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파리 패럴림픽에서 ‘철인’ 김황태(47·인천시장애인체육회)가 센강을 헤엄치며 전 세계에 감동을 주었다. 그는 두 팔을 잃은 이후에도 스포츠를 통해 새로운 삶의 의지를 다졌고, 마침내 한국인 최초로 센강을 헤엄쳤다는 기록을 세웠다. 그의 여정은 단순한 도전이 아닌, 사랑과 헌신의 이야기로 가득 차 있다.
김황태는 2000년 8월, 결혼을 앞둔 예비 신랑으로서 전선 가설 작업 중 고압선에 감전돼 양팔을 잃는 사고를 당했다. 사고 후 1년 동안 그는 절망 속에 빠져 있었지만, 아내 김진희 씨의 헌신적인 돌봄 덕분에 스포츠에 다시 발을 내딛을 수 있었다. 두 사람은 결혼이라는 새로운 시작을 맞이하며 서로의 곁을 지켜왔다.
김황태는 이번 2024 파리 패럴림픽 트라이애슬론 PTS3 등급 경기에서 1시간 24분 01초의 기록으로 11명 중 10위를 차지했다. 순위와 상관없이 그에게는 센강을 성공적으로 헤엄친 것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었다. 경기 전 사전 연습에서 느린 유속과는 달리 본 경기에서는 더욱 빠른 유속을 경험하며 힘든 순간들을 이겨냈다고 전했다. 그는 모든 영법을 시도했지만 결국 배영으로 헤엄치는 것을 선택했고, 이 과정에서 많은 근육에 무리가 갔다는 사실도 털어놓았다.
김황태의 아내 김진희 씨는 그의 핸들러로서 경기 준비와 전환 과정에서 많은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트라이애슬론은 각 종목 간의 전환 시간이 기록에 포함되므로, 김진희 씨의 역할은 매우 중요했다. 그녀는 “자연스럽게 보호자 역할을 하면서 핸들러를 맡게 되었다”며, 함께하는 시간이 심리적으로 안정감을 준다고 말했다.
부부는 경기 중에도 서로를 지지하며 때로는 다투기도 하지만, 그들의 믿음은 더욱 굳건해졌다. 김황태는 “24시간 같이 있으니까 하루에 열댓 번 다툴 때도 있다”면서도 서로를 이해하고 화해한다고 전했다. 이들은 서로를 통해 힘을 얻으며 힘든 시간을 이겨내고 있다.
김황태는 경기 후 아내와의 감정적인 순간을 회상하며 눈물을 흘렸다. 그는 아내가 부모님을 걱정하는 모습을 보며 ‘내 삶이 이기적이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고백했다. 이후 그는 “아내는 항상 희생해주었고, 딸에게도 미안하고 고맙다”고 덧붙였다.
경기를 마친 후 김황태는 한국에 돌아가면 삼겹살과 소주 한 잔을 즐기고 싶다고 웃으며 말했다. 그는 이번 패럴림픽 도전이 마지막이 될 것이라고 밝혔지만, 그가 남긴 발자취는 많은 이들에게 영감을 줄 것이다. 김황태는 “한국 트라이애슬론 패럴림픽의 역사가 이어지기를 바란다”며 후배 선수들에게 도전의 길을 열어주고 싶다는 소망을 전했다.
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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