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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의 중심에서 만난 호텔 오니츠카타이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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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올림픽 개막을 며칠 앞두고 프랑스 파리의 샹젤리제 거리에 새로운 풍경이 감지됐습니다. 콩코르드 광장과 드골 광장을 잇는 이 이름난 지역의 터줏대감이라 할 수 있는 18세기 건물이 굳게 닫힌 철문을 열었는데요. 긴 세월 일반인 출입을 엄격히 규제해온 터라 이목이 사방에서 쏠린 것은 당연했죠. 무뚝뚝한 요새 같던 공간은 새로운 이름도 얻었습니다. ‘호텔 오니츠카타이거’.

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듯 오니츠카타이거가 바깥세상과 거리를 둔 고택의 베일을 벗겼는데요. 올해 창립 75주년을 맞이한 헤리티지와 혁신, 가치와 비전을 세상과 연결하는 구심점. 호텔 오니츠카타이거 탄생의 내러티브는 이러했고, 존재감은 확실했습니다. 멀리서도 번쩍 눈에 띄는 아이코닉한 옐로 쇼윈도와 두둥실 떠오를 것 같은 벌룬 구조물로 치장한 역사적인 건축물 앞에서 걸음을 멈춘 사람들을 보는 건 어렵지 않았습니다.

사실 호텔 오니츠카타이거는 일반적인 의미에서 말해지는 호텔이 아닙니다. 정확히 말하면, 오니츠카타이거 75주년을 기념해 호텔 콘셉트로 마련한 이벤트 공간. 실제로 슈즈로 대표되는 브랜드 스토리 외에 패션, 음악, 예술, 미식, 라이프스타일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경험적인 콘텐츠가 낭만과 기품으로 충만한 공간에 사방팔방 흘렀습니다. 내부로 들어서자 체크인을 하듯 프론트 데스크에서 안내가 이뤄졌고, 창립자 오니츠카 키하치로의 유산과 굵직한 상징성을 가진 슈즈들이 진열된 로비 공간을 마주했습니다. 그다음 고고한 멋과 품위가 고아하게 흐르는 응접실을 지나 안으로 들어서니 현기증이 날 만큼 근사한 그랜드 볼룸이 펼쳐지더군요.

호사스러운 샹들리에와 멋스러운 타일 바닥, 묵직한 벽난로와 황동 거울, 오니츠카타이거 2024 가을 겨울 컬렉션 피스와 밀라노 쇼 영상이 나란히 눈에 들어왔습니다. 오래된 것과 현대적인 것의 유연한 뒤섞임. 지금 여기가 파리 한가운데라는 사실이 선명해졌는데요. 심지어 그 공간에서는 일상처럼 매일 음악 공연이 벌어졌습니다. 이것 또한 ‘파리답다’는 점에서 필연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테라스 밖으로는 ‘옐로 타이거 카페’가 마련되어 이곳의 명물인 오니기리와 디저트류가 서빙됐습니다. 반대편에는 아뜰리에가 있었는데, 뜻밖에도 호텔 오니츠카타이거에서 가장 드라마틱한 장면을 이곳에서 만났습니다. 푸짐하게 쏟아지는 자연 채광과 고요함 속에서 일본 아티스트 이나가키 유타로가 드로잉 작업 중이었는데요. 그의 움직임은 본능적이면서 신비로웠고 이곳의 일부처럼 자연스러웠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이나가키 유타로는 호텔 오니츠카타이거에 머무는 중이었습니다. 2층에는 총 12개의 객실이 마련되어 있는데 4명의 아티스트가 일종의 레지던스 프로그램에 참여했다고 합니다. 이나가키 유타로, 그래미 어워즈 수상자인 피아니스트 유자 왕, 옐로 타이거 카페의 메뉴를 직접 디렉팅한 미슐랭 스타 셰프 요지 토쿠요시, 싱어송라이터 마이아 바루. 오니츠카타이거와 아티스트의 교류? 새삼스러울까 싶지만 어제오늘 일이 아닙니다. 런던의 오니츠카타이거 플래그십 스토어는 2022년 오픈한 이래 재능 있는 신진 아티스트의 전시를 꾸준히 선보이고 있으니 말이죠. 당연히 그 행보가 이곳으로 이어졌습니다.

오니츠카타이거는 샹젤리제 거리의 유서 깊은 건물을 복합 예술 공간으로 탈바꿈시켰습니다. 그들의 헤리티지와 가치에 예술을 더한 정성과 낭만이 짙으면 짙었지 옅지 않더군요.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황홀경 속에서 보고 듣고 먹고 마시며 그것들을 유유히 탐미했는데요. 두말할 것 없이 이곳을 나서면서 오니츠카타이거라는 브랜드가 새롭게, 더 생생하게 느껴졌습니다. 패션은 물론이고 문화예술과 라이프스타일의 자장 안에 그 이름이 존재하고 있음이 헤아려졌습니다. 또 그들이 지향하는 바를 쉬이 짐작하는 것도 어렵지 않았습니다.

한 달간 한시적으로 운영된 호텔 오니츠카타이거의 타임라인은 2025년으로 뻗어 있습니다. 어느 때보다 강력한 방점이 예정되어 있는데요. 샹젤리제 거리의 이 자리에 오니츠카타이거의 플래그십 스토어가 들어선다고 합니다. 그런 점에서 호텔 오니츠카타이거는 과거와 현재가 겹쳐지고, 그것과 이상적 미래를 연결하는 마법 같은 공간인 셈인데요. 플래그십 스토어가 오픈하면 그들의 이상은 얼마나 더 선명해질까요? 이런 의문에 대한 가장 완벽한 답은 누가 보더라도 이 사람이 쥐고 있을 게 자명했습니다. 바로 오니츠카타이거의 CEO 료지 쇼다(Ryoji Shoda).

오니츠카타이거 CEO 료지 쇼다

오니츠카타이거 CEO 료지 쇼다

호텔 오니츠카타이거는 호텔이라는 세계관에서 패션, 여행, 음악, 예술, 미식에 걸쳐 다양한 엔터테인먼트 경험을 제공했습니다. 여기에는 어떤 의미가 담겨 있나요
우리는 사람들의 감각을 일깨우고 풍부하게 만드는 일을 매우 중요하게 여깁니다. 다시 말해 고객들에게 행복을 제공하는 것이 오니츠카타이거의 비전이죠. 이런 맥락에서 호텔 오니츠카타이거는 많은 이들에게 브랜드 경험의 가치를 제공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됐습니다.

75년 동안 오니츠카타이거는 패션, 스포츠의 역사에서 여러 아이코닉한 순간을 함께했습니다. 그중 가장 소개하고 싶은 순간은 뭔가요
2012년 도쿄 오모테산도에 플래그십 스토어를 오픈한 것을 기점으로 오니츠카타이거의 세계관을 고객들에게 직접 전하기 시작했어요. 지금은 여러 나라에 플래그십 스토어를 두고 있는데 한국에서도 새로운 계획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호텔 오니츠카타이거가 있던 자리에 2025년 플래그십 스토어가 오픈한다고 들었습니다. 파리를 선택한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2002년 오니츠카타이거가 리런칭 된 이후 2005년 파리에 첫 번째 스토어를 오픈했습니다. 그런 특별한 의미를 지닌 곳에 플래그십 스토어를 열어 오니츠카타이거의 본질과 이상을 세계에 널리 알리고자 합니다. ‘넘어지면 일어나면 된다. 실패한다 하더라도 성공할 때까지 계속 시도하라’. 호텔 오니츠카타이거에 들어서면 창립자 오니츠카 키하치로가 생전에 했던 말씀이 가장 먼저 손님들을 맞이하더군요.

이 말은 브랜드에 어떤 자양분이 됐나요
우리는 다른 브랜드들이 하지 않는 일에 뛰어들고 도전하길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아무리 어려운 상황이라 해도 배움을 얻고 계속해서 시도하죠. 이런 노력이 쌓이고 쌓여 오늘날의 오니츠카타이거를 만들었다고 믿습니다.

오니츠카타이거가 점점 발전하고 있는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전통을 보존하면서도 새로운 미래를 창조하는 것. 바로 이게 오니츠카타이거의 목표입니다. ‘사람들의 꿈, 희망, 미래로 이어지는 일’이라는 창립자의 철학을 계승하는 것에 머물지 않고 다양한 도전을 통해 더 많은 이들을 행복하게 만들어야 한다, 그런 열의가 점점 커지고 있어요.

엘르
content@www.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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