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매치도 아니고, 예산이 부족한 유소년 경기에 카메라 촬영감독을 투입하기는 어려워요. 날도 이렇게 더운데….”
폭염 특보가 내려진 경북 경주시 ‘2024 화랑대기 전국 유소년 축구대회’ 현장. 사람 대신 인공지능(AI) 카메라가 경기를 중계했다. AI 카메라가 선수나 축구공 움직임을 자동으로 추적·포착해 자연스럽게 플레이 중심으로 클로즈업했다. 이는 실시간으로 스포츠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플랫폼 ‘호각’을 통해 스트리밍됐다.
호각은 오는 19일까지 열리는 이번 대회 중계를 맡았다.
KT스카이라이프는 이달 호각 지분 24%를 68억원에 취득했다. 자회사인 HCN 30억원까지 더하면 약 100억원에 가까운 투자 규모다.
호각은 이스라엘 픽셀롯의 AI 카메라 시스템을 사용해 무인 스포츠 중계를 하는 국내 기업이다. 전국 중·고교 리그 경기와 대항전, 전국소년체전과 전국체전 예선 등 기존 TV 방송에서 볼 수 없던 아마추어 스포츠 경기를 촬영한다. 그리고 실시간 스트리밍 서비스와 주문형비디오(VoD), 영상클립 및 경기 데이터 형태로 제공한다.
윤종훈 호각 상무는 “유소년 축구대회는 통상 결승전 정도만 중계됐지만 AI 중계 시스템 도입으로 모든 선수 경기 장면을 기록으로 남길 수 있고, 파노라마 영상을 통해 경기 데이터 산출도 가능해 축구관계자와 학부모 반응이 좋다”고 소개했다.
이날 경기 현장을 찾은 학부모 A씨는 “호각 파노라마 영상은 경기장 전체를 볼 수 있고, 확대·축소를 통해 원하는 영역을 시청할 수 있어 우리 아이만 집중해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엘리트 체육 인재를 포함해 국내 아마추어 스포츠 인구는 500만명이다. KT스카이라이프는 5년 내 AI스포츠 서비스 국내 가입자 32만명을 확보할 예정이다. 스포츠 인구 가족과 지인 등이 잠재 고객이다.
호각은 이번 화랑대기 전국 유소년 축구대회 외에도 대한배구협회, 대한핸드볼 협회, 리틀야구연맹, 한국중고배구연맹 등과도 중계권 계약을 체결했다. 스포츠 협회는 대형 방송사에 중계를 맡기려면 경기당 수천만원에 달하는 비용을 지불해야 해 부담이 상당했다. AI 스포츠 도입을 통한 인력 대체 효과로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KT스카이라이프와 호각은 스포츠 경기가 열리는 전국 1000여개 대형경기장 중 500개 이상 경기장에 AI 카메라를 설치·운영한다는 목표다. 스포츠 중계 산업에서도 데이터 중요성이 부각되는 만큼, 향후 데이터를 활용한 신사업도 추진한다.
KT스카이라이프 관계자는 “비인기 종목 등 스포츠 중계 사각지대에 있는 다양한 아마추어 경기에 대한 경기 접근성을 높여 국내 스포츠 저변 확대에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경주=권혜미 기자 hyemi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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