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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질없는…” ‘이태원 참사’ 故 이지한이 명예졸업장을 받았고, 모친이 전한 심경은 까맣게 타버린 마음이 보이는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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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참사로 숨진 배우 故 이지한(왼), 고인이 받은 동국대학교 명예 졸업장(오). ⓒ뉴스1, 이지한 인스타그램 
이태원 참사로 숨진 배우 故 이지한(왼), 고인이 받은 동국대학교 명예 졸업장(오). ⓒ뉴스1, 이지한 인스타그램 

이태원 참사로 안타깝게 세상을 떠난 배우 고(故) 이지한이 모교인 동국대학교로부터 명예 졸업장을 받았다. 

이지한의 모친은 최근 고인의 소셜 계정을 통해 동국대학교 명예 졸업장을 공개하며 “22일 지한이의 명예 졸업식이 있었다. 졸업식에 갔다 와서 몸살이 심하게 나 오늘에서야 정신을 차리고 그날의 일을 회상해본다”로 시작하는 장문의 글을 게재했다. 

졸업식에 아들의 영정사진을 갖고 가고 싶지 않았다는 모친은 “내 아들의 죽음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하지만 학교에 지한이가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들이 있을 거 같아서 가슴 아리게 슬프지만 영정사진을 비단 보자기에 싸서 들고 갔다”라고 토로했다. 

이어 “강당 안으로 들어갔는데 졸업생 모두가 밝은 모습으로 부모님과 꽃다발을 들고 있었다. 그 모습이 너무나 부러웠다”면서 “우리는 들어가는 순간부터 눈물이 흘렀다. 지한이의 졸업을 축하한다는 목소리는 어디서도 들리지 않았다. 우리 가족은 꽃다발을 준비하지 않았다. 받을 지한이가 우리 곁에 없는 게 너무 슬펐기 때문”라고 비통한 심경을 전했다. 

모친은 또 “명예 졸업장을 괜히 받으러 갔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라며 “졸업장을 받을 지한이도 없는데 그까짓 종이 한 장이 뭐그리 중요하겠냐. 인생이 너무나 허무하고 모든 게 의미없고 가슴에 불덩이가 들어있는 것 같이 숨을 쉬기가 어렵다. 주인공도 없는 ‘졸업장이 무슨 의미가 있나’하는 답답한 생각에 우리 가족은 가슴속에 커다란 구멍을 하나 가지고 살고 있는 것 같았다”라고 고백했다. 

모친은 “만약에 지한이가 살아 있어서 연극영화과 친구들과 같이 졸업을 했더라면, 만약에 지한이가 살아 있어서 엄마 아빠의 꽃다발을 웃으며 받을 수 있었더라면, 만약에 지한이가 살아 있어서 다른 졸업생들처럼 부모와 나란히 서서 졸업장을 받았더라면 얼마나 좋았겠냐. 그럴 수 없기에 모든 게 다 부질없고 쓸데없는 일들 같았다”라고 털어놨다. 

이태원 참사로 숨진 배우 故 이지한의 모친 조미은 씨가 2023년 2월 3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100일 추모대회 성사를 위한 유가족 호소 기자회견에서 독립적 진상조사 설치 촉구 피켓을 들고 있는 모습. ⓒ뉴스1
이태원 참사로 숨진 배우 故 이지한의 모친 조미은 씨가 2023년 2월 3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100일 추모대회 성사를 위한 유가족 호소 기자회견에서 독립적 진상조사 설치 촉구 피켓을 들고 있는 모습. ⓒ뉴스1

끝으로 모친은 이태원 참사가 벌어진 2022년 10월 29일 이후 그 어떤 것에도 의미를 느낄 수 됐다며 “지한이의 영정사진 앞에 두고 엄마, 아빠, 누나는 눈물을 흘리며 ‘지한아 명예 졸업을 축하한다’라고 중얼거린다. 지한이 없이 남겨진 우리 셋은 그날 서로의 손을 잡고 하염없이 눈물만 흘렸다. 듣고 있지? 지한아? 보고 있는거지? 사랑하고 많이 많이 아주 많이 보고 싶다”라고 깊은 그리움을 전했다. 

2017년 Mnet ‘프로듀스 101 시즌’에 참가하며 얼굴을 알린 고인은 배우로 전향해 2019년 웹드라마 ‘오늘도 남현한 하루’에 출연했다. 이후 MBC 드라마 ‘꼭두의 계절’ 출연을 확정짓고 지상파 데뷔를 앞두고 있었으나, 2022년 10월 29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 일대에서 발생한 참사로 안타깝게 목숨을 잃었다. 

서은혜 에디터 / huffkorea@gmail.com

허프포스트코리아
content@www.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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