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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단 과학기술 전수와 첨단산업 육성은 한국의 해외 공적개발원조(ODA)가 두각을 나타내는 분야다. 개발도상국들은 과학기술 발전이 선진국 도약의 지름길이라 보고 높은 관심을 보이면서 상대적으로 과학기술에서 앞서 있는 한국에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유럽과 중앙아시아를 잇는 교두보인 아제르바이잔도 최우선 정책을 ‘첨단산업을 통한 경제 다각화’로 선정해 혁신에 힘을 쏟고 있다. 지난해 아제르바이잔 국내총생산(GDP)의 63%가량이 석유 부문에서 나왔다. 국제유가 변동에 따라 경제 전체가 휘청일 수 있어 자원에 의존하는 산업구조를 탈피하고 과학기술을 중심으로 한 단계 더 높은 경제성장을 모색하고 있다.
아제르바이잔 정부 요청에 따라 우리나라는 2021년부터 올 7월까지 약 3년간 현지에서 ‘혁신역량 강화’ 사업을 벌였다. 아제르바이잔 정부는 혁신청을 설립할 만큼 혁신 의지는 강했지만 빅데이터·인공지능(AI) 등 첨단기술 위주로 스타트업 육성을 뒷받침할 정책 역량은 부족했다.
한국국제협력단(KOICA)은 이에 숭실대 창업지원단 및 한국개발전략연구소(KDS)와 협력해 아제르바이잔의 ‘혁신성장 로드맵’을 수립했고 혁신청을 비롯한 정부기관 대표 10명을 한국으로 초청해 연수를 진행했다.
그 결과 로드맵은 아제르바이잔 정부기관들의 ‘혁신 교과서’처럼 활용되고 있다. 예브게니야 빅무르지나 혁신청 국장은 서울경제신문과 만나 “우리는 수백 번의 인터뷰나 벤치마크 연구를 수행할 역량이 없었기 때문에 이 로드맵이 큰 도움이 됐다”면서 “혁신청뿐 아니라 다른 정부기관들이 계획을 수립하는 데도 로드맵을 참고하고 있다”고 말했다.
KOICA는 아울러 스타트업 및 멘토 육성 프로그램으로 아제르바이잔 혁신 생태계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고자 했다. 현지 스타트업 경영자나 전문가 중 우수한 20개 팀을 선정해 경영 지식부터 대체에너지·AI·빅데이터 등의 과학기술을 교육했다. 프로그램에 참여한 라바나 고유슐루 씨는 교육 내용을 자양분 삼아 강사로 일하고 있는 대학교에 스타트업 센터를 설립했다. 고유슐루 씨는 “아제르의 혁신 생태계는 한국보다 20년은 뒤처져 있다고 느꼈다”고 전했다. 그는 현재 센터에서 5개 스타트업을 멘토링하며 프로그램에서 습득한 것을 전수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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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에서는 한국의 연구기관을 본뜬 과학기술원도 설립됐다. 수도 하노이에서 차로 40여 분 거리에 있는 한베과학기술연구원(VKIST)의 푸엉티엔트엉 부원장은 “한국의 성공적인 경제발전은 베트남뿐만 아니라 전 세계가 인정하고 있다”며 “한국은 국가 발전을 위해 여러 전략을 짰지만 그 중 가장 정확하고 스마트한 선택이라고 평가받는 게 바로 과학기술 개발”이라고 호평했다. 트엉 부원장은 “베트남 정부는 한국의 발전 모델을 따라하기로 했다”며 “한국의 과학기술 발전에 핵심 역할을 한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을 벤치마킹해 VKIST를 설립했다”고 소개했다.
VKIST는 이명박 전 대통령 재임 때인 2012년 한·베트남 정상회담에서 논의된 후 2014년부터 약 10년에 걸쳐 한국이 3500만 달러를 지원해 지난해 1월 준공됐다. VKIST는 기술의 상용화 속도를 높인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베트남에서 하나의 기술이 상용화될 때까지는 15~20년이 걸렸지만 이를 5년으로 줄이겠다는 계획이다. 개원한 지 1년여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성과는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염도가 높은 물을 식수로 정화하는 담수화시설은 지난해 베트남 10대 과학기술에 선정됐다. KIST와 공동 연구를 통해 개발된 로봇과 얼굴 인식 기술 등에 대한 상용화가 논의되고 있고 현지에 있는 삼성디스플레이와도 협업하고 있다.
매년 정부·기업을 대상으로 크고 작은 해킹이 일어나는 인도네시아에서는 사이버 보안 전문가 양성 사업이 이뤄지고 있다. 인도네시아에는 국가사이버보안청(BSSN)이 있지만 올 6월 국가 마비에 이를 정도의 대규모 해킹 피해를 겪었다.
KOICA는 보고르시에 만들어지는 ‘사이버보안 직업훈련센터’ 건설을 지원하고 있다. 센터가 완공되면 현지 주재 한국인터넷진흥원(KISA)과의 협업을 통한 기술 자문을 진행하고 1만 7000여 개 도서 지역 어디에서도 원격으로 훈련을 받을 수 있도록 통합 플랫폼을 개발할 계획이다.
라오스에서는 기획재정부가 KOTRA와 함께 라오스 정부의 루앙프라방 국제공항 항공 운영 체계 개선을 3년간 돕기로 했다. 루앙프라방은 도시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동남아 대표 관광지다. 정부는 올해 입출항 절차 운영에 관한 개념 설계부터 항공기 운영 절차 개선 등의 자문을 지원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향후 항공 분야에서 한국 기업의 진출 발판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이다.
박준규 KOTRA 비엔티안 무역관장은 “루앙프라방 공항의 경우 부지가 협소하고 주변에 큰 산이 있어 운영이 쉽지 않은 측면이 있다”며 “산이 많은 우리나라의 공항 운영 경험을 컨설팅해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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