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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상위권대 진학률에 학생 본인의 능력보다 부모의 사회경제적 배경이 큰 영향력을 끼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서울과 비서울 지역 간 진학률 격차도 학생의 잠재력보다 부모의 경제력과 사교육 환경 등의 영향력이 절대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은 27일 펴낸 ‘입시경쟁 과열로 인한 사회문제와 대응 방안’ BOK 이슈노트 보고서에 이 같은 연구 결과를 실었다. 실증 분석을 거친 연구진은 고소득층·서울거주 학생이 상위권대 입시에서 더 좋은 성과를 거두는 ‘사회 경제적 지위의 대물림’ 현상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소득 상위 20%와 하위 80% 간 상위권대 진학률 격차 중 75%는 학생 잠재력 외 ‘부모 경제력 효과’ 결과로 추정됐다. 학생의 잠재력은 어린 시절 수학성취도 점수 등 인지능력이 기준이 됐다. 부모 소득 수준별 상위권대 진학률은 소득 상위 20% 계층(5.9%, 2010년 기준)이 소득 하위 20% 계층(1.1%)보다 5.4배 높게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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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주지역에 따른 격차도 두드러졌다. 서울과 비서울 간 서울대 진학률 격차의 92%는 부모 경제력과 사교육 환경 등을 포괄하는 ‘거주지역 효과’에 기인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실제 2018년 서울대에 진학한 학생의 지역별 분포를 보면 서울 출신 학생은 32%에 달했다. 서울 출신 학생이 전체 일반고 졸업생 중 16%에 불과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즉, 우리나라 대학 입시에 있어 서울 부잣집 자녀들은 지방에 사는 자녀보다 상위권 대학으로 가는 길이 훨씬 쉽게 열리는 셈이다.
연구진은 이 같은 문제의 원인으로 우리나라의 ‘사교육 열기’를 꼽았다. 보고서는 “2007년부터 2023년까지 고교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연간 4.4%(실질 기준 2.1%) 증가했다”며 “지난해 고교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서울이 읍면 지역보다 1.8배 높았고, 서울 내 고소득층(월 소득 800만 원 이상)은 저소득층(월 소득 200만 원 미만)보다 2.3배 더 많이 지출했다”고 지적했다. 특히 “서울 저소득층의 경우, 소득 대비 1인당 사교육비 비율이 27%를 넘어, 2명 이상 자녀를 키우기에 큰 경제적 부담을 안고 있다”고 평가했다.
보고서를 쓴 정종우 한은 경제연구원 미시제도연구실 과장은 “대학 입시 과열로 인해 수도권 인구 집중, 그로 인한 주택 가격 상승, 젊은 세대의 저출산·만혼 등 여러 사회구조적인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은행은 대책으로 ‘지역별 비례선발제’를 제안했다. 일정 유예기간을 두고 대학의 입학 정원을 지역별 학령인구 비율을 반영하고 상하한선을 둬서 선발하자는 것이다. 현재 수시모집에서 적용하고 있는 서울대의 지역균형발전 전형을 확대한 형태다. 한은은 “지역 비례 선발제를 적용하면 부모 경제력과 사교육 환경 등 사회 경제적 배경의 입시 영향으로 지역인재를 놓치는 ‘Lost-Einsteins'(잃어버린 인재) 현상을 완화하고, 교육을 통한 사회 이동성을 확대할 수 있다”고 기대했다.
해당 보고서는 한은 경제연구원 미시제도연구실 소속 정종우 과장, 이동원 실장과 김혜진 국립부경대 교수가 공동 집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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