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대 ‘카00톡 ․ 텔00램’ 단체방으로부터 탈출
요즘 군대의 초급 간부들 근무와 복지 여건이 열악하고, 중견간부들의 어려움도 상당한 것으로 알려지고, 군대를 떠나려 하는 전역자가 증가한다는 뉴스가 이어져 염려가 크다. 각자가 기대하는 군대의 수준과 직면하는 현실이 불일치하기 때문일 것이다. 국방부도 여러 가지 예산 증액과 제도개선을 통해 보다 긍정적인 환경 조성을 위해 노심초사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 최근 만나본 장교에게 들었던 하소연은 의외였다. 군간부들을 피곤하게 만드는 의외의 복병이 존재하고 있었는데, 그 주인공은 우리가 일상생활과 업무수행시 빼놓을 수 없는 휴대폰 메신저 단체방이었다.
행정업무를 지원해 주던 많은 병사가 완전히 사라졌고, 다양한 IT기술로 인하여 업무 순환 속도가 매우 빨라졌다고 한다. 과거에는 상급 부대로 직접 전령이 차량을 타고 이동하여 문서를 수발하고, 그걸 다시 예하 부대로 전파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었기 때문에 업무의 진행 속도도 완급이 있었다. 그런데 요즘은 모든 게 전자문서 또는 온라인 전파로 실시간 공유되고 있어서 업무의 기승전결이 매우 급박하게 돌아간다는 것이다.
특히 부대에서 가장 애용하는 것이 메신저 앱 즉 카00톡과 텔00램이다. 모든 사람들의 휴대폰에 전부 다운로드 되어있는데, 그만큼 편리하고 신속한 업무 수행과 생활에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부대생활에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었다.
그런데 각종 메신저 단체방이 무섭다고 한다.
사단급부대에 근무하는 대위들이 업무 목적으로 평균 10개의 단체방에 입장해 있는데, 거기에서 진행되는 업무 또는 업무 아닌 듯한 유사 업무 등 지시 및 전달 사항들이 넘쳐난다는 것이다. 어떤 때는 다 읽어볼 수 있는 시간이 없어서 나중에 다시 봐야 할 정도로 많다는 것이다.
부대의 수직적 또는 수평적 관계에서 주고받는 내용들이 많고, 최단 시간 내 조치와 답신을 요구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한다. 군인들의 임무가 대부분 24시간을 초월하는 것이다 보니, 시도 때도 없이 단체방 알림음이나 진동이 울리는 것이다. 습관적으로 5분마다 핸드폰을 열어보는 게 일종의 직업병 수준이다.
인터넷과 IT기술의 급격한 발전으로 인하여 다양한 메신저 앱과 프로그램들은 지구 반대편에 있는 친구와 실시간 문자와 영상을 주고받을 수 있고, 동시에 많은 지인들에게 인사를 하거나 소식을 공유할 수도 있는 편리함의 상징이었다.
그러다 보니 우리는 하루 24시간 가운데 상당한 시간을 휴대폰을 손에 움켜쥐거나 주머니 속에 간직한다. 거의 우리 몸의 일부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지경이다. 지하철을 타거나 버스를 타도 대부분 사람은 예외 없이 휴대폰 화면을 뚫어지게 보고 있다.
엄효식 KODEF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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