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쏟아지는 ‘대동소이’ 티메프 사태 재발 방지법… 업계 “취지 공감하나 졸속 입법 우려”

조선비즈 조회수  

‘제2의 티몬·위메프(이하 티메프) 사태’를 막기 위한 정치권의 법안 발의가 이어지고 있다. 법안의 내용은 대동소이하다. 업계에서는 법안 취지엔 공감하면서도 업계 특성이 반영되지 않는 졸속 입법을 우려한다.

11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티메프 사태 재발 방지 취지로 발의된 법안은 총 7건이다. 해당 법안들의 주된 내용은 통신판매중개업체의 판매 대금 정산 주기·기한을 규정하고, 정산 대금을 임의로 운용하지 못하게 별도의 관리 기관을 선정하는 것이다.

그래픽=손민균
그래픽=손민균

◇티메프 사태 재발 방지법 핵심은 정산 기한·에스크로제 도입 의무화

구체적으로 보면 정산 주기·기한 일수, 법적 제재 등에서 차이를 보인다. 천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이하 전자상거래법 개정안)은 구매 확정일로부터 7일 또는 배송 완료일로부터 10일로 규정한다. 또 정산이 지연될 경우 공정거래위원회가 정한 이율을 더해 정산금을 지급하도록 한다.

김현정 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온라인 플랫폼 중개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안에 따르면 정산 대금 주기 규정은 소비자가 구매한 상품을 받은 날로부터 14일 이내다. 이때 온라인 플랫폼의 시장지배적 우위·독과점 등을 반영해 정산 대금 미정산을 불공정거래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송언석 국민의힘 의원이 발의한 전자상거래법 개정안은 정산 주기를 구매 확정일로부터 5일 이내 지급하도록 규정한다. 또 이커머스(전자 상거래) 플랫폼 입점 업체의 판매 대금을 은행 또는 대통령령으로 정한 기관에서 별도로 관리(에스크로·Escrow)하도록 한다. 특히 해당 법안엔 통신판매중개자의 등록 취소·파산 선고 시 판매 대금 우선 지급 규정도 담겼다.

이외에 ▲금융사고 발생 직전 3개 연도 기준 연평균 매출액 1000억원 이상 등 매출·이용 규모가 큰 등록 전자금융업자의 경영지도 기준 미달 시 자본 증액·이익 배당 제한 명령 및 임원개선명령·영업정지·취소 등 행정처분 규정(김남근 민주당 의원 발의안) ▲결제 대금 정산 기한 10일 이내 및 은행 예치 신탁 관리제 도입(이헌승 국민의힘 의원 발의안) ▲대금 지급 의무 기한 규정 및 위반 시 과징금 부과(고동진 국민의힘 의원 발의안) ▲정산 대금 별도 관리 및 임의 유용 시 영업 정지 등 제재 규정(박정현 민주당 의원 발의안) 등도 관할 상임위에 올라온 상태다.

그래픽=손민균
그래픽=손민균

◇재발 방지 취지엔 공감하지만… 졸속 입법 우려도

현재 이커머스 업체 정산 방식은 자율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업체별 정산 주기나 기한이 천차만별인 이유다. 현행법상 이커머스 플랫폼은 40~70일 이내에 판매 대금을 정산하면 된다. 최대 70일 안으로만 대금을 정산해 주면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의미다. 이는 이번 티메프 사태의 주요 원인으로 꼽히는 지점이다.

업계에서는 사안이 큰 만큼 제2의 티메프 사태를 막기 위해서라도 재발 방지법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티메프 입점 업체 대표 A씨는 “작년부터 발생했던 일련의 정산 지연은 이번 티메프 사태의 전조 증상이었다”며 “수천억원대 미정산 사태를 또다시 겪을 순 없다. 이제라도 강력한 법안을 마련해 판매업자도, 소비자도 제대로 보호받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21대 국회 때 한무경 국민의힘 의원이 정산 지급 기한을 30일 이내로 규정한 일명 ‘로켓정산법’을 발의했지만 본회의를 통과하지 못해 폐기됐다. 돌이켜보면 그때 이 법안이 통과됐다면 오늘날의 사태를 일부라도 막았을 것”이라며 “법안들을 살펴보면 이번 사태 피해자들이 지적한 부분을 적극적으로 반영했다. 재발 방지를 위한 법적 장치를 제대로 구축한 셈”이라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급물살을 탄 티메프 사태 재발 방지 움직임이 업계 특성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점을 우려한다. 한 이커머스 업계 관계자는 “이번 사태의 본질은 구영배 큐텐그룹 대표가 엄연히 돌려줘야 할 판매 대금을 임의로 사용해 발생한 것”이라며 “일률적으로 단축한 정산 주기를 단기간에 모든 업체에 적용하기엔 업체별로 직면한 경제적 문제가 다르다는 점에서 비합리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당장 현금이 부족한 업체는 부담이 가중돼 경영난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정연승 단국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법의 취지는 모두가 공감하지만, 유통·이커머스 업계의 특성을 반영할 수 있도록 충분히 시간을 갖고 법안을 발의해야 할 필요가 있다”며 “티메프 사태 피해가 큰 만큼 법안을 신속히 만들고자 한 움직임이 오히려 업계 특성을 반영하지 못한 졸속 입법이 될 수 있다. 제대로 된 법을 한 번에 만들기 위해 충분히 시간을 갖고 살펴봐야 한다”고 했다.

조선비즈
content@www.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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