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간쑤(甘肅)성 둔황(敦煌)시에 있는 세계문화유산 막고굴(莫高窟)은 조상순 한국 국립중원문화유산연구소 소장이 오랫동안 방문을 꿈꾸던 곳이다. 그는 최근 둔황시에서 열린 ‘2024 석굴사(石窟寺) 보호 국제 포럼’을 통해 꿈의 여정을 완성했다.
석굴사 보호의 신기술과 신개념에 포커스를 맞춰 진행된 이번 포럼에는 16개 국가에서 온 전문가·학자 수백 명이 참가했다. 한국에서는 조 소장과 2명의 학자가 함께 둔황을 찾아 이번 포럼에 참가했다. 조 소장 일행은 지난 21일 막고굴로 현장 답사를 떠났다.
조 소장은 “막고굴은 고대 실크로드 지역에서 매우 중요한 역사 유적으로 중국의 막고굴 보호 경험은 한국뿐 아니라 세계에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그는 대학시절 둔황 문화를 접하고 둔황 막고굴에 대한 연구를 시작했다. 박사 과정에서는 둔황 벽화의 고대 건축과 한국 건축의 비교 연구를 진행했다.
이번 포럼에서 조 소장은 포럼에 참가한 전문가들에게 한국 경주 토함산 석굴암의 보호 경험에 대해 집중적으로 소개하고 현지의 대표적인 석굴암 사찰의 복원, 에어컨 설치, 과학기술 모니터링 강화 조치 등 세계문화유산을 보호하기 위해 들인 노력을 강조했다.
리량(李亮) 간쑤성 칭양(慶陽)시 북(北)석굴사문물보호연구소 부소장은 조 소장의 강연을 들은 후 중·한 양국의 석굴이 유사성이 있지만 다른 특징도 있다며 양측이 문물 보호 분야에서 교류·협력을 강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 소장은 석굴의 풍화 반응과정 및 중국의 석굴 디지털화 보호 기술에 관심이 많다며 “디지털 기술은 문화재의 영구적 보존에 탄력을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은 총 5천986개의 석굴사 및 마애(摩崖)조각상을 보유하고 있으며 문화재의 디지털화 보호를 모색한 지 30년이 넘었다. 현재 이들 디지털화 성과는 가상현실(VR) 로밍 등 분야에 응용되고 있다.
조 소장은 막고굴을 답사하면서 디지털 자원을 바탕으로 제작된 막고굴 풀돔(fulldome) 영상 관람을 통해 천 년의 역사를 간직한 동굴 속으로 들어가 아름다운 벽화, 조각상, 고대 건축 등에 푹 빠진 채 거닐었다.
1천300여 년 전 당나라 시대 동굴에서 그는 중·한 양국의 깊은 교류의 역사를 발견했다. 머리에 ‘조우관(鳥羽冠)’을 쓴 신라 사신의 모습이 벽화에 생생하게 남아있었던 것이다.
닝자허(寧家禾) 둔황연구원 한국어 해설사는 둔황 최대의 벽화 중 하나인 오대산도(五台山圖)에 ‘신라왕자탑’이 나왔으며 둔황 장경동(藏經洞)에서는 신라 시대 고승 혜초(慧超)가 인도의 여러 나라를 순례한 이야기를 담은 왕오천축국전(往五天竺國傳)이 출토됐다고 소개했다.
최근 수년간 둔황 벽화를 주제로 한 전시회가 한국에서 여려 차례 열렸다. 한국 고려대학교 등 대학은 둔황학 연구 기관을 잇따라 설립하고 둔황 문헌 보호 연구에 참여했다. 지난 2021년 한국은 ‘제5회 실크로드(둔황)국제문화박람회’의 주빈국을 맡아 그해 ‘동아시아 문화의 수도’ 중국 둔황 행사의 해에서 중·일·한 삼국 문화의 교류 성과를 집중 조명했다.
“예전에 주로 그림으로 접했던 막고굴을 직접 보고 큰 감명을 받았습니다. 문화유산이 대대손손 전승되도록 하기 위해 어떠한 일을 해서라도 보호하고 싶습니다.” 조 소장의 말이다.
그는 이번 둔황 방문을 통해 많은 전문가들을 알게 되고 석굴 보호 경험에 대한 소중한 경험을 서로 교류할 수 있게 돼 감사하다며 양국이 심도 있는 협력과 교류를 더욱 많이 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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