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들이 먹을거리에 대한 지출을 늘렸지만, 물가상승률을 고려하면 실제로는 줄이는 추세가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물가에 고금리가 이어지며 장바구니를 가볍게 한 결과다.
1일 통계청의 ‘가계동향조사’에 따르면, 지난 2분기 우리나라 가계의 ‘식료품·비주류음료’ 분야 실질 소비지출은 전년 동분기 대비 0.9% 감소했다. 명목 소비지출이 4.0% 늘어났지만, 물가 영향을 제외해 보니 실질적인 지출은 되레 줄어든 것이다.
식료품·비주류음료 지출은 장바구니 사정을 알아볼 수 있는 지표다. 실질 소비지출이 줄어든 먹거리 항목을 살펴보면, 과일·과일가공품(-16.2%)에서 감소 폭이 가장 컸다. 사과·배를 중심으로 올해 상반기 물가가 튀어 오른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육류(-2.1%)와 생선 등 신선수산동물(-1.5%), 유제품·알(-0.3%), 조미식품(-7.7%) 등 품목에서도 실질 소비지출이 감소했다.
이런 현상은 3년 넘게 추세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식료품·비주류음료의 실질 소비지출은 물가 상승세가 시작된 2021년부터 지난 2분기까지 14개 분기 중 2021년 3분기(1.3%↑)·2023년 3분기(1.1%↑)·2024년 1분기(0.6%↑) 등 3개 분기만을 제외하고 모두 전년 동기 대비 ‘감소’를 기록했다. 반면 명목 소비지출은 지난해 2분기부터 5개 분기 연속 증가 중이다.
이는 2%대 상승률로 차츰 안정돼 가는 물가 지표와 달리, 서민들이 체감하는 장바구니 물가의 고통이 생각보다 장기간 심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또 고금리가 이어지며 소비 여력이 줄고 소비 심리가 위축된 것도 영향을 줬다.
2분기 이후에도 이런 사정은 쉽게 나아지기 어려워 보인다. 지난 7월 식료품·비주류음료 물가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3.6% 상승한 바 있다. 교통비(5.2%) 다음으로 상승률이 높았다.
정부 역시 장바구니 물가 안정화를 시급한 과제로 꼽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국정브리핑을 통해 “지표상 소비자 물가는 안정되고 있지만, 국민 여러분께서 느끼시는 장바구니 물가는 여전히 높다고 생각한다”며 “할인 지원과 함께, 비축 물량의 방출, 할당 관세 및 대체 품목 수입 등을 통해 공급을 충분히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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