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더불어민주당 새 대표로 이재명 전 대표가 선출되며 거대 야당과 여당의 지도부 진용이 완성된 가운데 두 달 앞으로 다가온 재보궐 선거에 정치권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오는 10월 16일 열리는 재보궐 선거는 4곳의 기초자치단체장만 뽑는 소규모 선거지만,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리더십을 재평가할 수 있는 가늠자가 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19일 기준 10월 재보궐 선거가 확정된 곳은 기초단체 4곳이다. 단체장 사망으로 자리가 빈 부산 금정구와 인천 강화군에서는 보궐선거가, 현직 군수가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당선무효된 전남 영광·곡성군에서는 재선거가 열린다.
체급은 작지만 정치권 관심도는 높다. 지난해 10월 강서구청장 보궐 선거도 총선을 6개월 앞두고 ‘미니 총선’으로 불리면서 과열 양상을 보였고, 선거에서 패한 국민의힘 내에서 ‘수도권 위기론’과 ‘김기현 지도부 사퇴론’이 불붙는 계기가 됐다. 이번에도 양당에서 새 지도부가 진용을 갖춘 후 처음 열리는 선거인 만큼 당력을 쏟아부을 가능성이 있다.
선거가 치러지는 4곳 중에서도 인천 강화군과 부산 금정구는 국민의힘이 반드시 수성해야 할 곳이다. 강화군은 역대 9차례 군수 선거에서 2002년 이후 보수정당 계열 후보들이 내리 7번 선출된 여권 강세 지역이다. 이를 반영하듯 강화군수 선거는 여당 내 경쟁이 벌써 뜨겁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국민의힘에서 12명이 예비후보로 등록했다. 더불어민주당에서는 1명만 등록한 것과 대조적이다.
금정구도 역대 9번의 선거에서 보수정당계열 후보가 8차례 승기를 꽂은 보수 강세 지역이다. 이변은 없을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지만, 여권 승리를 예단할 순 없다. 민주당은 지난 2018년 지방선거에서 구청장을 깜짝 배출했고, 22대 총선에서도 박인영 민주당 후보가 40% 넘는 득표율을 기록했다.
국민의힘은 본격적인 선거 준비에 돌입하지 않은 반면, 민주당은 금정구청장 재탈환을 위해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민주당 소속 조준영, 이재용 금정구의원은 당의 예비후보 적격성 심사를 통과해 최근 선관위에 예비후보 등록을 마치고 선거운동에 나섰다. 두 후보 모두 ‘친명계’ 인사로 꼽힌다. 조 예비후보는 이재명 대통령후보 부산선거대책위원회 부대변인을, 이 예비후보는 친명계 최대 계파인 더민주전국혁신회의 부산 상임대표를 지냈다. 금정구청장 선거가 한 대표와 이 전 대표의 대리전 양상으로 전개될 경우 주목도는 더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이 강세 지역 2곳에서 야당을 압도적으로 제친다면 당내에서 한 대표의 입지는 한층 굳건해질 전망이다. 반면 선거에서 아슬아슬하게 승리하거나 패할 경우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 대표 취임 후 목소리를 내지 않고 관망 중인 친윤(친윤석열)계가 공천 과정이나 선거 결과를 두고 한동훈 체제를 흔들 수 있다는 것이다.
여권 한 인사는 “당연히 대표가 되고 처음 치르는 선거니까 당내 입지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금정구를 빼앗기면 대표 이미지에 타격이 있을 것이다. 거기에 총력을 기울이지 않겠나”라고 했다. 이어 “9월 정기국회에 들어가면 원외 대표의 존재감이 없어진다. 한 대표가 뭘 보여줘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면 비판들이 나올 것이고 상당히 곤혹스러워질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전남 영광·곡성에선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의 맞대결이 관전 포인트다. 탄탄한 조직력을 갖춘 민주당이 호남 재선거에서 우세할 것이란 관측이 있지만, 조국혁신당이 유의미한 성과를 낸다면 이 대표 리더십에 상처가 될 수 있다.
조국혁신당은 재보궐 선거가 확정된 네 곳에 모두 후보를 낼 계획이다. 비례정당의 한계를 극복하고 이번 선거에서 지역 기반을 확보해 2026년 지방선거 약진을 위한 발판으로 삼겠다는 구상이다. 특히 호남 지역에는 일찌감치 선거 레이스에 뛰어들었다. 최근에는 직접 선거를 챙기기 위해 곡성에 당 지도부가 선거 기간 머물 거처를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보협 조국혁신당 대변인은 “예비후보 검증위원회에서 현재 적임자를 물색하는 단계”라고 전했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혁신당의 승리 가능성을 낮게 전망하면서도 “만약 조국혁신당에서 공천을 잘해 호남에서 약진한다면 새 지도부에 대한 리더십 판단의 기준이 될 수는 있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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