뛰어난 선수 뒤에는 뛰어난 감독이 있었다. 탁구 선수 전지희와 그를 가르친 김형석 감독의 이야기다.
전지희는 이번 파리 올림픽에 여자탁구 대표팀으로 출전하여 단체전 동메달을 따냈다. 그는 대망의 동메달 결정전에서 독일의 샨 샤오나를 게임스코어 3대 0으로 물리치며 16년 만의 메달을 획득하는 데 큰 역할을 해냈다. 원래 전지희는 중국 청소년 대표 출신이다. 하지만 전지희를 처음부터 알아본 김형석(62) 화성시청 감독이 그를 귀화시키기로 결심했다는데.
중앙일보의 단독 보도에 따르면, 김 감독은 “(올림픽) 경기 후 지희가 고마웠다고 하더라. 나는 해준 게 없다. 다 지희가 잘한 거다”라고 말했다. 2008년 서울시청 감독이었던 그는 16살 전지희가 가진 열정, 실력, 왼손잡이로서 갖는 특수성을 알아 보고 그에게 귀화를 제안했다.
당시 귀화 선수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많았지만, 김 감독은 “당시 지희는 탁구밖에 모르는 소녀였다. 한국에 와서 10일 정도 전지훈련을 하는데 지희의 열정과 욕심이 나랑 잘 맞을 것 같았다”라며 전지희에게 귀화를 제안하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전지희도 귀화 제안을 흔쾌히 수락했다. 당시 전지희는 중국 국가대표 상비 2군으로 밀려난 상황이었고, 선수 생활을 접어야 하는 기로에서 김 감독과 함께하기로 결정한 것.
처음에 그는 귀화 선수라는 이유로 여러 가지 규제에 가로막혀 국제 메이저 대회에 참가할 수 없었다. 하지만 전지희는 연습을 포기하지 않았고, 이후 2012-2013년 국내 대회에서 1, 2등에 오르고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에서는 태극마크를 처음으로 달았다.
이후 김 감독과 전지희는 2016년 리우 올림픽에서 국가대표 선수와 감독으로 함께 호흡하기도 했다. 김 감독은 “원래 밝고 긍정적인 친구라 팀원들에게 기운을 불어넣는다. 이번 동메달도 동생들을 잘 이끌어줘서 해낸 것 같다”며 그를 칭찬했는데.
그는 “지희가 귀화를 선택한 6년 전만 해도 귀화 선수를 부정적으로 봤다. 이제 한국인으로서 올림픽 동메달을 따내 스승으로서 기쁘다”라며 “올해 지희에게 ‘더 오랫동안 탁구를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앞으로 지희가 무엇을 하든 응원할 것이고, (지희는) 잘 해낼 것이다”라고 말하면서 “과거보단 귀화 선수에 대한 인식이 좋아졌지만, 귀화 선수를 포용하는 제도와 문화가 더 갖춰져야 한다”고 당부했다.
배민지 에디터 / minji.bae@huff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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