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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 위에서 전기차 불나면 대참사”…’전기차 포비아’, 해운업계로 번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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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 위에서 전기차 불나면 대참사'…'전기차 포비아', 해운업계로 번졌다
12일 오후 제주항에서 출항하는 2만톤급 카페리 여객선에 전기차가 선적 전 준비를 하고 있다. 뉴스1

최근 원인불명의 전기차 화재가 잇달아 발생하면서 전기차의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커진 가운데, 해운업계에서 전기차 선적을 기피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바다를 운항하던 중 배에 실린 전기차에서 자칫 화재라도 발생할 경우 대형 참사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19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선사와 선주 대부분은 지난 8일 내려진 해수부 권고에 따라 전기차 배터리 충전율을 50%로 제한해 전기차 선적을 일부 제한하거나 아예 금지하고 있다.

통영항에서 연화도·우도·욕지도를 오가는 차도선을 운항하는 한 선사는 권고 기준에 따라 배터리 충전율을 50%로 제한해 전기차를 선적하는데, 화재로 인한 불안에 주말인 지난 17일과 17일과 18일에는 급기야 전기차 선적을 금지했다.

이 선사 관계자는 “바다 한 가운데에서 불이 나면 마땅한 대비책도 없고, 침몰 등 큰 피해가 날 우려가 있다”며 “최근 전기차 화재로 불안감이 큰 상황이기에 지난 주말에는 아예 선적을 금지했고, 지금은 권고 기준을 따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예약해놓고 충전율 등 권고 기준을 고객이 당일에 지키지 않는 경우를 막기 위해 전기차 선적 관련 온라인 예약은 아예 막고 있다”고 설명했다.

통영 가오치항과 사량도를 연결하는 차도선 2척을 운영하는 통영의 한 선사는 전기차 선적을 아예 금지하지는 않지만 배 맨 끝자리에 싣도록 했다. 울릉도와 육지를 잇는 한 여객 신사는 충전율 40% 이하 차량만 선적하거나, 운전자가 동승할 경우에만 선적을 허가하고 있다.

'배 위에서 전기차 불나면 대참사'…'전기차 포비아', 해운업계로 번졌다
12일 오후 제주항에서 출항하는 2만톤급 카페리 여객선 관계자가 선적을 앞둔 전기차의 충전율을 확인하고 있다. 뉴스1

해운업계는 한 번 불이 나면 진화가 어려운 전기차 화재 특성상 안전한 선박 운항을 위해 이같이 제한한다고 전했다. 운항 중 갑작스럽게 불이 났을 경우 이를 진화할 수 있는 적절한 진압 장비를 갖추기가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관련 대책이 절실하다는 것이다.

당초 정부는 화재에 대비해 전기차를 들어 올릴 수 있는 장비와 진화용 수족관을 선박 내에 배치하라고 권고하고 있지만, 비좁은 선박 안에 이런 장비를 일일이 배치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부산 지역 한 선사 관계자는 “전기차가 불이 났을 경우 배가 침몰하기 전까지는 사실상 진화가 어렵다고 본다”며 “수차례에 걸쳐 대안을 찾는 회의를 했는데, 사람 생명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0.1%의 위험이라도 있을 경우 전기차를 실어서는 안 된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이어 “전기차의 충전량을 줄여 선적한다고 하더라도, 소비자가 타고 오는 전기차의 관리 이력을 알 수 없어 선적하기 어렵다”고 부연했다.

업계에서는 운항 중인 선박 위에서 전기차 화재가 났을 경우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근본적인 대응 매뉴얼이 나와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바다는 육상과 달리 한번 불이 났을 경우 대응하기가 매우 어렵다”며 “전기차에 대한 완벽한 검증과 화재 시 어떻게 대응할 수 있을지에 대한 명확한 매뉴얼과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울경제
content@www.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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