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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파친코2’ 정은채의 과제, 김성규의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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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친코(Pachinko)’ 시즌 2로 만난 김성규(왼쪽)와 정은채. / Apple TV+
‘파친코(Pachinko)’ 시즌 2로 만난 김성규(왼쪽)와 정은채. / Apple TV+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애플TV+(Apple TV+) 시리즈 ‘파친코(Pachinko)’ 시즌 2로 글로벌 시청자 앞에 선 배우 정은채‧김성규가 첫 연기 호흡에도 흠잡을 데 없는 ‘케미스트리’를 완성했다. 최근 만난 두 배우는 시즌 2 공개 소감과 촬영 비하인드, 연기에 중점을 둔 부분 등 작품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파친코’는 스스로에게 떳떳하게 살기 위해 낯선 땅에 뿌리를 내리고 살아온 강인한 어머니 ‘선자’(윤여정/김민하 분)의 시선을 통해 사랑과 생존에 대한 광범위한 이야기를 4대에 걸친 연대기로 풀어낸 작품이다. 

한국계 미국인 이민진 작가의 동명의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도서를 원작으로, 애플TV+가 자체 제작한 오리지널 시리즈다. 2022년 4월 시즌 1 공개 후 약 70년에 걸쳐 펼쳐지는 ‘자이니치(재일동포’)들의 삶과 이야기를 따뜻하면서도 현실적으로 담아내 전 세계 시청자를 사로잡은 것은 물론, 해외 유수의 시상식을 석권하며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정은채는 ‘파친코’ 시즌 1에 이어 시즌 2에서도 활약하고 김성규는 이번 시즌부터 새롭게 합류했다. 시즌 1에서 경희로 분해 거친 현실 앞에 애써 침착함을 유지하려는 모습부터 참아왔던 두려움을 터뜨리는 모습까지 현실감 있게 소화해 호평을 얻었던 정은채는 시즌 2에서는 한층 성숙하고 강인해진 면모를 보여준다. 선자와 함께 가족을 책임지기 위해 애쓰며 강인해지는 모습과 새롭게 찾아온 변화에 흔들리는 감정 연기까지 섬세하게 그려낼 예정이다. 

김성규는 김창호를 연기한다. 영화 ‘범죄도시’ ‘악인전’ ‘한산: 용의 출현’ ‘노량: 죽음의 바다’ 등 매 작품 강렬한 연기와 폭넓은 스펙트럼으로 대중의 신뢰를 얻어온 그는 ‘파친코’ 시즌 2에서 단단한 내면을 지닌 캐릭터를 깊은 감정 연기로 소화하며 작품에 새로운 활력을 더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새로운 관계성을 보여줄 김성규(왼쪽)와 정은채. / Apple TV+
새로운 관계성을 보여줄 김성규(왼쪽)와 정은채. / Apple TV+

-시즌 2 공개 소감은. 

정은채 “시즌 1이 많은 사랑과 응원, 지지, 그리고 전 세계적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작품이기 때문에 시즌 2가 제작돼서 참 기쁜 마음이었지만 그런 기대에 부응해야 한다는 숙제도 똑같이 주어졌다. 나도 그렇고 만드는 분들도 어떤 욕심이나 과한 설정보다 시즌 1에서 사람들이 좋아했던 코드 자체를 그대로 이어가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그런 부분에서 여전히 담백하고 섬세하게 그 톤을 잘 유지했다고 생각한다.” 

-새롭게 합류했다. 오디션 과정은. 

김성규 “오디션 영상을 찍었을 때 기대가 전혀 없었다. 조금 (텐션이) 떨어져 있던 시기였고 고민도 많을 때였다. 그래서 기본에 충실하려고 했던 것 같다. 그런데 성격상 책임감이라고 해야 할까. 주어진 오디션이 있다 보니 깊이 들어가는 상황이 됐다. 케미스트리 오디션 때도 나는 안 되겠다는 생각을 정말 많이 했다. 실제로 (정은채를) 만난 적 없는 상황에서 머릿속에서 매치가 잘 안됐고 실제로 만났을 때도 너무 먼 사람처럼 느껴졌다. 스스로 내가 해온 역할에 대한 편견이 있었던 것도 같다. 그 역할이 아닌 역할을 할 수 있을까 하는. 그래서 오디션을 준비하면서 원작을 봤을 때 ‘이건 내가 아닌데’ 싶었다. 더 멋지고 조금 더 매력 있는 인물로 상상을 했기 때문에 그래서 더 부끄러웠던 것 같다. 준비를 많이 못하기도 했고. 잘못 가고 있는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안 될 것 같은 상황에 겁이 많이 나면서도 그 과정에 또 쉽지 않은 큰 경험을 했다고 생각하면서 돌아갔던 기억이 있다.”

정은채 “말은 이렇게 겸손하게 하는데 그때그때 요구하는 것들, 갑작스러운 과제에도 유연하게 계속해서 변주하면서 끊임없이 시도하더라. (제작진도) 그런 모습에서 연륜과 노력하는 모습을 봤던 것 같다.”

-김성규 합류 소식을 들었을 때 어땠나. 연기 호흡은. 

정은채 “창호의 캐릭터가 시즌 2에 처음 등장하게 되는데 과연 누가 이 역할을 맡게 될지 모든 배우와 스태프가 기대하고 궁금해했다. 나도 마찬가지고. 캐스팅되기 전에 정말 많은 사람들이 내게 물어보기도 했다. 나도 당연히 모르지만. 그 정도로 아주 매력적이고 중요한 캐릭터였다. 나(경희)와 밀접한 관계를 갖는 캐릭터이기 때문에 오디션 현장에 갔고 ‘케미스트리’ 오디션을 통해 호흡을 맞춰봤다. 대사를 주고받으면서 두 사람 사이 좋은 느낌이 오가는지 어울리는지를 확인하는 오디션이다. 그때 이 사람이 되겠구나 싶은 굉장히 희한한 경험을 했다. 이런 게 한눈에 느껴지는구나, 캐스팅이 되는 순간이 이런 거구나, 놀라고 소름 끼치는 순간이었다. (김성규는) 차분하고 한결같은 사람이다. 더 빨리 친해지려고 과한 노력을 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적당한 거리감과 친근감을 유지하는 모습을 보면서 잘 어울리겠다는 확신이 있었고 연기를 하면서 더 든든하고 믿음직스러운 배우라 기뻤다.”

김성규가 시즌 2 합류 과정을 떠올렸다. / Apple TV+
김성규가 시즌 2 합류 과정을 떠올렸다. / Apple TV+

-경험해 보지 못한 시대 속 인물을 표현해야 했고 묵직한 메시지를 담고 있었다. 어떤 마음으로 임했나. 

김성규 “한 인간으로서 역경을 이겨내는 것을 조금 더 중요하게 생각하려고 했다. 막연하더라. 간접적으로 상상해 봐도 그렇고 막연하게 다가와서 그냥 인간으로서 뭔가를 사랑하면서 그로 인해 삶이 변화하고 희망을 갖게 되고 그런 것들을 나로서 더 상상해 보면서 작업했다.”

정은채 “역사 속 인물들의 이야기인데 그런 사건을 직접적이거나 폭력적으로 묘사하지 않는다. 은유적으로 묘사됐다고 생각한다. 그 상황들을 오히려 인물을 통해 상상할 수 있게끔 연출됐다고 생각했고 우리가 그 인물로서 그 배경을 표현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치열하고 척박한 상황을 모든 캐릭터 한 명 한 명을 통해 드러나길 바랐고 그렇게 신경을 쓰면서 연기했다.”

-창호는 어떤 인물이었고 어떻게 접근했나.  

김성규 “고한수 밑에서 일하는, 뒤치다꺼리를 하는 인물로 나온다. 고한수를 과거에 만난던 시점부터 존중하는 캐릭터로 그가 시킨 일을 묵묵히 수행한다. 그 일 중 하나가 선자네 가족을 돌보고 옆에서 지켜보는 거였다. 이전에 연기했던 캐릭터와 제일 많이 달랐던 것은 관계성을 맺는다는 거다. 그 지점이 새롭기도 하고 우려되는 부분이기도 했다. 시청자 입장에서 시즌 1을 보면서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배우로서는 작은 배역 모두 그 속에 있는 인물로서 살아있는 캐릭터로 보이는 게 부럽기도 했다. 어떻게 하면 저렇게 할 수 있을까 하며 본 시리즈였는데 하게 된다고 해서 걱정이 됐다. 관계 안에서 흠모하고 단순히 멜로를 넘어 개인 인생에서 변화를 갖게 되는 거라 원작도 열심히 봤고 레퍼런스도 많이 찾아봤다. 나라는 사람에 대해 상상을 많이 해보려고도 했다. 그렇게 접근하며 준비했고, 현장에서 도움을 많이 받았다.”

-원작을 보면서 어떤 인물로 상상했나. 연기를 하면서는 어떻게 표현하고자 했는지.  

김성규 “뭔가 기댈 수 있는 외형을 상상했다. 나와는 어울리지 않을 거라는 생각을 먼저 했던 것 같다. 조금은 자신감이 떨어져 있는 시기였어서 그런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준비하고 촬영하면서는 묘하게 나와 잘맞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즌 1부터 이어온 배우들이 가족 같은 분위기가 있었고 한 사람 한 사람이 다 사랑스러웠다. 많이 도와주기도 했다. 그게 너무 좋았고 도움이 되고 싶은 마음도 컸다. 김창호라는 사람도 그런 지점에서 선자 가족 안에 존재하는 게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 또 김창호가 생존을 위해 살아가는 사람인데 선자 가족을 만나면서 꿈을 꾸게 되는 지점들도 촬영하면서 내가 느낀 생각과 많이 닮아있어서 도움이 많이 됐다.”

한층 깊어진 연기력을 보여준 정은채. / Apple TV+
한층 깊어진 연기력을 보여준 정은채. / Apple TV+

-시즌 1에 이어 다시 경희를 연기했다. 어떤 고민을 했나. 연기적으로 중점을 둔 부분은.

정은채 “가장 큰 숙제는 표면적인 변화였다. 외모의 변화 같은 것들이 설득력이 있어야 한다고 모두가 생각했다. 극 중에서는 7년 이상 시간이 지난 후부터 시작되는데 실제 시즌 1을 촬영한 건 불과 2년 전이라 테스트 분장을 정말 여러 번 하면서 조금 더 과하게 혹은 조금 덜어서 그런 과정이 정말 길었다. 어려운 숙제였다. 자연스러운 개성이 여전히 드러나면서도 세월의 풍파를 온몸으로 맞은 듯한 느낌을 가져가야 했는데 전무가들이 다 애를 쓰고 모두가 다 노력해 줘서 잘 나온 것 같다. 연기적으로는 시즌 1에서 오랫동안 동고동락하면서 촬영했기 때문에 배우들끼리 진짜 가족이 된 느낌이 있었다. 특별히 더 가깝고 친밀하고 스스럼없이 많은 이야기를 주고받을 수 있을 정도로 가까워져서 그런 부분들이 시즌 2를 촬영하면서 정말 도움이 많이 됐다. 다시 시작하는 느낌보다 조금 더 깊이 있게 가져갈 수 있는 부분에 대해 도움을 많이 받았다.”

-경희의 변화를 조금 더 설명한다면. 

정은채 “경희는 응축된 아픔이나 서글픔이 정말 많은 캐릭터다. 그렇기 때문에 시즌 1에서 계속해서 담담하려고 하지만 불안감 같은 것들이 비집고 나온다. 시즌 2에서는 그런 어려운 환경에 적응을 해나가면서 이미 많은 것들은 내려놨고 적응해 나가는 모습으로 시작하지만 한편으론 똑같은 인간이기에 누군가는 나를 알아줬으면 하는 마음과 오랜 세월 스스로 외면했던 부분들이 관계들을 통해서 조금씩 드러나게 되는 이야기가 있다.” 

-촬영 과정에서 한국과 할리우드의 차이를 느낀 게 있다면. 

김성규 “현장에서 세부적으로 파트가 나눠 있어서 매니저 없이 진행을 했던 게 새로웠다. 출퇴근을 같은 차를 타고 가는 경우도 있었고 그러면서 조금 더 가까워진 게 있다. 그 외에는 크게 다르지 않았다.”  

정은채 “많은 파트가 세분화돼 있는 지점이 다른 것 같고 시즌 2 세트가 토론토에 있었는데 배우들이 모두 홀로 배낭 하나 메고 학교 가듯, 출퇴근하듯 가듯 했던 게 (한국과) 달랐다.”

더욱 풍성한 서사를 풀어낼 ‘파친코’ 시즌 2. / Apple TV+
더욱 풍성한 서사를 풀어낼 ‘파친코’ 시즌 2. / Apple TV+

-리안 웰햄‧진준림‧이상일 감독 등 여러 감독과의 작업도 색다른 경험이었겠다. 어땠나. 

정은채 “시즌 1은 감독이 둘이었는데 이번에는 셋이 한다고 해서 굉장히 놀라운 소식이었다. 8개 에피소드를 나눠서 연출했다. 촬영이 세트면 몰아서도 찍어야 하는 스케줄이라 하루에도 다른 감독님이 오셔서 찍고 또 찍고 그랬다. 그렇기 때문에 소통하고 이해해 나가는 시간이 더 필요했고 모두가 계속 깨어있어야 했다. 원하는 게 어떤 것이고 어떤 방향으로 연출하고 싶은 건지 감독마다 달랐기 때문에 질문도 많이 하고 이야기도 정말 많이 하면서 작업했고 국내에서는 경험하지 못한 과정이었다. 어렵기도 했지만 좋은 경험이었던 것 같다. 익숙함보다 계속해서 알아가고 배운다는 마음으로 현장에서 예민하고 날이 서 있는 자세로 있었기 때문에 좋은 경험이었다.”

김성규 “이분들이 하는 말을 최대한 이해하자는 마음으로 촬영을 진행했다. 다행히 후반부 에피소드를 담당한 이상일 감독님과 정서적으로나 언어적으로 더 잘 소통할 수 있었다. 아무래도 한국말을 하니까 조금 더 많은 대화를 나눌 수 있었고 그 대화가 단순히 언어를 넘어 정서적으로도 더 잘 전달해 준 것 같다. 완성된 작품을 보고 나니 에피소드마다 감독님들의 장점이 잘 살아있더라. 이렇게 한 이유를 알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외국 자본을 들여 외국 제작진이 만든 우리나라 이야기다. 그래서 배우에게 더 의지한 점도 있을 것 같은데. 

김성규 “내가 느끼기엔 배우들의 섬세한 감정에 대해 정말 많이 대화를 하려고 시도했던 것 같다. 한국인 배우의 생각이 어떤지 물어보기도 했고 역사나 배경에 대한 것도 전문가를 한 분 한 분 모셔 오면서 전반적으로 정성을 많이 들인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은채 “모든 전문가가 현장에 있었고 최대한 현실감 있게, 그 시대의 색깔을 살리려고 모두 애를 많이 썼다. 한국계 미국인도 있고 정말 다국적 스태프가 있었는데 그렇기 때문에 누구 하나 100% 확신을 가진 사람은 없었다. 그래서 더더욱 소통을 많이 했어야 했고 배우들에게 의지한 것도 많았다. 밥 한 끼를 먹는 신에서도 공부해서 만들었지만 말이 되는 세팅인지 이런 소품이 맞는 건지 물어보기도 하고 우리가 먼저 이야기하기도 하고 그때그때 변경도 하면서 고증을 위해, 완벽을 향해 모두가 열린 마음으로 애쓰는 게 신선하고 재밌었다.”

-시즌 1에서 오프닝 시퀀스가 화제가 됐는데 시즌 2 오프닝 시퀀스도 인상적이더라. 촬영 비하인드가 있다면. 

정은채 “시즌 1 오프닝 시퀀스가 사랑을 많이 받아서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시즌 2에서는 규모를 더 키워서 며칠 동안 촬영했다. 오프닝을 이렇게 힘줘서 찍는 게 당황스럽기도 했지만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서 모두가 질세라 최선을 다해서 했다.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배경으로 두고 하루 종일 춤을 췄다. 슬프고 우는 신이 많았는데 그날만큼은 모든 걸 다 내려놓고 즐겁게 웃었다. 시간이 지나도 기억이 많이 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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