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제갈민 기자 스텔란티스코리아는 올해 1월 지프 랭글러 부분변경(페이스리프트) 모델을 새롭게 출시했다. 부분변경을 거친 랭글러는 실내 인테리어가 크게 바뀐 점이 특징이다.
이번에 시승한 차량은 지프 랭글러 사하라 4도어 파워탑(이하 랭글러) 모델이다. 개별시승 기간 주행 거리는 약 850㎞로, 서울 도심 및 자유로, 그리고 서울∼수원∼의성∼문경∼서울 구간 고속도로 및 국도를 달렸다.
랭글러의 외관은 지프만의 아이덴티티(정체성) 및 정통 오프로더 느낌이 그대로 느껴진다. 또 사하라 트림은 도심형 스타일을 강조하기 위해 차체와 동일한 소재 및 색상을 적용한 세븐 슬롯 라디에이터그릴 및 펜더 덕에 랭글러 루비콘 모델보다 세련된 느낌이 부각된다.
그러면서도 넓은 휠 아치와 18인치 휠, 커다란 타이어, 높은 최저 지상고 등은 오프로더임을 강조하는 요소다.
실내 인테리어에서 바뀐 부분은 센터페시아 디스플레이다. 신형 랭글러에는 12.3인치 터치스크린이 탑재됐다. 무선 스마트폰 연결을 지원하며, 두 개의 블루투스 장치를 동시에 연결할 수 있다. 또 무선으로 애플 카플레이·안드로이드 오토를 지원해 운전자는 티맵·카카오내비·네이버지도 등 스마트폰으로 사용하는 내비게이션을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다.
아울러 대시보드 중앙에 가로로 긴 12.3인치 디스플레이가 탑재되면서 구형 모델의 메인 디스플레이 좌우에 있던 원형 송풍구는 디스플레이 아래에 가로로 긴 직사각형 모양으로 바뀌었다. 이전까지는 랭글러 모델에서 송풍구에 꽂는 스마트폰 거치대를 사용하기 힘들었지만 부분변경을 거치면서 가로형 송풍구가 적용돼 애프터마켓에서 다양한 스마트폰 거치대를 사용할 수 있게 된 점도 사소하지만 긍정적인 요소다.
또 랭글러 최초로 운전석과 조수석에 전동 시트를 지원하게 된 점은 시대 흐름이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전동 시트는 운전자 입장에서 시트 높낮이 및 등받이 각도를 세밀하게 조정할 수 있어 보다 편안한 자세에서 운전이 가능하다.
랭글러 운전석에 앉으면 높은 차고 덕에 도로를 내려다보는 느낌이 색다르다. 시트 높이도 조금 높이면 탁 트인 시야 덕에 전방 도로 상황을 미리 읽고 차로를 바꿔 주행할 수 있어 운전이 한결 수월하다.
좁은 골목이나 산길을 주행하거나 주차를 할 때에는 차량 전후방에 설치된 카메라가 비추는 지형을 메인 디스플레이를 통해 확인할 수 있어 보다 편리하고 안전하다. 박스형의 커다란 차체에서 느낄 수 있는 단점을 보완할 수 있는 기능이다.
공조기와 오디오 볼륨 조작 다이얼은 타이어 모양으로 디자인돼 지프만의 색채를 강조하는 요소다. 여기에 비상등과 스티어링휠 열선, 시트 열선, 공조기 온도 조절 및 바람방향 조작 버튼이 전부 물리버튼으로 배치돼 시인성과 조작편의성이 뛰어나다.
창문 개폐 조작 레버는 공조기·비상등 조작 버튼 아래에 위치한다. 이러한 배치는 랭글러의 오프로더 특성 때문이다. 랭글러는 문 4짝을 전부 탈거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도어 트림에 전자동으로 조작할 수 있는 기능을 탑재하는 게 제한적이다. 그나마 사이드미러 각도를 조절하는 버튼은 운전석 도어 트림에 위치한다.
지프 랭글러 파워탑 모델의 최고 장점은 주행을 하면서 루프를 개폐할 수 있다는 점이다. 두꺼운 천막 같은 소재로 덮인 루프는 2열 탑승객 머리 위까지 개방이 가능하다. 맑은날 루프를 열고 시골길을 달리면 랭글러에서 느낄 수 있는 오픈카 매력을 느낄 수 있으며, 소비자들이 랭글러에 대해 극찬하는 이유를 알 수 있다.
박스형 차체, 파워탑 모델 특성상 루프가 두꺼운 천막 소재를 적용한 만큼 고속도로에서 100∼110㎞/h 안팎의 속도로 주행을 하면 풍절음의 실내 유입은 다소 심한 편이다. 특히 고속 주행 중 터널에 진입하면 다른 차량들의 주행 간 노면소음 및 엔진음·배기음까지 고스란히 유입되고 소리의 울림이 심해 동승자와 대화가 쉽지 않고 목소리가 자연스럽게 커진다. 파워탑이 아닌 하드탑 모델의 경우 ‘조금은 낫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 대목이다.
랭글러는 차량 높이(전고)가 1.8m를 조금 넘고 길이(전장) 약 4.8m, 너비(전폭)는 약 1.9m 정도의 크기다. 차량 전고가 아주 높은 편은 아니지만 램프 구간이나 급커브 도로에서는 약간 쏠리는 느낌이 들어 안정감이 뛰어나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그럼에도 탄탄한 하체 덕에 비포장도로에서는 거침없이 나아가면서도 노면의 진동이나 충격은 크지 않아 랭글러의 지향점이 오프로드라는 점을 느낄 수 있었던 부분이다.
2열의 경우 등받이가 약간 세워져 있다는 느낌이 들고 아주 넓지는 않다. 다만 오프로드 특화 차량에서 많은 것을 바랄 수는 없는 만큼 이를 고려하면 부족하지 않은 정도다. 2열 컵홀더는 2열 중앙의 등받이 부분을 앞으로 젖히면 헤드레스트(머리받침대) 뒤쪽에 가로로 2구가 마련돼 있다.
또 2열 송풍구와 창문 조작 레버는 1열 사이의 콘솔박스 후면에 위치한다. 그 아래에는 USB A타입과 C타입이 2구씩 마련돼 있으며, 220V 콘센트도 1구 마련해 캠핑이나 차박을 할 때에 작은 차량용 냉장고를 사용하기에 안성맞춤이다.
2열을 접으면 트렁크 끝까지 바닥이 평평하게 이어져 캠핑매트를 깔고 누워 쉴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할 수 있다. 또 2열 컵홀더는 시트를 전부 접었을 때도 그대로 컵홀더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활용도가 뛰어나다.
오프로드 주행 및 캠핑에 특화된 랭글러가 부분변경을 거치면서 많은 부분에서 편의성이 개선됐으나 여전히 2% 부족한 부분도 존재한다.
파워탑 개폐는 버튼을 한 번만 딸깍 조작하면 완전히 열고 닫는 게 자동이다. 그러나 1·2열 유리창 조작은 내릴 때만 자동이고 다시 올리려 하면 윈도우 레버를 손으로 계속해서 당기고 있어야 한다. 오프로드를 지향하는 지프 랭글러의 특성을 고려하더라도 아쉬운 대목이다. 창문을 내릴 때 파워윈도우 기능을 지원하면 올릴 때도 동일하게 한 번 조작으로 창문을 올릴 수 있도록 기능을 만들어 주면 랭글러 구매자들의 만족도가 더 높을 것으로 보인다.
전자식 주차 브레이크(사이드 브레이크) 및 오토홀드 기능을 지원하지 않는 점은 오프로드 차량임을 고려하면 이해를 할 수 있는 대목이다. 다만 직접적인 경쟁모델로 꼽히는 포드 브롱코, 그리고 럭셔리 오프로더인 랜드로버 디펜더 등은 전자식 사이드 브레이크를 탑재했고, 디펜더의 경우 오토홀드 기능을 지원하는 만큼 이들과 비교하면 아쉽고 불편하게 느껴진다.
그럼에도 랭글러 모델이 소비자들 사이에서 수요가 있는 이유는 루프를 완전히 열어 탁 트인 개방감을 느낄 수 있는 유일한 ‘컨버터블 SUV’이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특히 랭글러 파워탑 모델은 주행 간에 루프를 개폐할 수 있어 나름의 강점으로 부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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