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싫어서 떠난 청춘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 오는 28일 공개를 앞두고 있다.
영화 ‘한국이 싫어서'(감독 장건재·제작 모쿠슈라)는 신문기자 출신 소설가인 장강명 작가가 2015년 내놓은 베스트셀러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마치 감춰뒀던 속마음을 들킨 것 같은 도발적인 제목의 이 작품은 한국사회에서 살아가는 고단한 2030세대의 고민을 가감 없이 그려내 주목받았다. 이제 활자 속 인물과 배경을 스크린을 통해 생생하게 접할 시간이다.
고아성은 영화 ‘삼진그룹 영어토익반’ 이후 4년 만에 신작을 선보인다. 여기에 영화 ‘한여름의 판타지아’와 ‘5시부터 7시까지의 주희’ 등 청춘과 시대의 현재를 포착하며 감각적인 연출력을 인정받은 장건재 감독이 연출을 잡았다.
영화는 20대 후반의 주인공 계나(고아성)가 어느 날 갑자기 자신의 행복을 찾아서 직장과 가족, 남자친구를 뒤로하고 홀로 뉴질랜드로 떠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계나는 동시대를 살아가는 2030세대의 고민을 상징하는 인물로, 한국을 떠나 뉴질랜드에서 자신이 선택한 삶을 살아간다. 이 모습을 통해 영화는 젊은 세대의 눈에 비친 한국사회를 담고, 삶의 태도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 영화와 원작 소설을 비교하는 재미
영화는 ‘계나의 한국 탈출’이라는 소설의 줄거리를 쫓아가지만, 새로운 설정과 캐릭터를 통해 원작과는 또 다른 재미를 안긴다.
소설 속 계나는 호주로 워킹홀리데이를 떠나지만 영화에서는 뉴질랜드로 향한다. 장 감독은 취재를 위해 여러 나라를 다녔고, 뉴질랜드가 여성인권과 자연의 생명권을 소중히 한다는 데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밝혔다.
또한 추위를 많이 타는 계나는 자신이 동화 ‘추위를 싫어한 펭귄’의 주인공 파블로와 같다고 여긴다. 동화에서 파블로가 떠나는 남쪽의 따뜻한 나라의 이미지로도 호주보다는 뉴질랜드가 적합하다고 판단해 원작과 다른 곳으로 배경을 변경했다.
소설에서 계나는 서울시 아현동에서 강남으로 매일같이 출근한다. 마을버스를 타고 12개 정거장을 가고, 다시 지하철을 갈아타야 하는 ‘지옥철’ 생활을 반복한다. 영화에서는 계나가 사는 지역이 서울이 아닌 인천으로 바뀌면서 출퇴근 여정이 1시간 더 늘어났다. 서울에서 더 멀어진 주인공이 장거리 출퇴근으로 겪는 고달픔을 극대화한 설정이 눈길을 끈다.
이 밖에 영화에는 계나에게 진정한 행복이 무엇인지 고민하게 만드는 ‘공무원 시험 N수생’ 남자 동기가 새롭게 등장하고, 계나가 사랑했던 소설 속 5명의 남자친구는 3명으로 압축됐다. 계나는 이들을 통해 현재의 행복과 사랑에 대해 더 밀도 있는 이야기를 풀어낸다.
영화를 만드는 과정에서 장건재 감독은 “한국사회는 각자의 위치에서 저마다의 지옥을 품고 살아가는 사회라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고 고백했다. 장 감독은 “계나와 다르게 저는 40대 기혼자에 자녀도 있지만 한국사회는 어렵고 살기 팍팍한 곳”이라며 “여성이나 소수자, 혹은 장애를 가진 이들에게 훨씬 더 어려운 사회”라고 말했다.
그는 “영화가 이런 담론을 다 끌어안지 않지만 영화 속 인물들은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문제를 가시화한 존재들이고, 이들도 저마다의 어려움이 있다”며 “이 영화가 그런 청년들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 한국을 떠나면 행복할까? 나만의 행복을 정의하고 싶을 때
한국에서의 계나는 춥고, 출퇴근이 지옥 같고, 치열하지 못하고, 물려받은 것도 없는데 까다롭고, 진정한 행복이 뭔지도 모른 채 톱니바퀴 돌아가듯 살아가는 것 같아서 괴롭다. 도저히 한국에선 행복할 기미가 안 보여 한국을 떠난다.
행복을 찾아 새롭게 시작하기 위해 택한 뉴질랜드에서 계나는 다시 학교를 다니고, 새로운 친구들과 함께 우쿨렐레, 서핑도 배우며 웃기 시작한다.
그렇다고 영화가 ‘한국을 떠나는 게 맞다’고 이야기하는 건 아니다. 계나처럼 한국을 떠나는 인물이 있는가 하면, 계나의 남자친구 지명(김우겸)처럼 자신이 꿈꾸던 목표를 향해 한국 땅에 단단하게 발을 붙이는 인물도 존재한다. 때문에 영화는 무조건 뉴질랜드를 낭만의 대상으로 표현하지 않는다.
고아성 또한 연기를 할 때 ‘한국 탈출’을 꿈꾸는 계나의 주장을 모든 관객에게 납득시키고, 설득하기 위해 노력하지 않았다.
그는 “계나는 ‘여기서 못 살겠다’고 떠나지만, 남자친구는 ‘외국에 나가서 사는 게 더 힘들다’고 말한다. 나는 둘 다 동의했다”면서 “보는 분들의 의견이 팽팽하게 갈리면 더 좋을 것 같다는 마음이었다”고 밝혔다.
이처럼 영화는 한국사회를 살아가는 젊은이들의 모습을 통해 내가 원하는 삶과 행복에 대한 짙은 질문을 던진다.
● 한국과 뉴질랜드에서 고아성의 모습은?
한국과 뉴질랜드에서 외적으로 극명한 차이를 보이는 계나의 모습 또한 흥미롭다.
실제 고아성은 지역에 따라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자 했다. 이에 뉴질랜드에 있을 때는 현지에서 살아가는 동포 스타일의 메이크업과 태닝을 통해 외형의 변화를 줬다. 뉴질랜드에서 계나가 입은 옷들은 현지에서 직접 구입해 분위기에 맞춰 연출했다.
고아성은 “뉴질랜드에 가면 가장 큰 변화가 무엇일지 생각했는데 피부일 것 같았다”며 “뉴질랜드의 강한 햇살이 계나가 지내는 시간을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처음으로 태닝을 해봤다”고 말했다.
낯선 땅에서 자유를 느끼는 계나처럼 고아성도 뉴질랜드 촬영에서 색다른 감흥을 얻었다. 그는 “뉴질랜드 햇살 아래에서 촬영할 때 자유로웠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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