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표가 당 대표로 선출된 뒤에 제가 선인장을 선물로 보냈습니다. (당선 축하를 위해) 통상 난을 보내는데 난은 관리도 쉽지 않고, 더 중요한 건 선인장 꽃이 사막이라는 매우 열악하고 험난한 곳에서 꽃피우는 식물 아니겠습니까. 이재명 대표가 그렇게 되시란 뜻으로 제 맘을 담았습니다. 선인장 꽃말이 ‘열정’ ‘뜨거운 마음’ 이런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 대표가) 그런 맘으로 민주당과 이 나라를 끌고 나가주시라’ 이 맘이었습니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
“선인장을 선물하시길래, 저야 말은 안 해도 진심을 잘 알죠. 그런데 누가 혹시 ‘찔리라고 그런 게 아닌가’ 왜곡할까 봐 걱정되던데 빨리 설명해줘서 다행입니다. 귀한 꽃을 반드시 피워보도록 하겠습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가 21일 오후 국회 조국혁신당 회의실에서 마주 앉았다. 지난 18일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로 연임에 성공한 이후, 이 대표가 취임 인사차 조 대표를 공식 예방한 자리다. ‘축하 난’ 전달 공방으로 가뜩이나 싸늘했던 대통령실과 민주당 사이가 더욱 냉랭해진 가운데, 두 사람은 ‘축하 선인장’을 매개로 덕담을 주고받으며 모처럼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야권 표심을 두고 경쟁하는 관계이기도 한 두 대표는 이 자리에서 “우리는 동지”(이 대표), “찰떡궁합”(조 대표)이라는 말을 주고받으며, 윤석열 정부 견제를 위한 협력을 다짐했다.
먼저 발언에 나선 조 대표는 “당장 시급한 것은 윤석열 정권의 조기 종식, 파탄지경인 민생 회복 문제, 그리고 정권교체”라며 “이 대표가 선봉에 서서 3가지 과제의 해결사 역할을 해달라”고 말했다. 그는 “곧 정기국회가 시작할 텐데 윤석열 정권을 견제하고 비판하는 데 있어서 찰떡궁합으로 헤쳐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이 대표도 “두 당의 관계는 협력적 경쟁 관계이자 경쟁적 협력관계” “두 당은 ‘사람 인’(人) 자처럼 서로 기대지 않으면 넘어지는 관계”라며 “우당(友黨)으로서 최종적 정권교체를 이뤄내자”고 화답했다. 이 대표는 국회 내 현안을 언급하는 과정에서 조 대표의 손을 덥석 잡으며 “조국혁신당도 많이 도와주길 바란다. 하여튼 우린 동지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두 대표는 ‘채 상병 특검법 처리’에서도 협력을 다짐했다. 조 대표는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제삼자 추천’ 특검을 하겠다고 했다가 민주당이 그 안을 받겠다고 하니 또 부대조건을 다는 등 갈 지(之)자 행보를 보인다”며 “우리 당은 ‘야당 추천’이 맞는다고 생각하지만, 국면 타개를 위해 제삼자 추천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만큼, 이 대표가 협상력을 발휘해 달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이에 “민주당도 여전히 제삼자 추천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하지만, 정치란 자기주장만 관철할 수 있는 게 아니니 타협안을 모색해 보겠다”고 답변했다.
한겨레 이정애 기자 / hongby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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