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 경기 부진에도 재정건전성을 앞세워 내년도 예산안을 긴축한 정부가 권력기관의 ‘쌈짓돈’으로 활용된다는 비판을 받아온 특수활동비(특활비) 규모는 올해보다 크게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늘려 잡은 과거 특활비 명목 예산(현 특활비+정보보안비)은 전년보다 134억원(5%) 늘어난 수준으로, 이는 내년 정부 예산안의 재량지출 증가율(0.8%)은 물론 총지출 증가율(3.7%)을 크게 웃도는 수치다. 짠물 예산 편성을 위한 정부의 강도 높은 지출 구조조정이 ‘기밀성’을 이유로 사후 검증조차 어려운 예산만은 비켜 간 셈이다.
3일 기획재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2025년도 예산안’ 세부 자료를 보면, 과거 정부가 특활비 명목으로 지급하던 예산(2023년 이후 특활비+정보보안비)은 2024년 본예산 기준 2658억2천만원에서 내년도 정부 예산안 2792억1천만원으로 5.0%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정부는 앞서 2023년 예산안에서 국방부에 한정한 정보보안비 항목을 신설해 기존 특활비 예산을 2개 항목으로 나눴다. 이후 정보보안비 비중을 크게 늘려 내년도 예산엔 정보보안비 1585억5천만원, 특활비 1206억6천만원으로 배보다 배꼽이 큰 상황이 됐다. 정보보안비는 각 기관이 정보 활동과 관련해 사용하는 경비로, 국가정보원과의 협업 사업 등에 편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2개 예산을 나눠보면, 특활비 자체에 편성된 예산은 올해 본예산보다 1.8%(21억7천만원) 감소한 1206억6천만원으로 집계됐다. 법무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부) 특활비가 각각 80억원, 3억5천만원으로 올해보다 각각 46%, 25% 크게 줄었다. 대통령경호처·통일부·관세청·경찰청 등 4개 기관은 내년에 특활비가 늘었고, 대통령비서실·국회 등 7개 기관은 동결됐다. 대신 ‘정보보안비’가 올해보다 156억5천만원(10.9%) 증액돼 기존 특활비 감소분을 메웠다.
특활비와 별도 예산인 국정원 안보비는 9310억원으로, 올해 예산(8921억원)보다 4.4% 늘었다. 국정원은 안보비뿐만 아니라 ‘국가안전활동경비’라는 예비비를 매년 요청해 쓰는데, 지난해 결산 당시 국정원이 쌈짓돈처럼 사용한 예비비는 7800억원에 달했다. 비슷한 수준으로 예비비를 활용한다면, 국정원에 편성된 예산 총액은 1조8천억원에 이르는 셈이다.
이들 특활비와 안보비 등은 국회 예산심의 과정에 쟁점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크다. 앞서 대검찰청은 시민들의 정보공개청구에 불응하다가 패소 판결이 확정되자 일부 특활비 자료를 제출했는데, 일부 자료를 불법 폐기했다는 논란을 빚은 바 있다. 이에 야당은 특활비 편성과 집행의 투명성을 요구하며, ‘전액 삭감’까지 전제로 한 깐깐한 예산심의를 예고한 바 있다.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박근혜·문재인 정부 시절 지속해서 특활비 규모를 줄여온 것과 견줘, 이번 정부 들어 특활비가 늘어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라며 “국가 재정의 투명성을 위해 원칙적으로 불투명한 예산 항목을 줄여나가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정보보안비는 기본적으로 국가 기밀에 관련된 장비 구매 및 위장 수사 등에 필요한 비용 등이 포함돼 보안성이 강조될 수밖에 없는 면이 있다”며 “예산 집행의 투명성을 강화하기 위한 노력은 지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수지 최하얀 기자 / webmaster@huffingto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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