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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북핵, 문재인 ‘방어용’…펜스 ‘공격용’…문, 뭐든 할까봐 걱정”

아시아투데이 조회수  

USA MEMOIR MCMASTER TRUMP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에서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지낸 허버트 맥매스터가 27일(현지시간) 발간한 회고록 ‘우리 자신과의 전쟁: 트럼프 백악관에서의 내 임무 수행’ 표지./EPA·연합뉴스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 등 도널드 트럼프 당시 대통령 참모들은 북한의 핵무장이 방어용이라는 문재인 당시 대통령의 주장에 공격용일 수 있다고 반박했고, 대북제재 등을 놓고 문재인 정부와 충돌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임 첫해인 2017년 대북제재 무용론을 주장하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에게 한국과 일본의 핵무장 가능성을 거론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트럼프 행정부에서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지낸 허버트 맥매스터는 27일(현지시간) 발간한 비망록 ‘우리 자신과의 전쟁: 트럼프 백악관에서의 내 임무 수행’을 통해 이 같은 내막을 공개했다.

문재인 트럼프
2019년 6월 29일 문재인 당시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이 청와대 상춘재에서 만찬을 함께하기에 앞서 진행된 칵테일 리셉션에서 담소를 나누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맥매스터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회고록
맥매스터 “북핵, 문재인 ‘방어용’…펜스 ‘공격용 가능성 고려해야'”
“문재인·정의용, 김정은과 대화 위해 뭐든 하려고 할까 봐 걱정”

맥매스터는 펜스 부통령 등 트럼프 대통령 참모들과 문재인 정부가 북한 핵 프로그램의 성격, 북한과의 대화 및 대북제재 등을 놓고 이견을 드러냈다고 밝혔다.

2017년 6월 30일 백악관에서 진행된 한·미 정상회담 공동성명 문안과 관련, 문재인 정부 측은 “어느 시점에서 북한과의 협상 가능성을 보이는 언어와 한국 정부가 북한과의 대화 노력에서 주도적 역할을 맡을 것이라고 인정하는 내용”을 넣기를 원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미국 측은 “김정은으로 하여금 비핵화가 자신에게 최대 이익이 된다는 점을 이해시키는 데 제재 이행이 필수라는 점을 강조하는 언어”를 주장했다고 맥매스터는 전했다.

특히 펜스 부통령은 한·미 정상회담 및 공동 기자회견에 이어 백악관 아이젠하워 행정동에서 진행된 문 대통령과의 회동과 관련, “사담 후세인(전 이라크 독재자)과 무아마르 카다피(전 리비아 독재자)와 흡사하게 김정은은 방어를 위해 핵무기가 필요하다고 믿는다고 문 대통령이 말했다”고 회고했다고 맥매스터는 밝혔다.

이에 펜스 부통령은 “서울을 사정거리에 두는 재래식 대포가 있는데 김정은에게 왜 핵이 필요하냐. 우리는 김정은이 공격 목적으로 핵을 원할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응수했다고 맥매스터는 전했다.

문재인 펜스
2019년 4월 11일(현지시간) 문재인 당시 대통령과 마이크 펜스 당시 미국 대통령이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 영빈관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연합뉴스

맥매스터는 “김정은을 움직이는 게 무엇인지에 대한 이런 의견차는 긴장과 의견충돌을 만들 수밖에 없었고, 펜스 부통령과 나, 포틴저(당시 백악관 국가안보 부보좌관) 등은 이후 몇 달간 이를 해소하려 노력했다”고 적었다.

맥매스터는 2017년 7월 4일 북한이 신형 액체연료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인 화성-14형을 최초 발사했을 때는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마치고 나온 정의용 당시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내게 문재인 정부가 ‘그 미사일을 ICBM으로 부를 준비가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에 맥매스터는 정 실장에게 “당신이 ICBM이라고 부르지 않는다고 그게 ICBM을 의미하지 않는 게 아니다”고 지적했다고 적었다.

맥매스터는 문 대통령과 정 실장이 김정은과 계속 대화하기 위해 무엇이든지 하려고 할까 봐 걱정했다면서 자신이 2018년 미국 대표단을 이끌고 평창동계올림픽에 참석한 펜스 부통령에게 문 대통령이 미국과 북한 대표단 간 만남을 ‘중매’하려고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고 밝혔다.

맥매스터는 “우리는 문 대통령이 김정은과 트럼프 양측에 각자가 듣고 싶어 할 것으로 생각되는 말을 하고 있다고 의심했고, 문 대통령의 중개인(middleman) 역할을 제거하기 위해 펜스 부통령이 ‘미국 외에 누구도 미국을 대변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트럼프 시진핑
2017년 11월 9일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중국 베이징(北京) 인민대회당에서 진행된 트럼프 대통령 국빈 방문 환영행사에서 담소를 나누고 있다./AP·연합뉴스

◇ 맥매스터 “시진핑, 대북제재 무용론 주장….트럼프, 한·일 핵무장 결론 때 대응 질문”
“시진핑, 북핵·미사일 동결 땐 한·미연합훈련 중단 제안…트럼프 동의하는 듯 보여”

트럼프 당시 대통령은 2017년 7월 독일 함부르크에서 만난 시 주석이 대북제재 무용론을 주장하자 북핵과 관련한 대량살상무기(WMD) 비확산 측면의 우려를 상기시키면서 “만약 일본과 한국, 그리고 다른 나라들이 자기들도 핵무기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리면 어떻게 되나”라고 반문했다고 맥매스터 전 보좌관은 전했다.

시 주석은 트럼프 대통령이 북핵 위협에 맞서 ‘행동’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김정은 정권의 붕괴가 중국의 ‘완충지대’ 상실로 귀결될 수 있음을 두려워했다고 한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2017년 11월 중국을 국빈 방문했을 때 시 주석의 논리에 상당 부분 설득된 분위기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시 주석은 북한이 북핵·미사일 프로그램을 동결하면 한·미연합훈련 중단 등으로 보상하는 ‘동결 대 동결’을 추진하자고 제안했고, 트럼프 대통령이 동의하는 듯 보였다고 맥매스터는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연합훈련은 도발적’이라는 시 주석의 견해에 동의하고, 심지어 ‘돈 낭비’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2018년 6월 12일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한미연합훈련을 ‘워게임’으로 ‘돈 낭비’라고 규정했고, 그 이후 훈련은 지휘소연습 등으로 축소됐다.

이 상황에서 맥매스터는 자신이 존 켈리 당시 백악관 비서실장에게 ‘그(시진핑)가 우리를 이겼다(He ate our lunch). 그(트럼프)는 덫으로 걸어 들어갔다’고 적은 메모지를 건넸다고 밝혔다.

트럼프 문재인
2019년 4월 11일(현지시간) 문재인 당시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이 미국 백악관 오벌오피스(집무실)에서 회담하고 있다./연합뉴스

◇ 맥매스터 “‘사드 환경영향평가 필요’ 문재인에 트럼프 ‘시간 낭비’ 소리쳐”
“트럼프 ‘한국, 방위비 분담금+이익까지 지급해야'”

2017년 6월 한·미 정상회담에서는 박근혜 정부에서 시작된 주한미군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THAAD)의 한국 배치를 마무리하는 문제도 논의됐다.

문 대통령은 회담에서 사드 미사일 배치가 괜찮다는 입장을 시사하면서도 ‘환경영향평가’가 필요하다고 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시간 낭비’라고 소리를 질렀다고 맥매스터는 회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7년 11월 한국을 방문, 한국에 손해를 본다는 심사 때문에 여러 차례 불편한 심기를 내비친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경기도 평택의 미군기지인 캠프 험프리스를 방문한 뒤 헬기로 떠나면서 빈센트 브룩스 당시 주한미군 사령관에게 기지 건설비용을 물었다. 브룩스 사령관은 108억 달러라고 답변하면서 “한국이 98억 달러를 지불했다”고 했고,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왜 100%를 받아내지 않았느냐”고 따져 물었다.

맥매스터는 한국 정부가 건설비용뿐만 아니라 캠프 험프리스에 있는 미군 병사들과 가족들을 지원하는 한국인 8600명의 임금까지 대고 있다는 점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고했는데, 그는 합의는 비용을 넘어서는 액수에서 정해져야 하는 것이라며 한국이 미국의 모든 비용에 더해 이익까지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브룩스 전 사령관은 아시아투데이에 트럼프 대통령에게 캠프 험프리스 건설 비용뿐 아니라 ‘한국의 국방비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과 달리 국내총생산(GDP)의 2.7%선이고, 주한미군 주둔 비용을 공동 부담하고 있으며 방위비 분담금 협상이 진행되고 있다”고 하자 분담금 협상 자체를 처음 알게 된 트럼프가 “한국이 모든 비용을 내게 해야 한다”고 역제안해 당황했다고 전했다.

맥매스터 전 보좌관은 “한반도에 미군이 더는 필요하지 않고, 스스로 방어할 수 있는 강한 경제를 지닌 성공한 나라의 안보를 미국이 지원하고 있다는 주장에 트럼프 대통령이 동조하고 있었다”고 적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주한미군 철수 주장은 마크 에스퍼 전 국방부 장관의 2022년 5월 회고록 ‘성스러운 맹세'(A Sacred Oath)와 언론 인터뷰, ‘워터케이트’ 특종기자 밥 우드워드의 2020년 9월 저서 ‘격노(Rage)’ 등에서 확인된 내용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4월 30일 공개된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지 인터뷰에서 “한국처럼 부유한 나라를 도와줄 이유가 없다”며 방위비를 더 분담하지 않을 경우 주한미군을 철수할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트럼프 대통령은 헬기로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위를 지나갈 때 “미국에는 왜 저런 게(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처럼 거대한 첨단 제조업 시설) 하나도 없느냐”고 물었는데 이에 대해 맥매스터는 “고삐 풀린 세계화 때문에 발생한 미국 제조업 상실을 되돌아보는 것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기분을 상하게 하는 것은 없었다”고 전했다.

우드워드도 ‘격노’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2017년 11월 전용 헬기 마린원에 탑승해 서울로 이동하던 중 서울 서초동의 삼성타운을 내려다보면서 브룩스 사령관에게 “저 고층 빌딩, 고속도로 인프라·기차 등 이 모든 것의 비용을 우리가 지불하고 있다. 한국이 모든 것을 지불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밝힌 바 있다.

아시아투데이
content@www.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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