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바이오팜이 미래먹거리 선점을 위한 차세대 모달리티(약물 전달체) 확보를 본격화한 가운데, 개발 난이도가 높은 방사성의약품(RPT)에 대한 투자를 확대해 향후 글로벌 선두주자가 되겠다는 포부를 공개했다.
SK바이오팜은 30일 이와 같은 내용을 담은 RPT 사업관련 ‘애널리스트 컨퍼런스콜’을 개최했다.
RPT는 세포를 사멸시키는 방사성 동위원소를 표적에 결합한 물질에 탑재 후, 미량을 체내에 투여하여 치료하는 혁신적인 항암 치료 신기술이다. 뛰어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분야지만 방사성 동위원소의 짧은 반감기, 원료의 안정적 확보가 어렵다는 단점이 존재한다.
현재 SK바이오팜은 뇌전증 치료제 ‘세노바메이트’를 주력 상품으로 갖고 있다. 세노바메이트는 2019년 11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승인받은 뒤 2020년부터 제품명 ‘엑스코프리’로 미국에서 직접 판매하고 있다.
세노바메이트는 올해 상반기 SK바이오팜 누적 매출액(2480억원) 가운데 96.7%(2398억원)에 달한다. 이로 인해 SK바이오팜은 지속 성장을 위해 신규 신약 확보가 필수인 시점이다.
이에 SK바이오팜은 지난해 7월 새로운 중장기 성장전략 파이넨셜 스토리(Financial Story)를 발표하며 3대 차세대 모달리티로 ▲표적단백질분해치료제(TPD) ▲RPT ▲세포치료제(CGT)를 제시한 바 있다.
이중 항암효과가 뛰어나지만 원료 확보가 까다로운 RPT 치료제 시장을 빠르게 선점해 ‘빅 바이오텍(Big Biotech)’으로 도약하겠다는 전략이다. 빅 바이오텍이란 높은 현금창출력을 기반으로 활발한 비유기적 성장(Inorganic Growth)을 통해 혁신 기술을 도입하고 지속적으로 신약을 개발하는 기업을 뜻한다.
최은정 SK바이오팜 사업개발 본부장은 “RPT는 표적·면역 항암제, 세포치료제 등 차세대 항암제로 거론되고 있는 모달리티로, 글로벌 빅파마들이 미래먹거리로 점찍고 투자를 늘리고 있다”며 “RPT는 암 조직을 정밀 타겟해 부작용이 낮고 치료효과를 높이는 신기술로, 개발에 성공한다면 막대한 수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고 설명했다.
실제 대표 RPT 체료제 ‘플루빅토’는 출시 1년만에 막대한 성장을 기록하기도 했다. 노바티스가 개발한 플루빅토는 2022년 미국 식품의약국(FDA)로부터 승인받았다. 지난해 플루빅토는 9억8000만달러(1조3400억원)에 달하는 글로벌 매출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261% 성장했다.
최 본부장은 “RPT 시장은 반해 원료 확보가 매우 까다롭고 취급 허가를 받기도 힘들어 진입 장벽이 높다”며 “SK바이오팜은 원료 공급망 프로세스를 빠르게 구축해 추후 RPT 시장 규모가 확대될 때 후발 주자들을 따돌릴 수 있을 것이라 판단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SK바이오팜은 올해 RPT 관련 계약 2건을 체결했다. 우선 지난 7월 홍콩 풀라이프테크놀로지로부터 RPT 후보물질 ‘FL-091’의 글로벌 개발과 판매권리를 도입했다.
개발이 진척됨에 따라 지급하는 마일스톤(단계별 기술료)을 포함한 총 계약금액은 5억 7150만 달러(7800억원)에 달한다. FL-091은 영국계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의 자회사 퓨전파마슈티컬스의 경쟁약물인 ‘FPI-2059’보다 동일한 용량 기준으로 뛰어난 항암효과를 나타냈다.
최 본부장은 “FL-091가 경쟁사의 약물보다 우수한 항암효과를 낸 이유는 NTSR1과 높은 결합 친화성이 꼽힌다”며 “현재 두 RPT 치료제는 모두 악티늄-225이라는 방사성동위원소를 사용하고 있다. 악티늄-225는 플루빅토에 쓰이는 루테튬-177보다 질량이 크고 에너지가 센 알파입자를 방출한다”고 밝혔다.
이후 SK바이오팜은 악티늄-225 확보를 위해 8월 28일 미국 테라파워(TerraPower) 자회사 테라파워 아이소토프스로부터 치료용 방사성 동위원소인 악티늄-225 공급받는 계약을 체결했다.
테라파워는 빌게이츠가 설립한 차세대 소형모듈원전 설계 및 방사선 치료제 원료 물질 생산 기업이다. 해당 회사는 노바티스, 릴리 등 글로벌 제약사에 방사성 동위원소를 공급하고 있다.
나아가 SK바이오팜은 테라파워에 약 3000억원의 지분 투자를 단행해 아시아 4개국 독점 공급 협상권도 확보했다.
Ac-225는 알파선을 방출하는 방사성동위원소로서 전립선암, 대장암, 췌장암 등을 치료하는 방사성의약품에 사용된다. SK바이오팜은 해당 공급계약과 연구개발 계획에 맞춰 10월 중 Ac-225 초도 물량을 확보할 예정이다.
SK바이오팜은 이번 계약을 통해 확보한 Ac-225를 기반으로, 향후 RPT 분야의 사업 가치를 제고할 수 있는 추가적인 파트너십도 용이하게 구축할 수 있을 것이라 예측하고 있다. 검증된 고순도 Ac-225를 확보함에 따라, 비교적 초기 단계인 RPT 분야에서 방사성의약품 개발을 선도하겠다는 전략이다.
마지막으로 이동훈 SK바이오팜 사장은 “엑스코프리 매출은 성장단계에 진입했고, 3분기 연속 흑자를 실현하고 있다”며 “이제 미래 파이프라인 사전 선정과 집중 투자가 중요한 시점으로, SK바이오팜은 RPT를 비롯해 TPD, CGT 등에 장기적 선제 투자를 기획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3년 후 RPT 임상 물질 두 종류 이상, 전임상 단계 물질을 다수 확보해 탄탄한 포트폴리오를 구축할 예정”이라며 “2027년까지 글로벌 RPT 선두가 돼 빅 바이오텍으로 올라서겠다”고 말했다.
김동명 기자 simalo@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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