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SMC가 다음 달 2㎚(나노미터·10억분의 1m) 멀티 프로젝트 웨이퍼(MPW)를 개시한다. MPW는 본격 양산에 앞서 팹리스(반도체 설계 기업) 고객사가 시제품을 제작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서비스다. TSMC는 2㎚ MPW를 시작으로 고객사 유치에 속도를 높이고, 수율 제고 방안도 수립할 방침이다.
30일 공상시보 등 대만 언론에 따르면, 다음 달 진행되는 TSMC의 MPW 서비스 ‘사이버셔틀’의 핵심은 2㎚가 될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사이버셔틀은 1998년부터 서비스를 진행해 온 TSMC의 자체 MPW 서비스다. 온라인으로 셔틀버스를 예약하듯, 다수 팹리스 기업이 온라인으로 한 달에 최대 10번의 ‘셔틀’을 예약할 수 있다.
TSMC는 내년 2㎚ 공정 양산을 목표로 공정 개발과 시설 투자를 진행해 왔다. 지난 4월부터는 2㎚ 반도체 생산을 담당하는 대만 바오산 지역 20 팹(공장)의 장비 반입 및 설치 작업을 시작했다.
TSMC는 이번 MPW를 바탕으로 고객사별 공정을 테스트하고, 고객 유치 작업도 시작할 것으로 예상된다. 애플 등 TSMC와 협업해 온 주력 고객사들이 TSMC 2㎚ 공정 활용을 계획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2㎚ MPW 기회를 놓치게 되면 팹리스 기업 입장에서는 최소 6개월을 대기해야 할 수도 있어, TSMC MPW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다수의 기업이 경쟁적으로 참여할 것”이라고 했다.
이종환 상명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 교수는 “TSMC가 MPW를 진행한다는 것은 고객사의 칩을 생산해 볼 수 있는 수준으로 공정 개발이 완료되고, 생산 시설도 갖췄다는 자신감의 표현”이라며 “기존 TSMC 3㎚ 공정을 활용하고 있는 엔비디아와 AMD 같은 AI 가속기 기업뿐만 아니라 애플과 퀄컴, 미디어텍 등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고객사도 개발 로드맵을 차질 없이 이행하기 위해서라도 다가오는 MPW에 참가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TSMC는 이번 MPW를 계기로 잠재 고객사 확보뿐만 아니라 2㎚ 공정 초기 수율 제고도 가속할 방침이다. 통상 파운드리는 공정 시설을 갖춘 뒤, MPW를 바탕으로 제조 경험을 축적해 수율 제고 방안을 수립한다. TSMC의 연간 MPW 지원 횟수는 100회 이상으로 삼성전자보다 3~4배 많다.
강성철 한국반도체디스플레이기술학회 연구위원은 “2㎚ MPW를 처음으로 개시하는 만큼 다양한 종류의 반도체를 직접 생산해 보며 수율을 높이기 위한 방안도 함께 모색할 것”이라며 “수율뿐만 아니라 공정별로 투입되는 비용도 확인하는 등 사업성까지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번 MPW를 계기로 TSMC가 2㎚ 이하 첨단 공정에서 삼성전자 등 경쟁사와 격차를 더욱 벌릴지 관심이 모아진다. 삼성전자는 내년 2㎚ 공정을 전격 가동할 계획이다. 지난 7월 진행된 삼성 파운드리 포럼에서는 일본 프리퍼드네트웍스와 2㎚ 수주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다만, 해당 제품의 대량 양산 시기는 이르면 2027년이 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팹리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수주한 프리퍼드네트웍스의 제품 개발 완료 목표 시점이 내년 말로, 개발 진행 경과에 따라 더 늦어질 가능성도 있다”며 “개발이 완료되더라도 신뢰성 테스트 및 공정 최적화에 시간이 소요되고, 고객사에 샘플을 공급한 뒤 납품 계약을 맺어야 대량 양산이 시작되기 때문에 2027년은 돼야 유의미한 규모의 양산이 시작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올 2분기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에서 TSMC는 62%의 점유율로 1위를 차지했다. 2위 삼성전자의 점유율은 13%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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