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래쪽 물 분사부터 침수조 활용까지 40분
27일 오전 10시 반경 부산 부산진구 2600여 채 아파트단지 지하 주차장. 주민들이 전기차 아래에서 흰색 연기가 스멀스멀 올라오는 모습을 보곤 “불이야 불이야” 외쳤다. 이내 아파트 전역에 요란한 화재 경보음이 울렸고, 5분 뒤 방화복 차림의 소방대원 10여 명이 현장에 도착했다. 대원 4명이 옥내 소화전에서 끌어온 소방호스에 상방방사관창을 연결해 연기가 피어나는 차량 아래에 집어넣었다. 상방방사관창에서 위쪽으로 물줄기가 뿜어져 나왔다. 전기차는 하부 배터리팩에 불이 붙으면 순식간에 배터리 온도가 1000도까지 치솟는 ‘열폭주 현상’이 발생한다. 상방방사관창은 이때 배터리의 열을 식혀주기 위해 여러 노즐로 지속해 물을 공급하는 장치다.
다른 대원들은 특수 코팅이 돼 불에 타지 않는 성질을 가진 질식소화덮개로 차량을 덮었다. 산소가 유입돼 불길이 커져 인근 다른 차들로 옮겨붙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지게차와 견인차로 화재 차량을 아파트 밖으로 끌어낸 뒤 주변에 이동식 침수조를 설치했다. 차량 하부가 충분히 잠길 만큼 물을 채웠다. 침수조는 전기차를 물에 오랫동안 담가 배터리팩의 열을 충분히 식혔다. 훈련은 약 40분간 이어졌다. 부산소방본부 관계자는 “전기차는 불이 꺼진 것처럼 보여도 계속 재발화하는 특성이 있어 많은 물을 지속해서 투입해야 한다. 침수조로 완전히 불을 끄는 데 짧게는 4시간, 길게는 8시간 넘게 걸린다”고 말했다.
● 높이 낮춘 신형 경형 펌프차 첫 배치
이날 부산소방본부는 차량 높이를 기존 것보다 낮춘 경형 펌프차를 처음 공개했다. 전국 소방관서에 배치된 펌프차의 최고 높이는 2.35m다. 부산소방본부는 이달 14일 2.19m로 높이를 낮춘 펌프차를 제작해 이날 처음 선보였다. 차량 윗부분 경광등 크기를 줄이고, 뒤편 적재함의 높이를 낮췄다.
여태껏 오래된 아파트 주차장에서 화재가 발생할 경우 기존 펌프차가 진입하는 것에 어려움을 겪었다. 최근 지어진 아파트는 최고 높이가 2.7m 이내인 차량은 진입할 수 있지만, 옛날 아파트는 최고 높이 2.3m가 넘으면 들어갈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이날 훈련에 배치된 펌프차는 견인차에 이끌려 밖으로 옮겨지는 화재 차량에 소방 용수를 분사했다. 이동 중 불씨가 되살아나는 것을 막기 위해서였다. 경형 펌프차에 적재된 700L의 물을 모두 쓰게 되면, 야외에 대기 중인 대형 펌프차의 소방용수(최대 3000L)를 소방호스로 경형 펌프차까지 끌어와 발화 지점에 뿌릴 수 있다. 대형 펌프차가 진입하지 못하는 좁은 지하나 야산 등에서 경형 펌프차가 ‘송수 허브’ 역할을 하는 셈이다. 부산에는 경형 펌프차가 10대 배치돼 있다. 부산소방본부는 최고 높이를 낮춘 펌프차가 현장에서 좋은 평가를 받으면 나머지 9대의 펌프차의 높이도 낮게 정비할 예정이다.
김화영 기자 r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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