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킨 한 마을리값에 배달비까지 더하면 3만원에 육박하는 ‘치킨값 3만원 시대’가 열렸습니다. 고물가 기조가 장기화하는 가운데 서민들이 즐겨 찾는 간식이자 안주로 꼽히는 프랜차이즈 치킨 가격은 6~7개월마다 5~6%씩 오르고 있습니다. 이 같은 상황에 대구에서 1만원 프랜차이즈 치킨 판매 도전에 나선 업체가 있어 주목됩니다. 핵심은 ‘맛성비(맛+가성비)’를 위한 상생과 혁신에 있었습니다.
2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덤브치킨은 대구에 본점을 둔 프랜차이즈 업체입니다. 지난해 6월 대구 수성점을 연 후 ‘바보치킨’이라는 별명으로 인기몰이를 하고 있습니다.
국내산 냉장육 닭(9호)으로 만든 프라이드치킨 한 마리 가격은 9900원 입니다. 현재 대구를 중심으로 14개 가맹점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1년밖에 되지 않았지만 가맹점 평균 월 매출은 3500만원에서 4000만원 정도가 될 뿐 아니라, 본사 마진율을 낮춰 가맹점주가 수익을 25% 정도 가져가는 구조를 구축해 나가고 있습니다.
지난해 소비자공익네트워크 조사에 따르면 3대 대표 치킨 프랜차이즈(BBQ·bhc·교촌치킨)의 3년간 평균 가격 인상률은 12.6%였습니다. 최근 BBQ는 대표 메뉴 ‘황금올리브치킨’ 가격을 2만원에서 2만3000원으로 올리는 등 23개 제품 가격을 6.3% 인상했습니다. BBQ 외에도 다른 프랜차이즈 치킨 업체들도 가격을 올리면서 일부 메뉴 가격이 2만3000~2만4000원까지 된 상황입니다. 프랜차이즈 치킨 업계 관계자들은 “배달비를 포함해 3만원 가까이 받아도 원재료 가격에 인건비가 올랐고, 배달 중계 수수료까지 점주가 부담하는 구조에서는 팔아도 남는 게 별로 없는 게 현실”이라고 토로합니다.
◇본사 마진 최소화한 육계·기름 등 원재료 공급
3만원에 육박한 치킨 가격은 대형 프랜차이즈 업체 가격 구조에 따른 것입니다. 한국육계협회에 따르면 보통 국내에서 팔리는 육계(고기를 먹기 위해 대량으로 키우는 닭)는 무게에 따라 100g 단위로 5호부터 16호까지 나뉩니다. 5호가 가장 작고 16호가 가장 큰데, 프랜차이즈 업체들은 보통 9~10호를 사용합니다. 지난 23일 기준 9~10호는 마리당 3769원이었습니다.
이때 프랜차이즈 업체들은 도계 업계 마진과 본사 수수료 등을 더 붙여 약 6000원 안팎의 가격으로 가맹점에 닭을 공급합니다. 다리나 날개만 모은 부분육의 경우엔 10~15% 가격을 더 내야 합니다. 육계 외에도 카놀라유나 올리브유 등 단가가 상대적으로 비싼 식물성 기름을 사용하는 프랜차이즈 치킨 가격은 더 오를 수밖에 없습니다. 올리브유 가격은 지난 1년 새 2배 넘게 뛰었습니다.
덤브치킨은 이 부분에서부터 새로운 출발선을 긋기로 했습니다. 덤브치킨이 가맹점에 공급하는 육계 가격은 5000원입니다. 훈제오리 제품으로 유명한 다향오리와 계약해 마진을 최소한으로 낮췄습니다. 치킨을 튀길 때 쓰는 기름은 최근 작황 문제로 가격이 오른 올리브유가 아닌 해바라기 혼합유를 사용해 수입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인한 타격을 줄였습니다. 육계와 기름, 파우더 등 모두 합치면 6500원 선에서 가맹점에 원자재가 공급됩니다.
◇배달앱 월 8만8000원만 지출… 광고비 등 부수 비용 전부 본사 부담하는 구조
프랜차이즈 치킨 업체는 배달앱을 통한 지출도 많은 편입니다. 배달 기사에게 주문 건당 4000원 안팎의 배달비를 내야 합니다. 거리가 멀어지면 5000~6000원까지도 올라가는 게 현실입니다. 특히 배달앱마다 기능에 따라 중계 수수료도 천차만별입니다. 기본 요금제는 월 8만8000원이지만, 배민1플러스를 포함해 조금이라도 더 많은 배달을 할 수 있도록 하려면 그 이상의 요금제에 가입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대다수의 점주들은 본인 부담으로 무료 배달까지 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프랜차이즈 치킨 가맹점주는 “치킨 프랜차이즈가 너무 많은 상황에서 서로 안 뒤처지려다 보니까 치킨 가격이 경쟁적으로 올랐다. 문제는 오른 치킨 가격에 주문 건수는 줄었다는 것”이라며 “본사 영업이익은 오르겠지만, 우리 같은 점주들은 고생만 하고 수중에 떨어지는 건 고작 몇천원이 전부”라고 하소연했습니다.
덤브치킨은 배달앱을 홍보용 차원으로만 사용하고 있습니다. 국내 배달앱 1위로 꼽히는 배달의민족(이하 배민)의 가장 기본 요금제인 ‘울트라콜’에 월 8만8000원 가입으로 소비자와 가맹점주가 절반씩 분담하도록 합니다. 다른 배달 요금제를 사용하는 대신 지역 내에 ‘이런 치킨집도 있구나’에 초점을 맞춰 전화 주문을 통한 포장(테이크아웃)과 매장 운영이 전문인 프랜차이즈 치킨 업체가 되도록 했습니다. 저렴한 가격으로 승부를 본 것입니다. 윤성원 덤브치킨 대표는 “배민에서는 기본 배달 기능만 사용하고, 포장 주문 등은 따로 쓰고 있지 않다”며 “우리 매장을 네이버에서 직접 찾아보고 전화를 해 포장하거나 매장을 이용하는 손님들이 2~3배 정도 많다. 지역 내에서 싸면서 맛있는 치킨이라고 입소문이 난 덕분”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덤브치킨은 프랜차이즈 치킨업체의 치킨 가격에 숨겨진 광고비와 본사 로열티, 포장 비용 등을 일체 부과하고 있지 않습니다. 매장 자체 광고비는 배달앱 이용료인 월 8만8000원이 전부인 상황에서 본사 차원에서 광고를 전혀 하고 있지 않아 따로 가맹점주에게 청구하는 부가적인 비용은 없기에 1만원치킨 가격이 가능한 것입니다. 덤브치킨 관계자는 “포장 비용에 들어가는 박스 등도 이미 원재료 값으로 공급하는 6500원에 포함돼 있어 따로 청구하지 않는다”며 “9월부터 라디오를 통해 처음으로 광고를 시작할 계획이지만, 해당 광고비도 가맹점 등에 전가하지 않고 본사에서 전액 부담할 예정”이라고 말했습니다.
업계에서는 1만원 프랜차이즈 치킨의 성공은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고 합니다. 다만 프랜차이즈 치킨 업계에 공고했던 ‘3만원 치킨 값’에 대해 덤브치킨이 던진 메시지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프랜차이즈 본사 영업이익이 증가한 만큼, 수익을 공유하는 비율을 한 번 더 고민해본다면 소비자들은 저렴한 가격에 치킨을 먹을 수 있고, 가맹점주들은 일한 만큼 제 손에 떨어지는 돈이 늘어나게 될 것”이라고 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