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00주년을 맞는 유럽 최대 가전·IT 전시회 ‘IFA’의 위상이 예전같지 않다. ‘폼이 떨어졌다’는 표현이 적당하다. 하지만 한국을 대표하는 가전 제조사인 삼성전자와 LG전자의 발걸음은 여전히 개최지인 독일 베를린을 향한다. 잡힐 듯 잡히지 않는 유럽 가전시장에서 입지를 강화하고 고객과 소통을 지속하기 위함이다.
올해 9월 6일부터 10일까지 독일 베를린에서 5일간 개최되는 IFA 2024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최되는 CES,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리는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와 함께 세계 3대 전자·IT 전시회로 꼽힌다.
IFA 주최 측은 코로나19 이슈로 축소 개최된 시점을 제외하곤 매번 ‘역대 최대 규모’를 강조하며 홍보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실제 업계가 체감하는 관심도는 주최 측의 주장과는 다른 것으로 파악된다.
전자업계 한 관계자는 “반도체나 전장 분야 기업이 가전 위주인 IFA까지 참가할 유인이 크지 않다”며 “연초 열리는 CES보다 주목도가 떨어지는 만큼, IFA에서 신제품 공개의 파급력이 덜하다는 평가가 수년간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한다.
그럼에도 IFA는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쉽게 놓을 수 없는 행사다. 유럽 가전시장에서 부족한 입지를 확보할 수 있는 기회이자 소통의 장이기 때문이다. 빌트인 가전을 중심으로 움직이는 유럽 시장 공략에 애를 먹는 양사에 IFA와 같은 대규모 전시회 참가는 고객 경험을 강화하는 효율적 선택이다.
유럽의 빌트인 가전시장 규모는 2023년 기준으로 250억달러(33조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세계 빌트인 시장 규모가 600억달러쯤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세계 빌트인 시장 3분의 1 이상을 유럽이 차지하는 셈이다. 빌트인 가전은 일반 가전보다 단가가 높아 프리미엄 시장으로 분류된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밀레, 보쉬, 리페르(LIEBHERR) 등 유럽 현지 브랜드가 선점 중인 이 시장을 뚫기 위해 10여년 넘게 노력해왔지만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 하지만 최근 에너지효율은 물론 인공지능(AI)을 품고 연결성을 강화한 양사의 빌트인 가전이 서서히 유럽시장의 관심을 받고 있다. 유럽 고객 감성을 잡기 위한 현지 디자인 업체들과 협업에도 적극적이다.
양사는 이번 IFA 2024에서 더 진화한 AI 기능을 담은 가전을 중점적으로 소개한다. 4월 열린 ‘밀라노 디자인 위크’에서 선보인 빌트인 패키지도 함께 전시해 관람객의 이목을 끌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올인원 세탁건조기 ‘비스포크 AI 콤보’와 프리미엄 냉장고 ‘비스포크 AI 패밀리허브’, 올인원 로봇청소기 ‘비스포크 AI 스팀’ 등을 전시한다. 사물인터넷(IoT) 기반 스마트홈 플랫폼인 ‘스마트싱스’를 통해 집 내부의 다른 기기와 연결 가능한 빌트인 가전이 주목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LG전자는 가로 폭 25인치인 AI 드럼세탁기 신제품을 공개할 예정이다. 기존 제품에 비해 가로 폭을 축소한 것으로, 유럽에서 다양한 크기의 세탁기 수요가 있음을 감안했다. 이 제품은 ‘AI DD(Direct Drive)모터’를 탑재했다. AI가 세탁물의 무게, 습도, 재질을 분석해 옷감을 보호하는 최적의 세탁 방식을 제시한다.
최근 출시한 일체형 로봇청소기 ‘LG 로보킹 AI 올인원’과 스틱청소기와 로봇청소기를 결합한 ‘코드제로 A9X 올인원 타워 콤비’도 선보일 예정이다.
IFA를 향한 경영진의 관심도 여전하다. 한종희 삼성전자 디바이스경험(DX)부문장(부회장)과 조주완 LG전자 사장은 지난해에 이어 이번 행사에도 참여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광영 기자 gwang0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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