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 없는 약자를 괴롭히는 악당에 당당하게 맞서는 히어로 서도철 형사가 돌아왔다.
9년 전 1300만 관객으로부터 뜨겁게 사랑받은 영화 ‘베테랑'(제작 외유내강)이 후속편을 내놓는다. 류승완 감독은 “서도철과 영화 속에 있는 사람들, 그들의 세계에 대한 애정이 더 깊어졌다”고 말하면서 ‘베테랑’의 귀환을 알렸다.
20일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베테랑2’ 제작보고회에서 류승완 감독은 후속편을 작업한 과정부터 작품을 상징하는 인물 황정민과 그가 연기한 서도철을 향한 깊은 애정, 그리고 새롭게 합류한 정해인에 갖는 신뢰와 기대를 숨김 없이 밝혔다.
이날 류승완 감독은 “서도철이 곧 황정민이라는 점이 ‘베테랑’의 처음이자 끝”이라며 “관객이 기다린 ‘베테랑’만의 익숙함, 9년 동안 쌓인 성장과 변화를 어떻게 더 숙성해서 보여드릴지 관건이었다”고 작업 과정을 돌이켰다.
‘베테랑2’는 가족도 돌보지 못하면서 밤낮 없이 범죄자들과 싸우는 베테랑 형사 서도철과 그가 이끄는 강력범죄수사대 형사들의 이야기다. 어느 날 한 교수가 죽고, 그 죽음이 이전에 발생한 살인 사건들과 연관된 사실이 드러나면서 전국은 연쇄살인범의 존재로 들썩인다. 그 때 서도철의 눈에 든 막내 형사 박선우가 투입되고, 사건은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흐르기 시작한다.
1편을 화려하게 장식한 강력범죄수사대 형사들이 후속편에도 그대로 출연한다. 황정민을 중심으로 장윤주, 오대환, 김시후 등이 다시 뭉쳤다. 신스틸러로 활약한 신승환 등 배우들도 동참해 1편의 개성을 이어간다.
하지만 감독은 1편의 분위기를 이어가는 데 머물지 않고 “조금 더 진화한 재미에 집중했다”고 밝혔다. 그렇게 선택한 부분이 “박력”과 “긴장”이다.
류승완 감독은 “1편과 달리 (서도철이)상대하는 빌런의 존재가 손에 잘 잡히지 않는다”며 “그래서 (2편은)좀 더 다층적인 이야기를 다루고 있고, 관객이 보다 다양한 측면에서 영화를 즐길 수 있도록 노력했다”고 말했다.
● 정해인의 액션 9.99점 준 이유는?
류승완 감독은 ‘베테랑’ 1편을 떠올리면서 “영화를 만드는 내내 과정이 즐거웠고 함께 하는 배우와 스태프 모두 호흡이 좋았다”며 “엄청나게 성공을 거둘지 몰랐고 큰 규모의 영화도 아니었다”고 했다.
욕심 없이 임한 과정만큼이나 결과도 예상을 뛰어넘는 대성공이었다. 이에 감독은 1편을 마무리한 직후 황정민과 “또 하자고 약속을 했다”고 돌이켰다. 다만 후속편을 내놓기까지 9년이 걸릴 줄은 몰랐다고 했다.
성공한 1편을 잇는 후속편의 작업은 당연히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고민 끝에 감독은 “전작의 성공을 답습하면 안되고 그렇다고 너무 새로운 걸 추구해서도 안된다”는 기조로 작업에 임했다.
그래서 선택한 인물이 “신선한 피”로 수혈된 막내 형사 박선우 캐릭터다. 배우 정해인이 맡아 연기했다.
류승완 감독은 “형사팀에 새로운 피로 누가 좋을까” 생각하다가 영화 ‘시동’에서 같이 작업한 정해인을 떠올렸다. ‘시동’은 정해인이 2019년 주연한 영화로 류승완 감독이 제작을 맡았다.
정해인에 대해 감독은 “인상이 좋았고 방황하는 청춘 뿐 아니라 ‘엄친아’로도 어울리고 어둡고 뒤틀린 분위기도 어울려서 다양한 매력이 있다고 생각했다”며 “출연을 제안하니 흔쾌히 받아들여줬고 호흡이 정말 좋았다”고 돌이켰다.
류승완 감독의 영화에서는 액션을 빼놓을 수 없다. 황정민은 그동안 류 감독의 영화 ‘부당거래’ ‘군함도’ 등을 함께 하면서 고난도 액션을 다양하게 소화한 경험이 있지만 정해인과는 첫 작업이다. 사실 ‘베테랑2’를 기다리는 관객들의 관심이 집중되는 부분 역시 류 감독과 만난 정해인의 액션 도전에 있다.
이와 관련해 감독은 “정해인은 액션을 할 때 동작이 너무 빠르고 크다. 1부터 10까지의 동작이 있다면 이걸 빨리 해치워야 하는 성격”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카메라가 따라갈 만큼의 속도여야 하는데 정해인의 손이 너무 빨라서 천천히 해달라고 부탁한 적이 많았다”며 “트라이앵글 초크라는 기술을 쓰는데 상대 배우가 정해인의 기술에 넘어가기도 했다. 그럴 땐 ‘왜 이러는거야 이건 연기야’라는 말을 여러 번 했었다”고도 말했다.
정해인의 액션에 류승완 감독은 ‘9.99점’을 줬다. 10점 만점에서 굳이 0.01점을 뺀 이유는 “순간 몰입도가 너무 격해서 그 정도는 뺐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감독의 이 같은 말에 정해인은 “깊이 있고 밀도 있는 액션이 많았다”며 “액션 장르를 많이 해보지 않았지만 그간 했던 작품 중 가장 안전한 현장이어서 심리적으로도 안정됐다. 가장 체계적이고 정확한 액션이 많았다”고 만족을 표했다.
정해인 뿐 아니라 ‘베테랑2’에는 시리즈의 시그니처로 인정받은 주변 소품을 이용한 기발한 액션 설계도 등장한다. 1편에서는 서도철 형사가 빌런들과 대결하는 과정에서 자동차 문에 찍히거나 소화전에 등이 꽂히는 등 액션이 등장해 관객들을 사로잡았다.
이에 감독에게도 그 분위기를 이어가면서 새로운 액션을 설계해야 하는 과제가 주어졌다.
류승완 감독은 “2편에서는 훨씬 더 강도 높게 하고 싶었다”며 “그런 (고난도 액션)장면을 찍을 때는 안전과 배우들의 헌신적인 노력이 수반돼야 하는데 그 두 가지 모두 충족돼 이번에도 재미있게 액션을 만들었다”고 밝혔다. 다만 “엄청난 액션 영화처럼 느껴지지만 굵직한 액션은 네 장면 뿐”이라며 “큰 액션은 전문가들이 모여 있었기에 감독 입장에서 별로 할 게 없었다”고 돌이키기도 했다.
사실 ‘베테랑’ 시리즈는 서도철로 활약하는 황정민이 있기에 가능하다. 9년의 시간이 지났지만 서민을 괴롭히는 범죄를 처단하기 위해 약자에 편에 서 있는 서도철의 모습은 변하지 않았다.
‘베테랑2’로 다시 돌아온 황정민은 “1편에서 관객들이 서도철을 응원해주고 사랑해준 만큼 느낌을 그대로 잘 간직해서 관객 한분 한분이 생각하는 서도철의 이미지를 가져가길 원했다”며 “시간이 많이 흘렀지만 ‘2편을 봐도 서도철은 그대로네’라는 느낌을 드리기 위해 감정적인 부분까지 노력을 했다”고 강조했다.
관객이 서도철 형사를 기다린 이유는 그가 지닌 특유의 친근한 매력을 다시 보고 싶어서이기그도 하다.
1편에서 황정민은 역할을 위해 평소 입던 옷을 영화 의상으로 활용할 정도로 애정을 쏟았다. 1편을 마치고 2편을 만들자고 이야기를 나눴기에 단 한벌 뿐인 그 의상을 집으로 가져가지 않고 의상팀이 따로 보관할 정도로 공을 들이기도 했다. 이에 황정민은 “2편을 찍겠다고 했을 때 그 옷이 잘 있는지가 가장 먼저 궁금했다”고 말해 웃음을 안겼다.
‘베테랑2’는 추석 연휴를 앞두고 관객을 찾아온다. 아직 영화가 공개되기 전이지만 관객이 또 한번 작품에 호응을 해준다면 조심스럽게 다음 이야기에 대한 구상도 시작할 계획이다. ‘베테랑3’의 탄생 여부는 ‘베테랑2’의 흥행에 달린 셈이다.
류승완 감독은 “작품을 할 때 마다 작품 속 인물과 깊게 사랑을 하게 된다. 그 인물을 또 만나고 싶어지는데 감독만 그렇게 생각한다면 비극일 것 같다”며 “2편이 잘 되면 또 3편을 만들자고 저희끼리 약속을 했다”고 말하면서 ‘베테랑’ 시리즈가 관객과 꾸준히 소통하면서 계속되길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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