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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의료대란’ 난색 표했지만 결국 공동발표문에…이재명 무엇을 노렸나

데일리안 조회수  

국회 차원 의료사태 대책 협의하고

추석 응급의료 대정부 당부키로…

한동훈 대표 표면적으론 띄워주며

이면으론 윤한 갈등 반사효과 노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일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더불어민주당 당대표 회담에 앞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오른쪽은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뉴시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취임 후 첫 여야 대표회담을 가졌다. 여야는 ‘전국민 25만원 살포법’과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를 필두로 한 정국 쟁점에 대해 논의했지만, 기존에 견해차가 컸던 만큼 이렇다 할 접점을 찾지 못했다.

여야는 ‘공통공약 협의 기구 구성’을 포함한 8개 사항에 합의했으나, 구체적인 정책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사실상 빈손 합의나 마찬가지라는 평가가 잇따르는 상황이다. 다만 회담 직전까지 여당이 난색을 보여 공식 의제가 아니었던 의료대란이 결국 테이블에 올랐고, 회담의 큰 비중을 차지하게 된 배경은 정치권 안팎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양당 당대표는 1일 국회본청에서 취임 후 첫 공식 회담을 하고 주요 의제에 대한 논의를 진행했다.

이날 두 사람은 전날 7분으로 예고됐던 모두발언 시간을 10분으로 늘리기로 합의했는데, 모두발언부터 예정된 시간을 넘기면서 주요 현안에 대한 목소리를 높이는 데 집중했다. 한동훈 대표는 약 13분, 이재명 대표는 약 18분 정도 모두발언을 하면서 여야 대표 간 이슈 주도권을 둘러싼 날 선 신경전이 오갔다.

이재명 대표는 특히 정국 쟁점인 ‘의료대란’을 언급하는데 상당 부분을 할애했다. 이 대표는 “여러 합의를 했지만 의료대란을 공식 의제에서 빼자고 이야기가 된 것 같다”고 운을 뗐다.

그는 “참 안타깝다는 생각”이라며 “한동훈 대표도 정부와의 갈등을 감수하면서까지 대안을 내기도 하는 것처럼, 의료대란 문제는 국민의 생명에 관한 문제다. 이것은 손바닥으로 가리고 안 보려고 한다고 해서 없어지는 것이 아니다. 실제 국민들의 삶을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는 사례”라고 했다.

지난 2월 정부의 의대 정원 2000명 증원 발표 이후, 이에 반발한 전공의들이 집단 이탈하며 의료 공백이 현실화되고 있다. 의대 정원 증원으로 촉발된 의료 공백 사태가 반년 넘게 지속되자, 한동훈 대표는 의료계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2026학년도 의대 증원 유예’ 등 중재안까지 제시했다. 하지만 이렇다할 정부의 반응은 없는 상태다

이와 관련 이 대표는 윤석열 정부를 정조준하면서 “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도 이해관계가 부딪히는 집단들끼리의 충분한 대화, 그 집단들 간의 양해와 타협이 반드시 필요하다. 일방적으로 힘으로 밀어붙여서 상대방에게 굴복을 강요하게 되면 성공하더라도 후유증과 피해가 너무 크다”고 강조했다.

나아가 이 대표는 “정책 수행이 지금처럼 거칠고 급하고 과해서는 결국 예상된 부작용이 나타날 수밖에 없다는 것”이라며 “그 부작용이 세계 최고를 자랑하는 의료체계의 붕괴를 불러왔고 응급실 뺑뺑이로 죽지 않아도 될 사람이 죽는 사고가 이미 지난해 총발생량을 초과하고 있다. (국민들이) 얼마나 불안하겠느냐. 사실 나도 불안하다”라고 했다.

또한 이 대표는 “다치지 말자. 병들지 말자. 살아남자. 이러한 이야기들을 국민들이 농담처럼 자조적으로 하고 있는 이 현실을 반드시 정확하게 파악하고 가능한 실효적 대안을 마련해내야 한다”며 “일단 정확한 현상 파악을 하고 문제인식과 공감대 형성을 통해 의료대란 대책을 국회 내에서 여야가 함께 만들어서 해법을 강구해보자”라고 촉구했다.

이에 양측은 국민 안전과 생명이 최우선 가치라는 점에는 공감대를 형성하고, 의료 공백 사태와 관련해 추석 연휴 응급의료 체계 구축에 만전을 기할 것을 정부에 촉구키로 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일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더불어민주당 당대표 회담에서 모두발언을 마치고 접견실로 향하고 있다.ⓒ뉴시스

더불어민주당, 의료대란 끄집어낼 수록
‘윤·한 갈등’ 벌어지는 것 의도했나…
與 “심도 있게 논의 된 차원 아냐” 설명
신율 “李, 민생 챙기고 대선주자 부각”

정치권 안팎에서는 이번 회담을 앞두고 ‘의료대란’ 현안이 다뤄질 것인지, 다뤄진다면 어느 정도까지 언급될 것인지가 초미의 관심사였다. 민주당이 이날 의료대란을 대대적으로 부각시킨 것은, 이 대표가 여권 내 ‘당정갈등’에 다시 불을 붙이기 위함이라는 게 지배적인 관측이다.

아울러 이 대표가 “한동훈 대표가 정부와의 갈등을 감수하면서까지 대안을 내기도 하는 것처럼”이라고 직접적으로 발언한 것은, 한 대표에게 힘을 싣는 것처럼 하면서도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대표의 사이를 벌리려는 전략이라는 관측도 만만치 않다.

국민의힘은 의료대란을 회담 의제로 다루는 것에 대해 부정적 입장이었다. 반면 이해식 민주당 당대표 비서실장은 지난달 30일 언론 브리핑에서 “의료대란을 의제로 다루자고 제안했지만, 국민의힘의 입장이 공식 의제로 다루는 것은 피하자고 제안했고,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고 하면서도 “모든 부문에서 열려있는 대화를 할 것이기 때문에 의료대란 문제도 충분히 다뤄지지 않을까 본다”란 기대감을 내비쳤다.

이날 회담 결과를 두고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지금 상황에선 야당이 국민들의 관심사이기 때문에 그 (의료대란) 문제를 끄집어낼 수 밖에 없다. 두번째로는 그 문제를 끄집어내면 낼수록 윤·한 갈등은 더 벌어지게 돼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신율 교수는 “이재명 대표로서는 민생을 챙기는 행보를 보일 수 있어서 좋고, 윤·한(윤석열·한동훈) 갈등의 틈이 벌어진다는 것은 윤·한뿐 아니라 윤·이(윤석열·이재명)의 대척점도 분명해진다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대표의 대척점도 분명해진다. 실제적으로 본인은 대선 후보로서의 이미지가 더욱 부각이 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양당 대표는 ‘민생 공통공약 협의기구’를 운영함과 함께 쟁점 현안인 금투세에 대해선 ‘주식시장의 구조 개선을 포함한 활성화 방안과 함께 종합적인 검토·협의’를 하기로 했다. 의료대란과 관련해서는 ‘국회 차원의 의료사태 대책 협의 및 추석 응급의료체계 관련 대정부 당부’ 등을 포함한 결과를 도출했다.

의료대란과 관련해 구체적인 합의 사항이 나오지 않은 것은 정부와 국회의 이견으로 인해 합의가 이뤄지기 어려운 현안임을 감안, 포괄적이고 추상적인 내용을 담은 것으로 보인다. 이날 양측이 회담을 마친 뒤 발표한 협의 내용은 합의문이 아닌 ‘회담 결과 공동발표문’ 형태였다.

실제로 국민의힘은 이날 여야 대표회담에서 의료개혁과 관련한 심도 있는 논의는 없었다고 밝혔다.

곽규택 국민의힘은 수석대변인은 회담 종료 후 ‘(의료대란과 관련) 여야가 정부를 압박하는 것으로 비쳐질 수 있다’는 기자들의 질문에 “국민의 생명과 건강이 우선이라는 부분에 대해선 어느 정도 서로 간에 확인을 했다”면서도 “마지막 부분에 진성준 정책위의장이 갑자기 정부의 사과나 관계자 문책 이런 얘기를 일방적으로 언급했다”라고 했다.

곽 수석대변인은 “(정부의 사과, 관계자 문책 등) 그 문제가 심도 있게 논의된 것처럼 말했는데 그런 차원은 아니다”라면서 “민주당에서 갑자기 그 부분을 언급했다”라고 재차 답했다. 이어 “이재명 대표도 뚜렷한 대안이나 할 수 있는 본인의 권한은 없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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