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증원 일방적으로 정한 게 아니라 합리적 추계”
한동훈과의 갈등설엔 “다양한 의견이 자유민주주의”
한동훈은 연찬회서 정부 측 의료개혁 보고회 ‘패스’
윤석열 대통령이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제안한 ‘2026학년도 의대정원 확대 유예안’에 대해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며 ‘조용한 경고’를 했다. 다만 당정 간 소통이 원활하다고 강조하면서, 다양한 의견이 나오는 것은 ‘갈등’이 아니라는 취지의 설명을 곁들였다.
윤 대통령은 29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국정브리핑 및 기자회견’에서 의대 증원을 강력하게 추진하는 이유에 대해 “의료 추계로 2035년 기준 의사 1만5000명이 부족하다”며 “의료인을 양성하는 문제는 최소 10년에서 15년이 걸리는 일이고, 지금부터 시작해도 10~15년이 지나서야 의대 증원에 따른 의사 공급이 추가되기 때문에 부득이하게 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의사 증원을 일방적으로 정한 게 아니라 합리적 추계를 했다”면서 “의료계는 어느 정도 인원 증원이 필요한지 (해법을) 한 번도 낸 적이 없다”고 했다.
의대 증원에 대한 국민 여론을 호소하면서는 “국민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느냐, 정부가 어떻게 해야 하느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윤 대통령은 의료개혁 정책에 대해 조목조목 설명하기도 했다. 그는 “의료개혁은 국민의 생명권과 건강권을 지역에 차별없이 공정하게 보장하기 위한 개혁”이라며 “의대 증원이 마무리된 만큼 개혁의 본질인 지역·필수의료 살리기에 정책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했다.
지역의료 강화를 위해선 “권역 중추병원과 2차 병원, 필수의료센터를 육성하고, 지역인재 전형 확대와 계약형 지역필수의사제 도입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또한 “전공의에 과도하게 의존해왔던 상급종합병원 구조를 전환해서 전문의·진료지원 간호사가 의료 서비스의 중심이 되도록 바꿔나가겠다”며 “상급종합병원은 경증 진료가 줄어들고 중증·희귀질환 진료에 집중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중증·응급을 비롯한 필수·지역의료 수가를 대폭 개선하고 비급여와 실손보험을 개편하여 왜곡된 보상구조를 정상화하겠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의대 증원에 반대해 의사들의 집단행동에 나서면서 발생한 의료공백에 대해선 “비상진료체계가 원활히 가동되고 있다”며 “이것 때문에 의료개혁을 멈출 수는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의료현장에 많이 가봤는데 의사·간호사·간호조무사들이 자기 직책에 헌신하는 분들을 많이 봤다”며 “정부가 노력하고 국민들이 강력히 지지를 해주시면 이런 비상진료체계가 의사들이 다 돌아올 때까지 운용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의대 증원 문제를 비롯한 이러한 의료개혁 의지를 분명히 하면서, 자연스럽게 한 대표가 제안한 ‘의대증원 중재안’에 대해선 공식적으로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의대 증원 문제를 둘러싸고 윤 대통령과 한 대표의 갈등이 심화하면서 정치권에선 일촉즉발의 ‘윤한 갈등’을 위태롭게 바라보고 있다. 윤 대통령은 이날 국민의힘 정기국회 대비 연찬회에 취임 이후 처음으로 불참했으며, 오는 30일 예정된 한 대표와의 만찬도 취소한 바 있다.
윤 대통령은 ‘국민의힘 지도부와의 만찬이 순연된 이유가 한 대표와의 껄끄러운 관계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오는데, 한 대표와의 소통이 제대로 이뤄지고 있느냐”는 질문에 “다양한 채널로 당과 소통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고위당정협의도 과거에는 잘 안 됐는데 (지금은) 꼬박꼬박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나 역시 당 관계자와 수시로 전화통화(를 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당 관계자도) 나한테 찾아오기도 한다”며 “당정 간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고 일축했다.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 복권 문제와 의대증원 중대안 등을 둘러싼 한 대표와의 이견에 대해선 “다양한 현안에 대해서 다양한 의견이 나오는 것이 자유민주주의가 아니겠느냐”고 에둘러 갈등설을 부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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