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들도 어려워하는 아버지였지만
유일하게 허물없이 대하던 사람
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은 아들인 정몽준 총수가 불과 31세밖에 되지 않았을 때부터 현대그룹 계열사 중 가장 잘나가던 현대중공업의 사장에 앉힐 정도로 예뻐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정 총수가 미국 매사추세츠공대학에서 쓴 논문을 보완하여 집필한 ‘기업경영이념’을 읽자마자 극찬을 아끼지 않았던 정 명예회장은 후에 이것이 자신이 가장 아끼는 책이며 서론만 읽어도 충분하다며 말하기도 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과 함께 초등학교에 다녔던 그는 평범한 학생들처럼 친구들과 어울려 장난치며 노는 것을 좋아했다고 알려졌다.
그의 중학교 담임 선생님은 “수업을 듣지 않고 몰래 친구들과 도망갔다가 혼난 적도 있다. 돈이 많은 티를 전혀 내지 않아서 현대그룹의 아들인 것을 전혀 몰랐다. 학교 도서관을 건설하는데 시멘트를 지원해 주셔서 그제야 정체를 알게 됐다”라고 말했다.
친구들과 스스럼없이 잘 어울려 ‘꺼벙이’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는 그는 아버지를 무서워했던 다른 형제들과 달리 유일하게 정 명예회장을 허물없이 대했던 사람이라는데.
한번은 술을 사겠다며 아버지를 데리고 서울 명동의 생맥주 골목으로 향했고, 정 명예회장은 오랜만에 아들과 함께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며 즐거워했다.
이후 정 총수는 “1차는 제가 냈으니까 2차는 아버지가 내 달라”라고 이야기하며 강남의 고급 술집으로 이끌었다고. 하지만 이후에 어마어마한 금액이 적힌 계산서를 본 정 명예회장은 깜짝 놀랐다.
무려 여섯 배가 넘는 가격에 그는 종업원에게 어떻게 된 거냐고 물었고, 그러자 “아드님이 저번에 외상을 달아 놓으셨는데, 그것까지 오늘 받으라고 하셨다”라는 답이 돌아왔다고. 이에 그는 웃음을 지으며 아들의 외상값을 계산해 주었다.
또한 정 명예회장의 자식 중 정 총수가 유일하게 서울대학교에 합격했는데, 이에 그는 매우 흡족해하며 서울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들을 울산까지 초대해 식사를 대접했다고.
그는 “우리 아들이 정말 합격한 게 맞느냐. 뭔가 착오가 있어서 붙은 거 아니냐”라고 농담을 던지면서도, 몇 번이나 정 총수를 잘 가르쳐 달라고 신신당부했다고 한다.
이에 대해 누리꾼들은 “정말 스스럼없는 부자였네”, “서울대 붙을 정도로 똑똑했으니 나라도 업고 다녔을 듯”, “혼내셨다는 선생님 정체 알고 얼마나 놀라셨을까” 등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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