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없는 상상력으로 문장의 행간을 채워 넣고, 공감하고 질문할 수 있는 완성도 높은 시나리오를 써내는 것 같다.”
배우 정우성이 지난 14일 서울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진행된 ‘리볼버'(제작 사나이픽쳐스) GV에 참석해 “오승욱 감독의 작품이 소설 같다”고 부러워하며 한 말이다.
이날 행사에서 정우성이 존경과 애정을 담아 전한 영화에 대한 감상과 해석은 SNS 등을 통해 작품의 의미를 곱씹게 만들며 영화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켰다.
GV(Guest Visit), ‘관객과의 대화’가 영화 홍보의 주요 전략으로 떠올랐다.
앞서 배우 김남길과 송중기도 GV에 나섰다. 김남길은 지난 13일 오승욱 감독과 함께 ‘리볼버’ GV에 참여했다. 김남길의 GV는 2015년 ‘무뢰한’에서 주연배우와 감독으로 맺은 오승욱 감독과 인연으로 성사됐다.
송중기는 오는 22일 유재명과 함께 ‘행복의 나라'(감독 추창민·제작 파파스필름, 오스카10스튜디오) GV로 관객과 만난다. 송중기는 이 영화에 출연한 유재명과 2021년 드라마 ‘빈센조’에서 연기 호흡을 맞췄다. 불과 한달 전인 지난 달 5일에도 그는 ‘핸섬가이즈'(감독 남동협·제작 하이브미디어코프) GV에 참석했다.
GV는 영화 제작 과정의 뒷이야기나 해당 영화에 대한 감독과 배우의 다양한 견해를 묻고 답하며 나누는 자리로, 개봉을 앞둔 영화들의 필수 행사가 됐다. 예술 및 독립영화 중심으로 진입장벽을 낮추기 위해 진행해 오던 것이 일반 상업영화로까지 확산됐다.
최근에는 영화를 연출한 감독, 영화에 출연한 배우 등 당사자들끼리만 진행하는 GV에 그치지 않고, 정우성 김남길 송중기처럼 영화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어도 친분에 의해서 게스트 참여 형태의 GV가 늘고 있다.
정지욱 영화평론가는 “유명 감독, 유명 배우의 GV가 영화에 대한 관심을 높여 관객을 스크린으로 끌어당기는 효과가 있다”며 “이들을 직접 만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작품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혀 입소문과 N차 관람을 기대할 수도 있다”고 긍정적 측면을 말했다.
개봉 영화들이 유명인을 내세우거나 ‘릴레이 GV’라는 이름으로 GV 행사를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데에는 감염병 사태 이후 어려워진 영화계의 분위기와 무관하지 않다. “코로나19 이후 극장을 찾은 관객이 급격히 줄면서, 영화계가 GV나 무대인사 등과 같은 직접적인 소통을 통해 관객과 접점을 넓히려고 노력하고 있다”는 게 정 평론가를 비롯한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지난해 박찬욱 감독이 참여한 ‘콘크리트 유토피아'(제작 클라이맥스스튜디오, BH엔터테인먼트) GV와 봉준호 감독이 참여한 ‘잠'(제작 루이스픽쳐스) GV는 두 거장의 참여로 화제를 만든 것은 물론 다양한 담론은 쏟아내며 작품에 대한 관심을 모으는데 일조했다.
감염병 여파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384만명, ‘잠’은 147만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작품성과 상업적 성취를 고루 일군 엄태화, 유재선 두 신인 감독의 향후 행보를 주목하게 했다.
근래 GV 참석률이 가장 높은 영화인은 지난해 11월 개봉한 ‘서울의 봄'(제작 하이브미디어코프)으로 1000만 관객을 모은 김성수 감독이다. 김성수 감독은 지난해 ‘보호자'(감독 정우성·제작 영화사 테이크) ‘노량: 죽음의 바다'(빅스톤픽쳐스), 올해 ‘파묘'(감독 장재현·제작 쇼박스, 파인타운프로덕션) ‘하이재킹'(감독 김성한·제작 퍼펙트스톰필름, 채널플러스주식회사) ‘핸섬가이즈’ 등의 영화 GV에 줄이어 참석하며 한국영화를 응원하고 있다.
이 가운데 김성수 감독과 김한민 감독의 주거니 받거니 ‘품앗이’를 한 GV가 화제였다. ‘서울의 봄’과 ‘노량: 죽음의 바다’가 불과 한 달의 시간 차를 두고 개봉한 경쟁작이었지만, 두 감독은 “한국영화의 상생”을 위해 상대 영화의 GV에 참석해 서로를 응원했다.
영화배급사 NEW의 김민지 커뮤니케이션팀장은 “GV는 티켓 판매를 유도해 동시기 예매율, 관객 수 확대에 실질적인 영향을 주는 면이 있다”며 “그런 이유로 홍보와 마케팅 차원에서 횟수를 점점 더 확대하려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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