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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계적인 육성 시스템과 공정하고 깨끗한 협회, 선수들이 필요하는 모든 걸 지원해주는 회장님 때문이죠.”
2024 파리올림픽 양궁 3관광에 오른 김우진 선수는 ‘한국 양궁이 강한 이유’를 묻는 외신 기자의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특정 선수에 의존하지 않고 공정하고 투명한 시스템이 길러 낸 선수들이 최고의 성과를 내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는 문화가 한국 양궁의 힘이라는 것이다. 남자 양궁의 에이스인 김 선수도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선 대표 선발전에서 고배를 마셔 탈락했다.
한국 양궁이 40년 째 세계 최강을 지키는 이유는 경영학계에서도 관심 주제다. 정의선 현대차(005380)그룹 회장이 아버지인 정몽구 명예회장에 이어 2005년부터 양궁협회장을 맡은 이후 한국 양궁이 눈에 띄게 달라졌기 때문이다. 정 회장은 기업 경영을 양궁에 접목해 한국 양궁이 오랜 기간 세계 최고 수준의 경기력을 유지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비인기 종목임에도 대중의 신뢰와 폭넓은 지지를 바탕으로 양궁협회가 국내 스포츠 단체 중 가장 안정적이고 투명하게 운영될 수 있는 기틀도 마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경영학계는 정 회장이 양궁협회장으로서 보여준 △대담성 △혁신성 △포용성 등 세 가지 경영 리더십에 주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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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회장은 ‘한국 양궁의 중장기 발전’이라는 비전 아래 한국 양궁의 본질적인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힘썼다. 이 과정에서 발생할 수 밖에 없는 리스크는 감내하고 단기적 성과에 집착하지 않는 담대한 행보를 이어갔다.
협회의 공정한 대표 선수 선발 시스템을 계승·발전시킨 것이 대표적이다. 단기적인 성과도 중요하지만 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져야 오랜 기간 강자의 지위를 유지하고 더욱 성장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정 회장은 공정한 경쟁과 함께 탄탄한 실력을 기반으로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줬을 때 스포츠의 가치를 높이고, 사회에 선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양궁협회에는 지연·학연 등 파벌로 인한 불합리한 관행이나 불공정한 선수 발탁이 없다. 국가대표는 이전의 성적은 배제되고 철저하게 현재의 경쟁을 통해서만 선정된다. 국가대표가 되기 위해서는 3차에 걸친 선발전과 2번의 평가전을 거친다. 과녁에 최종적으로 꽂힌 점수만이 기준이 된다. 전 국가대표들이 이구동성으로 국제대회보다 더 피말리는 경쟁이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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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회장은 가장 기본인 우수 선수 육성 체계도 강화했다. 가능성 있는 인재들을 미리 찾기 위해 2013년 초등부에 해당하는 유소년 대표 선수단을 신설해 장비와 훈련을 지원했다. 이를 통해 ‘유소년대표(초등학교)-청소년대표(U16)-후보선수(U19)-대표상비군(U21)-국가대표’로 이어지는 우수 선수 육성 시스템을 체계화했다.
파리 올림픽 남자양궁 3관광인 김우진 선수는 “초등학교부터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를 거쳐 실업팀까지 모든 선수들이 운동 계속하며 나아갈 수 있는 체계가 확실히 잡혀 있다”며 “공정한 협회가 있어 항상 모든 선수들이 동등한 위치에서 함께 경기를 치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무엇보다 협회장님께서 한국 양궁이 어떻게 하면 세계적인 위상을 굳건히 지킬 수 있을지 고민하고 계속 지원하며 많은 관심을 가져주신 덕분”이라고 덧붙였다.
정 회장은 장기적 시각으로 양궁의 대중화도 추진하고 있다. 양궁이 올림픽의 대표적인 금메달 획득 종목에서 더 나아가 누구나 함께 즐길 수 있는 대중 스포츠로서 자리매김해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정 회장은 지난해 12월 한국 양궁 60주년 기념 행사에서 “우리 양궁이 대중에게 보다 가까이 다가가는 노력을 계속해야 한다”며 “국민들의 신뢰와 사랑을 받고 그에 걸맞은 사회적 역할도 수행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양궁협회는 현대모비스(012330), 현대제철(004020)과 함께 초·중등 정규 교육과정에 양궁 수업을 포함시키는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어린이 및 청소년들이 어린 시절부터 양궁을 생활 스포츠로서 친숙하게 느끼게 하기 위한 차원이다.
이와 함께 국내 최대 규모의 양궁대회인 ‘현대자동차 정몽구배 한국양궁대회’를 개최하고, 생활체육대회 및 동호인 대회 창설, 동호인 기반이 강한 컴파운드 종목의 전국체전 편입 등 양궁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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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궁에 혁신기술을 적용해 경기력을 끌어올린 것도 정 회장이다. 정 회장은 2012년 런던 올림픽이 끝난 후 한 가지 제안을 했다. 세계 최고 수준인 현대차그룹의 자동차 연구개발(R&D) 기술을 선수들의 훈련과 장비 등에 적용할 수 있는 지 검토하자는 것이다. 세계 최강 양궁 선수들의 실력에 세계 최고 수준의 자동차 R&D 기술을 적용하면 장비의 품질 및 성능이 조금 더 완벽해지고 선수들의 멘탈 강화 등 경기외적인 변수를 없앨 수 있을 것이란 게 정 회장의 생각이었다.
양궁협회 회장사인 현대차그룹은 즉시 현대·기아(000270)차 연구개발센터를 주축으로 양궁협회와 함께 기술 지원방안을 협의해 나갔다. 현대차그룹은 2016년 리우 올림픽부터 기술 지원을 하게 됐고 전 종목 금메달을 획득하는 쾌거를 이뤄냈다. 이후 대회 때마다 새로운 훈련 장비와 기술들을 적용했다. 이번 파리 올림픽에선 개인 훈련을 도와주는 로봇을 비롯해 기존 기술은 업그레이드하고 새로운 기술을 적용한 장비 등을 지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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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전에서 겪을 다양한 상황을 사전에 파악하고 대비하는 훈련 시스템도 만들었다. 소음 속에서 집중력을 높일 수 있는 야구장·축구장 훈련과 실제 경기장을 재현한 연습경기장에서 실전보다 더 실전처럼 연습하는 한국 양궁의 대표적인 훈련 방식이 이렇게 탄생했다.
지난 도쿄 올림픽부터 양궁경기에 ‘심박수 중계’가 도입되자 비접촉 방식으로 선수들의 생체정보를 측정하는 ‘비전 기반 심박수 측정 장비’를 선제적으로 도입해 사전에 대비하도록 했다.
발생 가능한 극한의 환경까지 예상해 모든 리스크에 대비했다. 각 대회별로 경기 방식은 물론 개최국의 환경 조건을 미리 분석하고 예측해 사전준비하도록 했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센강의 거센 강바람이라는 변수를 미리 경험하기 위해 경기도 여주 남한강변에서 환경적응 훈련을 시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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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회장이 선수들을 비롯한 양궁인들과 끊임없는 소통을 통해 조직 내 소속감과 신뢰를 쌓은 것도 성공의 비결로 꼽힌다. 파리 올림픽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후 남녀 선수들은 언론 인터뷰에서 한결같이 정 회장을 언급했다.
임시현 선수는 “한국 양궁 대표팀이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도록 가장 큰 도움을 주신 분은 정의선 회장님”이라며 “많은 지원을 해 주셨기 때문에 저희가 보다 좋은 환경에서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었다. 회장님이 저희에게 너무 고생 많았다고 말씀하시며 격려해 주셨다”고 진심 어린 감사를 표했다.
김우진 선수도 “정의선 회장님이 머리는 비우고 시합은 즐기라고 하셨다. 그래서 그 말을 듣고 즐겼다”고 정 회장과의 대화를 소개했다.
장영술 양궁협회 부회장은 “디테일이 살아있는 정의선 회장 특유의 리더십에 수차례감동했다”며 “정의선 회장이 최근 인터뷰에서 ‘선수들에게 내가 업혀간다’고 말했지만, 오히려 양궁협회와 국가대표 선수단이 정의선 회장의 꼼꼼한 준비와 정성 덕분에 성적을 낸 것”이라고 말했다.
정 회장은 현장을 중시하는 경영인이다. 양궁에서도 마찬가지다. 주요 국제 대회때마다 경기장을 찾아 선수들을 직접 응원하고 격려한다. 2005년 대한양궁협회장 취임 이후 주요한 국제대회는 모두 참석했다. 말이 아니라 실천적 리더십으로 신뢰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현장에서의 스킨십뿐 아니라 선수들이 마음껏 기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세심한 부분까지 구성원 개개인을 배려하고 존중한다. 이번 파리 올림픽에선 남자 단체전 상대가 개최국 프랑스로 정해지자 긴장한 선수들에게 “홈팀이 결승전 상대인데 상대팀 응원이 많은 건 당연하지 않느냐”며 “주눅들지 말고 하던 대로만 하자”고 격러했다. 여자 개인전에서 아쉽게 메달을 획득하지 못한 전훈영 선수를 별도로 찾아 대회 기간 내내 후배 선수들을 이끌고 자신의 경기에서도 최선을 다한 것에 대해 감사를 표했다.
정 회장은 평소에도 종종 선수들과 만나 격의 없이 식사를 함께 하며 소통하고, 블루투스 스피커, 태블릿PC, 마사지건, 카메라, 책 등을 선물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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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들뿐만이 아니다. 전국 각 지역에서 양궁발전을 위해 노력하는 양궁인들과도 적극적으로 소통한다. 지난해 한국 양궁 60주년을 맞이했을 때 정의선 회장은 “운동장의 빛이 안 드는 곳에 계신 분까지 모두 챙기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양궁협회는 경기, 지도, 행정, 양궁저변확대 등 다양한 부문에서 기여를 한 분들을 찾아 ‘한국 양궁 60주년 기념 행사’에서 공로패와 감사패를 수여했다.
특히 우수한 선수를 양성하는 지도자에 대해서도 관심을 쏟고 있다. 지도자들이 우수한 선수들을 육성하는 데 집중할 수 있도록 선수들이 국내 대회 입상시 지도자들에게도 경기력 향상 연구비를 수여하는 제도를 만들도록 했다.
정 회장은 투명성과 공정성 같은 기본적인 운영 원칙과 방향성은 제시하지만 협회의 전문성을 존중하고 운영의 자율성을 부여하고 있다. 양궁협회가 원활하게 현장과 소통하고 내·외부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양궁협회 관계자는 “한국 양궁의 발전이라는 협회장의 명확한 비전에 대한 공감대와 현장과 협회간 역할의 균형을 통해 구축된 신뢰를 바탕으로 파리대회 전 종목 석권이라는 성과를 이끌어 냈다”며 “협회도 정의선 회장의 진심, 철학, 원칙들이 왜곡없이 온전히 현장에 전달될 수 있도록 ‘혈액이 모세혈관을 타고 온 몸으로 흐르듯이’ 시간이 아무리 걸리더라도 현장과 끊임없이 소통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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