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LG전자가 올해 상반기 판매촉진비와 광고선전비 등 마케팅 비용을 확대했다. 경기 침체에도 꾸준히 수요가 느는 인공지능(AI) 가전 시장 주도권을 선점하기 위함이다. 삼성전자는 ‘AI가전=삼성’이란 수식어를 앞세운 물량전으로 ‘백색가전=LG’라는 인식을 희미하게 만드는 중이다. LG전자는 가전구독 사업을 ‘조단위’ 매출로 키우며 실리를 확보했다.
판매촉진비는 판매를 촉진하기 위해 사용하는 비용으로 영업사원에게 지급되는 판매 수당 등이 포함된다. 광고선전비는 사업과 관련된 재화 또는 용역 등 판매, 공급의 촉진을 위해 불특정다수에 광고선전을 목적으로 지출하는 비용이다.
19일 각사의 2024년 반기보고서를 살펴보면 삼성전자는 올해 상반기 판매촉진비로 3조 6168억원을 썼다. 전년 동기 대비 3750억원(11.6%) 늘었다. 광고선전비도 2조758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399억원(24.3%) 증가했다. 두 비용을 합한 금액은 6조3755억원이다.
LG전자의 상반기 판매촉진비도 271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23억원(13.5%) 증가했다. 광고선전비는 745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291억원(21%) 늘렸다. LG전자의 상반기 판매촉진비와 광고선전비 합산액은 1조160억원이다.
이처럼 양사가 올해 마케팅 비용을 경쟁적으로 늘린 것은 AI 기능이 탑재된 프리미엄 TV·가전의 수요를 선제적으로 확보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마케팅 효과는 가시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해 TV, 모니터, 냉장고, 식기세척기, 세탁기, 인덕션, 건조기, 에어컨, 로봇청소기 등 15종의 AI 가전이 7월 누적 150만대 넘게 판매됐다고 최근 밝혔다.
특히 최근 3개월 동안 오프라인 매장 삼성스토어에서 판매된 가전 3대 중 2대는 ‘AI 가전’인 것으로 집계됐다.
삼성전자는 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공식 파트너로서 2024 파리 올림픽 마케팅에 적극 나섰다. 갤럭시S24·Z6 시리즈 등 AI 기능을 탑재한 스마트폰 마케팅에도 예년보다 많은 비용을 투입한 것으로 파악된다.
LG전자는 가전 핵심 사업으로 성장한 구독 사업이 올 상반기에 7738억원(케어서비스 제외)을 기록하며 최대 실적을 냈다. 이르면 3분기 만에 2023년 전체 구독 매출(9629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LG전자는 고객이 전문가로부터 제품을 정기적으로 관리 받아 사용하고, 구입 시 구독 기간을 원하는 대로 선택하는 등 다양한 니즈를 충족시킨 점을 가전 구독의 인기 비결로 분석했다.
이성진 LG전자 한국영업본부 구독영업담당은 “다양한 프리미엄 가전을 전문가의 관리를 받으며 사용할 수 있는 LG전자 구독 서비스가 시장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고 말했다.
양사의 마케팅 비용 확대는 상반기 실적 개선이 뒷받침했다. 삼성전자는 2024년 상반기 약 17조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하며 지난해 같은 기간(1조3000억원) 대비 큰 폭 개선한 실적을 냈다. LG전자도 올 상반기 2조5316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전년 동기(2조2393억원)보다 13% 늘어난 실적을 기록했다.
이광영 기자 gwang0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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