하다. 때문에 다리 움직임을 최소화하는 게 마침맞다.
이러다 또 타격리듬이 흔들리면 변화를 가져갈 수 있다. 1년 내내 하나의 폼으로 타격하는 타자는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 박병호에겐 이 변화가 주효하다. 이순철 위원도 박병호가 때로는 투수의 투구에 타격 타이밍이 늦어도 최근 타격 컨디션이 좋아서 쉽게 물러나지 않고 파울이라도 생산한다고 평가했다.
이승엽, 최정, 박병호까지. KBO 400홈런은 단 3명만 달성한 대기록이다. 박병호가 여기까지 달려오는데 얼마나 많은 노력을 기울였고 땀을 흘렸을까. 아무리 홈런 치기 용이한 라팍이라고 해도, 모든 삼성 타자가 2~30홈런을 칠 수 있는 건 아니다. 박병호는 여전히 특별한 타자다. 삼성을 잘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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