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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물가 상승 없이 경제성장을 이루는 골디락스가 이어지고 있다. 다만 저소득층이 재정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상황이 기업 실적에 반영되는 등 민생과 데이터 사이의 괴리가 심화하고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29일(현지 시간) 미국 고용부에 따르면 24일로 끝난 한 주 동안 신규 실업 수당은 23만 1000건이 청구돼 직전 주보다 2000건 줄었다. 의도치 않게 직장에서 해고된 근로자 수가 줄었다는 의미다. 다만 2주 이상 실업 수당 청구를 받는 이는 1만 3000명 늘어난 186만 8000건에 달했다. 이전보다 재취업 속도가 느려진 탓이다. 이는 “최근 실업률 증가는 해고 때문이 아니라 근로자 공급 증가와 미친 듯한 고용 속도의 감소 때문”이라고 판단한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의 시각과 결을 같이하는 지표다.
성장과 물가도 겉보기에는 개선되고 있다. 미국 상무부에 따르면 2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잠정치는 연율 3.0%로 속보치 2.8%보다 상향 개정됐다. 최근 7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도 전년 동기 대비 2.9%로 3년여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연착륙 기대감이 커지는 분위기다.
반면 긍정적인 경제지표와 달리 저소득층의 소비 여력은 바닥나고 있다는 신호가 나온다. 미국판 ‘1000원숍’ 달러제너럴의 토드 바소스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연간 실적 전망을 하향 조정하면서 “저소득층 소비자들이 재정적으로 매우 궁지에 몰려 있다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달러제너럴의 주된 고객은 연소득 3만 5000달러 미만의 저소득층이다. 특히 달러제너럴은 지난 분기 매출이 가장 저조했던 3개 주간이 모두 매월 마지막 주였다고 보고했는데 이는 고객들이 한 달을 버틸 여력이 없기 때문이라고 회사 측은 분석했다. 블룸버그이코노믹스는 “겉보기에 좋아 보이는 소비의 실상은 대다수 가구가 저축을 빼 쓰기 때문”이라며 “실업률이 계속 상승한다면 가뜩이나 줄어든 저축률로 인해 소비는 급격히 위축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6월 미국의 개인저축률은 3.4%로 팬데믹 직전(7.7%)의 절반 이하다.
이는 미국 가계가 충격에 취약해지고 있다는 의미다. 웰스파고의 이코노미스트인 섀넌 시리 그레인은 “저축 대신 소비를 할 경우 단기적으로는 경제에 보탬이 된다”면서도 “만약 경제적 충격이 올 경우 보유한 현금이 없어 버티기 힘들어지기 때문에 저축률 감소는 우려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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