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에 내장된 ‘배터리관리시스템(BMS, Battery Management System)’의 정보를 실시간으로 확인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에서 발생한 것과 같은 대형 화재를 예방할 수 있다는 전문가 제언이 나왔다. ‘배터리의 두뇌’로 불리는 BMS는 각종 센서를 활용해 배터리 셀의 상태를 실시간으로 진단하는 장치다.
BMS는 충전 시 각 셀의 전압 상태, 온도 변화 등을 확인하고, 이를 데이터로 관리한다. 전기차를 충전할 때마다 이러한 BMS 데이터를 충전기기 소프트웨어가 평가하고, 관련 정보를 제조사에 전달해 이상 배터리에 대해선 예방 점검을 하도록 한다면 화재·폭발 사고를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교통안전공단(TS) 자동차검사본부장을 지낸 박용성 한국ESS산업진흥회 고문은 최근 조선비즈와의 인터뷰에서 “현재 교통안전공단에선 전기차에 대한 정기점검을 할 때 BMS 정보를 확인해 차량 내 배터리의 상태를 확인하고 있다”면서 “다만 공단 차량 정기 점검은 신차 등록 후 4년, 이후엔 2년으로 간격이 길다. BMS 정보를 상시 확인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하면 ‘이상 배터리’를 빨리 찾을 수 있고, 선제적인 조치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박 고문은 “화재가 난 배터리들은 갑자기 문제가 터진 게 아니다. 충전 시 특정 셀의 온도가 급격히 오른다거나 전압량이 충분치 않다거나, 방전이 과도하게 된다거나 하는 이상 현상이 먼저 나타난다”면서 “차주가 미리 알았다면 수리 등 조치를 했을텐데, 현재로선 이러한 배터리 정보를 차주가 바로 알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다.
BMS에는 배터리 총 동작시간과 누적 충·방전량, 충전 상태, 열화 상태, 급속 충전 횟수 등의 정보가 담긴다. 고전압 부품 절연과 배터리 셀 간 전압편차, 모듈 온도와 같은 배터리 안전 관련 정보도 포함된다.
이러한 정보를 분석하면 전기차 화재 주요 원인 중 하나인 배터리 내 ‘덴드라이트’ 현상을 비롯해 다양한 화재 발생 원인을 사전에 파악할 수 있다. 덴드라이트는 리튬이온배터리(LIB)가 충·방전 하는 과정에서 음극 표면에 리튬이 적체돼 생성되는 나뭇가지 형태의 결정을 말한다. 덴드라이트는 배터리 성능을 낮출 뿐만 아니라, 화재·폭발을 유발한다. 덴드라이트 외에도 배터리 내부 셀 단락과 외부 충격, 과충전과 과방전 등이 배터리 고장과 화재 요인이 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박 고문은 “스웨덴 RISE 연구소가 발표한 기술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 상반기까지만 해도 테슬라 전기차에서 화재가 많이 발생했으나, 2020년에 들어선 화재 발생 건수가 크게 줄었다”면서 “테슬라는 BMS 정보를 확인하고 배터리 상태에 맞춰 충전량을 조절하기 시작했다. 배터리에 이상 정보가 감지될 경우 해당 차주에게 메시지를 보내 차량을 입고시켜 점검을 받도록 유도했다. 이러한 시스템이 화재를 방지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BMS 데이터를 파악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충전 커넥터를 연결하면 데이터 로딩에서 분석까지 5분도 채 걸리지 않는다”면서 “충전장비의 정보 표시 창이나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차주가 관련 정보를 바로 확인할 수 있도록 장비를 업그레이드하고, 해당 정보를 제조사에서도 확인할 수 있도록 문을 열어주면 된다”고 했다.
이어 “배터리 화재를 유발하는 정보를 수집하고, 수집 정보를 빅데이터 플랫폼을 통해 관리하면 된다”면서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해 수집한 정보를 분석하고 차주·차량 제조사·배터리 제조사 등 이해관계자가 공유하는 배터리 안전 모니터링 플랫폼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현재 테슬라는 차량 구매시 ‘데이터 제공 동의’를 받아 BMS 정보 수집을 하고 있다”면서 “현대·기아차도 관련 서비스를 하겠다는 의지는 있지만, 현재 국내법상 배터리 관련 정보를 받지 못하고 있다. 국내 업체의 BMS 데이터 활용을 위해선 자동차관리법과 정보보호법 개정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박용성 고문은 기계공학박사 출신으로 교통안전공단에서 친환경평가실장과 결함조사실장, 자동차검사본부장을 지냈다. 친환경차 전문가 자격으로 환경부의 2050 저탄소사회비전포럼 위원, 수도권 대기환경관리 실무위원을 맡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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