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인천 아파트 단지 지하 주차장에서 발생한 전기차 화재 사고의 보상 절차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고 발생 직후 소방 당국은 피해 차량이 140대가량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관할 소방서에서 현장 피해접수처를 운영한 결과 피해 차량은 전소 42대, 부분소 45대, 그을음 피해 793대 등 880대까지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 차량 및 아파트 훼손 등의 피해가 큰 폭으로 확산되자 보상 처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명확한 사고 원인이 규명되지 않았기 때문에 구상권 청구 및 사고 해결까지는 긴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화재가 시작된 메르세데스-벤츠 EQE 차량이 완전 전소됨에 따라 원인을 밝히는 데 난항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피해 차주들은 가입한 보험사를 통해 피해 보상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차주들은 가입한 보험사를 통해 자기차량손해담보(자차보험) 처리를 진행한다. 이에 보험사들은 차주들에게 보험금을 지급한 뒤 국립과학수사연구소 등의 감식 결과에 따라 책임 소재가 결정되면 구상권을 청구할 방침이다.
보험 업계는 완전 전소를 비롯해 그을림, 분진, 냄새 등으로 피해를 본 차주들이 자차보험 처리 신청을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집계에 따르면 이번 화재 사고로 인한 자차보험 처리 신청 건수는 모두 600건에 육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전문가는 “보험 약관에 따라 전손 처리 대상이 되는 경우 가입 한도인 차량가액만큼 보상금이 지급될 예정이다”며 “전손에 해당하지 않는 경우에는 그을림 혹은 훼손 정도에 따라 해당 부위 수리비만 지급되며 냄새가 밴 차량은 특수 세차 비용만 지급받을 수 있다”고 전했다.
화재가 시작된 벤츠 차주 역시 자차보험에 따라 피해를 보상받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국과수 감정 후 차체가 인도돼 폐기되고 자동차 등록증 회수 등의 절차를 마쳐야 하기 때문에 보험금 지급까지는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책임 소재에 있다. 우선 자동차 자체의 문제로 밝혀질 경우에는 메르세데스-벤츠가 모든 책임을 져야 한다. 반대로 배터리가 원인으로 밝혀진다면 배터리 셀 제조사인 중국 파라시스 사가 보상에 나서야 한다.
또 최근 소방 당국의 조사 결과, 아파트 관리사무소 야간 근무자가 스프링클러와 연결된 밸브를 잠근 사실이 확인되면서 관리자에게도 법적 조치와 함께 책임 소재를 물을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피해 규모가 커짐에 따라 일부 보험사들은 전기차에 대물배상 한도 상한을 20억원으로 상향 조정한 특약을 운영한다고 밝혔다. 특약을 운영하는 보험사는 현대해상과 DB손해보험다. 두 회사를 제외한 다른 보험사는 대물배상한도를 늘리는 것을 검토하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는 전기차 대물배상 한도 상향 특약에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특약 상품을 판매하는 것은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지만 전기차에 대한 불안감을 자극할 수 있다는 게 이유다.
또 향후 전기차에 대한 보험료 인상에 대한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막대한 피해 규모가 발생했기 때문에 보험료 인상은 불가피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사고는 막대한 재산 피해가 발생한 사고인 만큼 철저한 원인 규명과 빠른 보상이 이뤄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전기차 화재 사고가 잇달아 발생하고 있는 상황에서 전기차 포비아(공포) 확산은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한편, 메르세데스-벤츠는 피해 현장을 방문해 사고로 인한 피해 복구와 주민 생활 정상화를 위해 45억원을 긴급 지원하겠다고 전했다. 이번 지원은 원인 규명을 떠나 인도적인 차원의 지원이라는 게 벤츠의 설명이다.
허인학 기자 ih.heo@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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