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권신영 기자】 외국인 가사관리사 시범사업 실행이 열흘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여전히 저출생 대책으로서의 실효성과 노동자 인권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21일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 7월 17일부터 3주간 외국인 가사관리사 시범사업 이용가정 모집에 157가정이 선정돼, 내달 3일부터 필리핀 가사관리사들이 서울시 가정에 본격 투입된다.
서울시는 이용가정 선정에 있어 맞벌이, 한부모, 다자녀, 임신부를 우선으로 선정하되 자녀 연령, 이용기간, 가사관리사 근로시간(40시간), 지역 배분 등을 전반적으로 고려해 선정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저출생 대책으로 내놓은 외국인 가사관리사 사업이 정작 출산율 제고에는 효과가 떨어질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외국인 가사관리사의 임금은 시간당 9860원으로, 하루 8시간을 기준으로 가사관리사 이용가정은 월 238만원이라는 지출이 생기는 만큼 경제적인 부담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서울시 외국인 가사관리사 이용가정 선정 결과, 경제적 여유가 있는 동남권(서초·강남·송파·강동)이 59가정(37.6%)으로 가장 많았다. 시범사업을 신청한 가정 중 318곳(43%)은 강남3구에 있는 가정이었다.
뒤이어 도심권(종로·중구·용산 등) 50가정(31.8%), 서북권(은평·마포·양천·강서) 21가정(13.4%), 서남권(구로·영등포·동작·관악) 19가정(12.1%), 동북권(중랑·성북·노원·강북) 8가정(5.1%) 순으로 조사됐다.
유형별로는 맞벌이 다자녀 97가정(61.8%), 한자녀 39가정(24.8%), 임신부 14가정(8.9%), 한부모 7가정(4.5%) 순으로 집계됐다.
이에 정치하는 엄마들 박민아 활동가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200만원 정도의 고정비를 매달 고정적으로 지출하는 건 수입이 어느 정도 보존이 되는 과정에서 가능한 건데, 정말 일부 가정을 위해 존재하는 정책이라고밖에는 생각들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서울여자대학교 사회복지학과 정재훈 교수 역시 본보에 “현재는 구매력 있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가사 돌봄 서비스가 공급되고 있다”면서 “해당 정책이 저출생 대책으로서 크게 효과가 있진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가사돌봄 서비스 자체가 수요에 비해 공급이 적고, 소비자의 수요를 충족시키지 못해서 이러한 제도까지 나오게 된 것”이라며 “가사 돌봄 관련 사회서비스 시장을 민간 영리기관에게도 개방하고 정부가 제공하는 아이 돌봄 바우처 사용을 허용함으로서 공급 주체를 다양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외국인 가사관리사 시범사업은 경제력을 갖춘 부모를 위한 대책’이라는 일각의 지적에 대해 서울시 차미영 가족정책팀장은 본보와의 통화에서 “일단 시범사업이기 때문에 이 같은 부분들도 하나의 예비 지표가 될 수 있다”며 “제도를 설계하는 과정에서 그 의견도 충분히 감사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실질적으로 어떤 가정이 얼마나 경제력이 있어 사업에 신청했을지는 알 수 없기 때문에 경제력을 갖춘 부모를 위한 대책이라는 해석은 섣부를 수 있다”며 “현재 공공기관에서 운영하는 종합형이나 민간 관리사 서비스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됐으니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고 봐주시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에 더해 업무 범위의 모호성이 외국인 돌봄 근로자의 과로를 유발할 수 있다는 지적 또한 나오고 있다.
가사관리사에 대해 청소, 세탁 등 육아와 관련된 가사를 벗어나지 않는 범위에서 동거가족에 대한 가사업무를 부수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는 등 모호한 문구를 사용해 이용가정의 오해를 야기한다는 비판이다.
가사관리 서비스 제공기관 ‘대리주부’에 따르면 필리핀 가사관리사가 수행해야 할 업무는 ‘자녀돌봄 및 그와 관련된 가사활동’이다. 구체적으로 △아이 이유식 조리 및 먹이기 △목욕시키기 △기저귀 갈기 △아이 방 청소 등이 있다.
서비스는 하루 4시간, 6시간, 8시간으로 나뉘는데 일 6시간 이상의 서비스의 경우 △어른 옷 세탁·건조 △어른 식기 설거지 △욕실 물청소 등의 업무도 할 수 있다.
해당 업무 가이드라인이 모호하다는 지적이 이어지자 고용노동부는 자료를 발표해 “가사관리사는 이용계약에 사전에 명시된 업무를 수행하고 이용자는 가사관리사에게 직접 임의로 업무지시를 할 수 없다”며 “이용자를 대상으로 이용계약 외 지시금지 등 준수사항 교육 프로그램도 준비했다”고 부연했다.
또 서울시와 정부는 이에 서울시·고용부·업체로 이뤄진 ‘제3자 운영 협의체’를 구성, 가사관리사에게 성희롱이나 인권침해 등 중대한 문제가 발생할 경우 직접 중재에 나서겠다고 약속했다.
차 가족정책팀장은 ‘제3자 운영 협의체’ 설립에 관련해 “기존 인력에서 3명의 민원 담당 직원을 지정해 서울시 차원에서 대응할 것”이라며 “사업을 주관하는 대리주부와 돌봄플러스에도 별도 상담 창구를 마련했고 현지 통역이 가능하신 통역업자를 갖춰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전국연대노조 최영미 가사돌봄서비스지부장은 서울시가 발표한 갈등 중재 시스템에 대해 “이 역시 센터나 업체를 따로 개설한다는 등 구체적인 방안이 나오지 않았다”며 “홍보할 때 애초에 아이 돌봄에 더해 ‘부분적인 부가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발표한 바 있고, 이용자 입장에서는 아주 저렴한 임금을 지불하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갈등 중재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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