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모든 외국인 근로자는 의무적으로 안전 교육을 받아야 한다. 작업 중 사고가 나지 않도록 안전 수칙을 모국어로 제공하고, 알기 쉬운 그림으로 안내한다. 작업장에서 화재가 발생해도 확산을 막고, 사고가 발생하면 근로자가 신속히 대피할 수 있도록 시설을 개선하는 데 최대 1억원씩 지원한다.
‘화성 아리셀 공장 화재사고 중앙사고수습본부’는 13일 정부서울청사에서에서 3차 회의를 개최하고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외국인 근로자 및 소규모 사업장 안전 강화 대책’을 발표했다. 사망 사고 대다수가 발생하고 외국인 근로자들이 주로 근무하는 소규모 사업장 안전 관리 수준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담았다.
아리셀 공장 화재 사고의 직접적 원인인 리튬 등 위험 물질 관리 강화 대책은 ‘전기 공장 화재 방지 TF’에서 이달 말 발표할 예정이다.
◇고용허가제 아닌 재외동포·결혼이민 비자 외국인에게도 안전보건교육
우리나라에 상주하고 있는 15세 이상 외국인은 143만명으로, 이 중 취업자는 92만3000명이다. 이 중 78.9%는 50인 미만 소규모 사업장에서 일한다. 이런 곳은 인력·예산이 상대적으로 부족해 안전관리체계 구축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작년 사고사망자 812명 중 50인 미만 사업장에서는 637명(78.4%)이 사망했다. 이 때문에 외국인 근로자 사망 사고 발생 확률은 전체 근로자보다 40% 정도 높다. 한국어가 서툰 점도 사고 위험을 높인다.
먼저 정부는 외국인 근로자들이 취업 전 또는 취업할 때 한 번 이상은 전문적인 기초 안전보건교육을 받도록 하겠다는 대책을 마련했다.. 고용허가제(E-9 비자)로 국내에 입국한 외국 인력과 비슷한 수준으로 다른 외국인 근로자도 교육을 이수하도록 하는 것이다.
취업자가 많은 재외동포(F-4 비자), 결혼이민(F-6 비자) 등의 외국인 근로자는 법무부의 사회통합프로그램에 기초 안전보건 교육 과정을 신설한다. 재외동포청의 ‘국내동포 정착 지원 안내서’에도 기초적 안전 정보와 산재 보상 안내 정보를 담는다.
정부는 고용허가제 이외의 모든 외국인 근로자들이 작업장에 배치되기 전 전문 교육기관에서 기초 안전보건교육을 반드시 이수하도록 제도화하는 산업안전보건법 개정 작업도 조속히 추진할 계획이다.
또 정부는 외국인 근로자들이 스스로 사고를 예방할 수 있도록 사고 유형과 주요 공정별 안전 수칙을 모국어로 번역해 제공한다. 알기 쉬운 그림과 가상현실(VR) 체험 콘텐츠도 제작해 배포한다. 스마트폰으로 안전 정보를 알 수 있도록 외국인 근로자 전용 스마트폰 앱을 개발해 11월 보급한다.
장기 근속 외국인 근로자는 ‘외국인 안전 리더’로 지정해 다른 근로자에게 안전 교육이나 작업 노하우를 전해주도록 지원한다. ‘안전보건 통역사’ 자격 제도도 도입해 외국어 안전 교육 전문 강사를 양성한다.
◇위험성 평가에 근로자 참여…중대재해 발생하면 감면받은 산재보험료 환수
아리셀은 2021년부터 3년 연속 위험성평가 우수 사업장으로 선정됐다. 정부는 허점이 드러나자 사후 관리를 강화하고, 위험성평가 인정 사업을 개선하는 등 제도를 대폭 손질한다.
위험성 평가 인정 사업 심사 관리는 엄격히 하되, 재정 지원에 가점을 확대해 혜택을 강화해 내실 있게 평가가 진행되도록 한다. 근로자가 참여할 수 있도록 하고, 실제 위험 개선 여부 심사 항목을 강화한다. 인정 기준도 현행 70점에서 90점으로 높인다. 위험성평가에서 우수 사업장으로 인정받은 곳에서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감면해준 산업재해보험료 환수를 추진하고, 인정 취소도 신설한다.
아리셀 공장은 화재·폭발 고위험 사업장이지만 점검·감독 대상에서 제외돼 있었다. 고용부는 최근 3년간 점검·감독을 받지 않은 화재·폭발 고위험 사업장 200곳을 우선 점검한다. 비상구가 적정하게 설치되었는지 등 안전보건수칙 전반에 대해 확인한다.
산업안전 대진단에서 취약 사업장으로 분류된 곳은 3개월 이내로 안전보건공단, 대한산업안전협회 등 전문 기관의 컨설팅을 제공한다. 사업주나 경영 책임자 면담도 의무화한다.
◇화재 확산 막는 격벽 설치, 전기 끊겨도 대피로 보이도록 1억
정부는 화재가 발생하더라도 확산하지 않도록 격벽을 설치하거나 위험 물질을 별도로 보호하는 시설을 설치하는 사업장에 최대 1억원을 지원한다. 경기 화성시에 있는 배터리(전지) 업체 ‘비츠로셀’은 2015년, 2017년 두 차례 화재를 RR은 후 전지 보관구역 등 공정별로 건물을 분리하고 격벽을 설치했다. 이 사례를 정부 사업으로 반영했다.
또 비츠로셀은 전기가 끊겨 캄캄한 상황에서도 대피로가 확실하게 보이도록 했다. 고용부와 산업부는 누구나 비상구·대피로를 쉽게 알아보고 피신할 수 있도록 비상구 형광 표시 등 작업장 시각적 환경 개선에도 최대 1억원을 지원한다.
사고가 가장 많이 발생하는 건설업에는 산업안전보건관리비를 10년 만에 평균 19% 인상한다. 산업안전보건관리비는 발주처로부터 지급받아 안전 관리에 사용해야 하는 비용이다. 그만큼 건설 현장에서 안전 투자가 확대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각 건설 현장에서는 지급받은 산업안전보건관리비의 10% 한도 내에서 재해 발생을 줄여주는 스마트 안전장비를 구매하거나 임대하는 데 사용할 수 있다. 비용의 40%를 산업안전보건관리비에서 쓸 수 있다. 이 비율을 내년에는 70%, 2026년에는 100%로 높이고, 총액의 10% 제한 완화도 추후 검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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