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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 좋은데 가십니까? 못 알아볼 뻔 했습니다.”
“4년 전에 사놓은 양복을 처음 꺼내 입었지 뭡니까. 진작 수술 받을 걸 그랬다 싶다니까요. ”
최근 이대비뇨기병원 김완석(사진) 교수에게 첨단 로봇 치료기기인 아쿠아블레이션을 사용해 전립선비대증 수술을 받은 서경제(59·가명)씨는 “수술 후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다”며 환한 미소를 지었다.
전립선은 방광 아래쪽 깊숙한 곳에 위치하며 요도를 감싸고 있는 남성의 생식기관이다. 비록 크기는 작지만 전체 정액의 약 30%에 해당하는 전립선액 생산을 담당하고 정액이 배출되는 사정관과 요도가 관통하기 때문에 비뇨기계 건강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전립선비대증은 전립선이 비정상적으로 커지면서 방광 출구와 요도를 압박해 배뇨장애를 일으키는 질환이다. 40대이후부터 서서히 증상이 시작돼 50대는 50%, 60대는60~70%, 70대 이상에서는 거의 모두가 경험할 정도로 중장년 남성에게는 매우 흔하게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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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변줄기가 가늘고 힘이 없어지며 잔뇨감이 있어 소변을 보고 나서도 개운치 않거나 갑자기 소변이 마려워 참기 힘든 것이 전립선비대증의 대표적인 증상이다. 하룻밤 사이에도 대여섯 번씩 소변이 마려워 잠을 설치거나 소변 줄기가 약해 흘리기도 한다. 생명을 위협하거나 죽을 정도로 아프진 않아도 사회생활에 상당한 불편감을 초래하고 삶의 질을 현격하게 떨어트린다. 심한 경우 아무리 힘을 줘도 소변이 나오지 않는 급성요폐나 혈뇨 같은 응급상황이 발생하거나 요로감염, 신부전 등으로 진행될 수 있으므로 조기 발견과 적절한 치료가 중요하다.
전립선비대증은 보통 남성호르몬의 합성을 차단하는 5알파 환원효소 억제제나 전립선으로 가는 혈액 공급량을 늘려 증상을 개선시키는 PDE5 효소 억제제 등 약물치료를 먼저 시도한다. 서씨는 다른 병원에서 전립선비대증 진단을 받고 약물을 복용한지 6년이 넘었다. 하지만 증상이 나아지기는 커녕 전립선이 나날이 커져 정상인의 4배 수준인 80cc가 됐다. 소변을 보면 옷에 흘리는 경우가 다반사라 외출할 때면 버려도 그만인 옷을 입다 보니 큰맘 먹고 산 정장은 옷장에 방치된지 오래였다. 무엇보다 당뇨, 고혈압을 앓고 있어 항응고제 복용 등 위험요소를 감수하면서까지 전립선비대증 수술을 받을 엄두가 나질 않았다.
서씨가 마음을 바꾼 건 3개월 전 극심한 하복부 통증을 호소하며 이대목동병원 응급실을 찾은 직후였다. 지인들과 술을 마신 후 갑자기 소변을 볼 수 없어 당황했다는 서씨. 시간이 조금 지나자 아랫배가 쥐어짜듯 아프면서 식은 땀이 흘렀다. 길거리에서 배를 잡고 바닥에 데굴데굴 구르다 응급실에 실려온 서씨에게 의료진은 급성요폐 진단을 내렸다. 급성요폐는 소변이 나가는 길이 막혀서 방광이 부풀거나 신장으로 소변이 역류하는 증세다. 과음으로 한꺼번에 많은 양의 물이 체내로 들어왔는데 요도가 막히는 바람에 방광이 한계치까지 부풀어 있었다.
서 씨의 병력을 살피던 김 교수는 급성요폐로 응급실 신세를 진 게 한두번이 아니라는 고백을 듣고 아쿠아블레이션 수술을 권했다. 아쿠아블레이션은 미국 프로셉트 바이오로보틱스가 개발한 인공지능(AI) 로봇수술 장비다. 2017년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에 이어 2021년 한국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허가를 획득했고 이듬해 신의료기술 평가에서 안전성과 유효성을 인정받으며 국내 사용 길이 열렸다. 국내 대학병원 최초로 비뇨기병원을 운영 중인 이대목동병원은 지난 5월 선제적으로 아쿠아블레이션을 도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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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쿠아블레이션은 아쿠아빔 로봇시스템을 이용하는 최첨단 수술법이다. AI를 이용해 미리 계획된 수술 안내에 따라 요도내시경과 초음파로 실시간 전립선과 방광 주변의 구조를 보면서 진행하기 때문에 더욱 정교하게 파악해 제거할 수 있다. 김 교수는 “사람마다 전립선의 크기나 모양이 천차만별이다. 숙련된 의사도 수술장에서 처음 보는 전립선 모양에 당황하는 경우가 더러 있다”며 “침범해서는 안되는 부위를 미리 설정하고 그려놓은 밑그림을 보면서 수술하는 개념이라 덜 깎거나 많이 깎는 실수를 최소화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아쿠아블레이션은 레이저나 전기 칼을 사용하는 기존 수술법과 달리 고압의 물(워터젯)을 이용한다.
김 교수는 환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물대포’에 빗대 설명하곤 한다. 열에너지가 아닌 수압으로 살점을 떼어낸다는 의미다. 주변 조직의 열손상이 없으니 사정관이 손상돼 정액이 나오지 않거나 거꾸로 들어가는 역행성 사정은 물론 요실금, 발기부전 같은 합병증도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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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립선이 지나치게 큰 경우 1차 수술을 하고 한 달 후 나머지를 잘라내기도 하는데 크기와 무관하게 한 번에 자를 수 있는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80~150cc 크기의 거대 전립선종으로 아쿠아블레이션 수술을 받았던 환자들을 5년간 추적한 해외 연구 결과 전립선 크기와 상관없이 환자의 성기능을 보존하면서 배뇨 증상의 호전을 장기간 유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 교수는 “아쿠아블레이션으로 환자의 전립선 특성에 따라 특정 부위를 보존하고 자를 부위는 자르는 맞춤수술이 가능해졌다”며 “현존하는 전립선비대증 치료의 모든 옵션을 보유하게 된 만큼 수술이 필요한 환자들의 고민을 덜어줄 것으로 기대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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