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의 한 셀프 빨래방에서 고양이가 들어간 것을 보지 못하고 건조기를 돌린 아찔한 사고가 발생했다. 다행히 고양이는 구조됐지만, 이 사건을 계기로 잔열이 남은 모든 공간을 주의 깊게 살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최근 싱가포르 디지털 매체 마더십(Mothership) 등에 따르면, 싱가포르 고양이 애호가 페이지 ‘SOSCC’는 지난 21일 중부 토아 파요에 있는 한 빨래방에서 건조기 안에 있던 고양이가 다친 사례를 소개했다.
당시 빨래방을 방문한 여성 A씨와 그의 아들은 세탁물을 넣고 건조기를 작동했다. 10분 뒤 건조가 끝나고 건조기 문을 연 모자는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건조기 안에서 세탁물과 함께 고양이가 헐떡거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문이 열리자 다친 고양이는 비틀거리며 밖으로 나왔고 구석으로 가 힘겹게 몸을 눕혔다. 입을 크게 벌리고 숨을 헐떡인 고양이는 눈만 간신히 움직여 가까이 다가온 사람을 확인했다.
이에 모자는 즉시 싱가포르 동물학대방지협회(SPCA)에 연락해 도움을 요청했다. 병원 검사 결과 고양이는 건조기 내부를 굴러다니며 생긴 멍 외에는 크게 다치지 않았다. 병원에서 체온을 식히고 건강을 회복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조된 고양이는 2살 암컷으로, 인식칩은 확인되지 않았다. SPCA가 확인한 결과 폐쇄회로(CC)TV 카메라에는 고양이가 스스로 건조기에 들어가는 모습이 녹화됐다.
SPCA 관계자는 “빨래방 이용객이 신속하게 도움을 요청해 고양이가 무사할 수 있었다”며 “건조기 안에 더 오래 갇혀 있었다면 심각한 타박상과 화상, 열사병, 심지어는 질식까지 이르렀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모자의 신속한 대처가 고양이의 생명을 구했다”면서 이번 사고와 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항상 대형 가전제품을 작동하기 전 내부를 확인하라고 조언했다.
평균체온이 약 38~39도인 고양이들은 사람보다 추위를 더 쉽게 느낀다. 이 때문에 겨울철 잔열이 남은 차 밑이나 엔진룸에 들어가 사고가 발생하기도 한다. 이번 사고 역시 고양이가 건조기를 따뜻하고 안락한 곳이라고 판단해 들어갔을 것으로 보고 있다.
영상을 공유한 페이스북 페이지는 “셀프 빨래방에서 비슷한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사용 전 세탁기와 건조기 안을 살펴보고, 사용 후에는 기기의 문을 닫아달라”고 요청했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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