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는 상생을 가장한 대기업의 골목상권 침탈 행위를 제재한다며 CJ프레시웨이에 과징금 245억원을 부과한다고 13일 밝혔다.
공정위에 따르면 CJ 소속 계열사 CJ프레시웨이는 프레시원 11개 사에 자사 인력 221명을 파견해 334억원 상당의 인건비를 대신 지급했다. 프레시웨이는 식자재 유통 국내 1위 사업자로, CJ 핵심 계열사다. 프레시원은 지역 식자재 유통 시장의 사실상 1위 사업자다.
2010년 전후 CJ프레시웨이는 식자재 유통 시장에서의 시장 지위를 공고히 하기 위해 기존 대기업이 진출하지 않았던 중소상공인 위주의 지역 식자재 시장을 신속하게 선점한 뒤 다른 대기업 경쟁사가 진입하지 못하도록 진입장벽을 구축하고자 했다는 게 공정위 설명이다.
당시 대기업의 지역 식자재 시장 진입에 대해 해당 시장의 85%에 달하는 중소상공인들은 ‘골목상권 침해’라며 강력하게 반발했다. CJ프레시웨이는 시장에 직접 또는 단독으로 진출할 때 예상되는 중소상공인들과의 마찰을 피하고자 대외적으로 이들과의 상생을 표방하며 합작법인 형태의 프레시원을 설립하는 방식으로 지역 식자재 시장에 진출했다.
그러나 이러한 방식은 상생 이슈를 회피하기 위한 대외적 명분이었을 뿐 중소상공인들과 장기적·지속적인 상생 의도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공정위는 판단했다. 합작 계약은 프레시웨이가 지정한 중소상공인들이 프레시원을 설립하도록 한 이후에 CJ프레시웨이가 지분을 매입해 프레시원을 장악하는 내용이었다. 공정위는 프레시원에 참여한 지역 주주 퇴출 작업을 CJ그룹 차원에서 적극적이고 체계적으로 진행했다고 봤다.
공정위 조사에 따르면 CJ그룹은 지역 주주 퇴출을 위해 주주 평가, 리스크 분석, 퇴출을 위한 대규모 팀 조직 등의 조치를 취했다. 또 CJ그룹은 지역 주주들의 개인 비위나 신용 불량, 국세 체납 등의 문제점을 들춰야 한다고 내부적으로 분석하며 강압적으로 퇴출 작업을 진행했다. 공정위는 “중소상공인들을 상생의 대상이 아닌 장애물이자 사업리스크로 인식한 결과 CJ그룹까지 개입해 이들을 조직적이고 체계적으로 퇴출해 CJ프레시웨이가 100% 지분을 취득했다”고 지적했다.
CJ프레시웨이는 프레시원에 12년 8개월 동안 총 221명의 인원을 파견해 법인장 등 프레시원 핵심 관리자 업무를 전적으로 수행하도록 했다. 그러면서도 인건비 334억원 전액은 프레시원 대신 CJ프레시웨이가 지급했다. 이를 통해 프레시원은 사업 초기부터 직접 채용이 어렵고 업계 경험이 많은 프레시웨이의 전문 인력을 아무런 노력 없이 무료로 확보하게 된 것이다. 공정위는 프레시원이 중소상공인 위주의 시장에서 유력한 지위를 획득했고, 중소상공인이 본래 획득했을 정당한 이익이 대기업에 잠식되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비판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대기업이 영세한 중소상공인이 다수 존재하는 시장에 상생을 가장해 진입한 뒤, 영세한 중소상공인을 시장에서 배제했다”며 “이들의 이익을 침탈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된 전례 없는 규모의 진력 지원 행위를 적발 및 제재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했다.
공정위 제재에 대해 CJ프레시웨이는 인력 파견이 합작 주체 간 계약에 따른 ‘계약이행’ 행위에 해당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CJ프레시웨이 측은 “프레시원은 지역 유통 사업자와 당사가 ‘공동경영’을 전제로 ‘지역 식자재 유통시장 선진화’를 위해 합의계약을 통해 만든 공동 사업”이라며 “소송을 포함해 주어진 절차에 따라 다시 한번 판단을 구해보고자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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