퀄컴이 PC 생태계에 진입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맡은 파트너는 ‘마이크로소프트다. 초창기 ‘IBM PC’에서부터 PC의 하드웨어 부분의 상징이 x86 프로세서라면, 소프트웨어의 중심은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 생태계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퀄컴과 마이크로소프트의 협력 관계는, 퀄컴의 프로세서를 탑재한 제품이 PC의 대안을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윈도 기반 PC 시장에서 동등한 지위로 경쟁하는 관계를 만들어 낸 모습이다.
특히 지난 5월 마이크로소프트가 발표한 ‘코파일럿+ PC’는 지금까지의 PC 시장에 여러 가지 메시지를 던지는 계기가 됐다. ‘코파일럿+ PC’의 핵심 요건으로는 40TOPS(초당 40조회 연산) 이상의 신경망처리장치(NPU) 성능이 꼽히는데, 당시 마이크로소프트는 인텔과 AMD의 신제품을 기다리기보다는 퀄컴의 프로세서를 탑재한 제품만을 대상으로 ‘코파일럿+ PC’를 발표했기 때문이다. 아직 공식적으로 ‘코파일럿+ PC’ 요건을 활용할 수 있는 하드웨어는 퀄컴의 스냅드래곤 X 시리즈 프로세서 탑재 제품밖에 없다.
퀄컴의 ‘스냅드래곤 X 엘리트’를 탑재한 제품은 원칙적으로는 하드웨어 수준에서부터 기존의 x86 프로세서 탑재 제품과 호환성이 없다. 즉, 새로운 하드웨어를 위해 마련된 새로운 소프트웨어가 필요하다는 것이고, 이 부분은 PC 시장에 새로운 아키텍처 기반의 하드웨어가 진입하는 데 현실적인 ‘장벽’이 돼 왔다. 하지만 ‘스냅드래곤 X 엘리트’ 기반 제품은 시대의 변화와 기술의 발전이 함께 해, 소프트웨어 호환성에 대한 어려움을 예전보다는 많이 덜어낸 점도 인상깊다.
‘Arm 용 윈도’는 기본적으로 일반적인 x86 프로세서용 윈도와 애플리케이션간 호환성이 없다. 이는 기본적으로 하드웨어 아키텍처가 전혀 다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완전히 새롭게 시작하는 플랫폼에서 필수 소프트웨어의 확보는 최우선 과제인 만큼, ‘Arm용 윈도’에서는 Arm 아키텍처용 윈도에 최적화된 ‘네이티브’ 앱 지원 확대 뿐만 아니라 기존 x86용 윈도에서 사용하던 앱을 Arm용 윈도에서도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사실 이 부분은 애플의 맥 등에서도 아키텍처의 전환기에 보이는 일반적인 전략이기도 하다.
일단 Arm 기반 하드웨어의 성능과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데는 여러 모로 ‘네이티브’ 앱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모바일 시대 이후에는 멀티플랫폼 대응이 손쉬운 ‘웹 앱’이나 프레임워크를 사용하는 경우가 흔해졌고, 이런 핵심 요소와 앱의 지원이 제대로 이뤄진다면 제법 빠르게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 현재 마이크로소프트는 ‘Arm 용 윈도’를 위한 엣지 브라우저, 오피스와 팀즈 앱 등 필수 요소들을 모두 ‘네이티브’로 갖추고 있으며, 사용자가 Arm용 윈도를 사용하는 시간 중 90% 가까이는 네이티브 앱을 사용하는 시간이 될 것이라 언급한 바 있다.
하지만 남은 ‘10%’의 아쉬움을 쉽게 간과할 수 있는 것은 아니며, 남은 10%는 x86 하드웨어 기반 환경을 흉내내는 ‘에뮬레이터’ 기술을 사용한다. 마이크로소프트는 Arm용 윈도에서 x86용 윈도의 애플리케이션을 사용할 수 있도록 ‘프리즘(Prism)’ 에뮬레이터를 제공한다. 스냅드래곤 X 엘리트 프로세서와 최신 버전 ‘프리즘’의 조합은 이전 세대 대비 두 배 빠른 애플리케이션 실행 성능과 더 나은 호환성을 제공한다. 물론 AVX 명령어 등 특정 하드웨어 가속 기능을 요구하는 경우는 제대로 동작하지 않는 한계도 존재한다.
한편, 소프트웨어 호환성 측면에서 일부 프로그램들은 설치 프로그램부터 문제가 생겨 제대로 설치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 테스트 과정에서는 니콘의 카메라를 위한 ‘NX 스튜디오’가 그랬다. 또한 일부 앱은 Arm 호환이 실험적인 베타 버전만 존재하는 경우도 있었고, 인터넷 방송에 많이 활용되는 ‘OBS 스튜디오’는 녹화와 송출에 하드웨어 인코더 가속을 사용할 수 없는 등 기대와 다른 부분도 존재했다. 하지만 크롬이나 엣지 브라우저의 ‘확장 프로그램’은 이와는 다른 개념으로, 브라우저가 실행을 책임지는 만큼 거의 모든 것들을 완벽히 사용할 수 있다.
퀄컴의 ‘스냅드래곤 X 엘리트’ 기반 윈도 디바이스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코파일럿+ PC’ 기준을 충족하고, ‘윈도11 24H2’ 버전이 선탑재돼 운영체제 수준에서부터 AI 특화 기능들이 제공된다. 현재 윈도에서 ‘코크리에이터’나 ‘라이브 캡션’, ‘자동 슈퍼 해상도(Auto Super Resolution)’ 등의 AI 활용 기능은 Arm용 윈도11 24H2에서만 제공되고 있으며, AMD의 프로세서를 탑재한 제품의 경우 신경망처리장치(NPU) 성능 요건을 충족하고 윈도11 24H2가 설치됐더라도 아직 관련 기능이 제공되지 않는 상황이다.
‘리콜(Recall)’ 기능은 ‘코파일럿+ PC’가 처음 선보일 때 가장 큰 관심을 모았던 기능으로, 사용자의 PC 사용 과정을 AI를 활용해 색인화하고, 필요할 때 빠르게 찾아볼 수 있도록 한다. 모든 작업이 PC 내부에서 이뤄지는 ‘온디바이스 AI’ 활용 사례로, 민감한 정보 이동이나 유출 등에 대한 우려도 적다. 하지만 이 기능은 ‘코파일럿+ PC’의 초기 발매 시점에는 빠져 있으며, 추후 프리뷰 형태로 추가 제공될 예정이다.
윈도의 기본 앱 ‘그림판’에 통합된 ‘코크리에이터(Cocreator)’는 이미지 생성 AI로, 그림판에서 영역을 그리고 프롬프트에 텍스트를 입력하면 텍스트에 기반한 이미지를 영역에 맞춰 그려준다. 무엇보다 번거로운 설치 과정 없이 AI 기반 이미지 생성을 간편하게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이다. 또한 ‘라이브 캡션(Live Caption)’ 기능은 앱이나 마이크 등으로 입력되는 40개 이상의 언어를 인식해 실시간으로 영어 자막으로 번역, 출력해 주는 편리한 기능이다.
이 외에도, 기존에도 NPU 장착 시스템에서 제공되던 ‘윈도 스튜디오 효과(Windows Studio Effects)’는 NPU 성능이 강화된 ‘코파일럿+ PC’에서 몇 가지 새로운 효과와 함께 더 강력한 기능과 성능을 제공한다. 또한 ‘자동 슈퍼 해상도(Auto Super Resolution)’는 지금까지 게이밍용 그래픽처리장치(GPU)에서 성능 향상을 위해 제공하던 업스케일링 기술을 NPU로 처리해, 게이밍에서 더 뛰어난 화질과 높은 성능을 얻을 수 있게 해 준다.
한편, 몇몇 서드파티 소프트웨어에서도 ‘스냅드래곤 X 엘리트’의 NPU를 활용한 AI 가속 기능을 지원하고 있다. 영상 편집 프로그램 ‘다빈치 리졸브(DaVinch Resolve)’에서는 ‘매직 마스크(Magic Mask)’와 ‘슈퍼 해상도(Super Resolution)’ 기능에서 NPU를 사용한 가속을 지원하며, ‘루미나 네오(Luminar Neo)’ 프로그램에서는 사진의 업스케일링이나 선명도 향상 기능에 NPU를 활용한다. 이 외에도 캡컷(CapCut)에서는 영상의 자동 컷아웃 기능에 NPU를 사용하고, 디제이 프로(Djay Pro)에서는 ‘뉴럴 믹스 프로’ 기능에서 NPU를 사용한다. 이 외에도 NPU를 활용해 ‘스테이블 디퓨전’ 모델을 사용할 수 있는 방법도 준비돼 있다.
퀄컴 ‘스냅드래곤 X 엘리트’의 테스트 시스템은 에이수스의 ‘비보북 S 15 OLED’ 모델을 사용했다. 이 제품은 ‘스냅드래곤 X 엘리트’ 프로세서 중 ‘X1E-78-100’ 제품을 탑재했으며, 3.4GHz 동작 속도의 ‘오라이온’ 중앙처리장치(CPU) 코어 12개와 3.8테라플롭스(TFlops) 성능의 ‘아드레노 X1’ GPU, 45TOPS 성능의 NPU가 탑재됐다. 메모리는 LPDDR5x-8448MT/s 규격으로 32기가바이트(GB) 용량이 탑재됐고, 스토리지는 1테라바이트(TB) 용량의 PCIe 4.0 NVMe SSD가 사용됐다.
한편, ‘스냅드래곤 X 엘리트’는 열설계전력(TDP)에 따른 제품군 구분 없이 단일 제품군에서 20W 이하에서부터 80W 이상의 고성능 제품군까지 제조사의 재량에 따라 조절할 수 있는 유연성을 갖추고 있다. 그리고 퀄컴은 이 중 스냅드래곤 X 엘리트 기반 제품 디자인이 가장 매력적인 상품성을 가질 수 있을 구간으로 20~40W 정도를 제시한다. 에이수스의 ‘비보북 S 15 OLED’ 제품은 여타 최신 비보북 S 제품군에 사용되는 듀얼 팬 쿨링 디자인을 기반으로 이 구간을 조금 상회하는 45W급 설계를 사용했다.
비교 대상으로는 AMD의 최신 ‘라이젠 AI HX 370’ 프로세서를 탑재한 에이수스의 ‘젠북 S 16 OLED’ 제품을 사용했다. ‘라이젠 AI HX 370’ 프로세서는 AMD의 최신 ‘젠 5’ 아키텍처를 기반으로 4개의 P(Performance) 코어와 8개의 E(Efficient) 코어를 탑재한 하이브리드 구성과 이전 세대 대비 더 확장된 내장 GPU를 갖췄다. ‘젠북 S 16 OLED’의 열설계전력은 28W 수준이며, ‘비보북 S 15 OLED’가 더 높은 전력량을 쓸 수 있어 성능에는 유리하지만, 더 작은 배터리와 더 높은 전력량은 배터리 사용 시간 측면에서 불리하게 작용하는 요소가 될 수 있다.
프로세서의 순수 연산 성능 측면에서, 퀄컴 스냅드래곤 X 엘리트의 성능은 최신 세대의 x86 프로세서 대비 전혀 뒤지는 부분이 없어 보인다. 그래픽 렌더링에서의 프로세서 연산 성능을 확인할 수 있는 ‘시네벤치(Cinebench) 2024’ 테스트에서, 스냅드래곤 X 엘리트는 비교 대상으로 사용한 ‘라이젠 AI’ 프로세서보다도 더 높은 성능을 기록했다. 물론 각 프로세서를 탑재한 제품들의 디자인 차이가 존재하지만, 인텔의 ‘코어 울트라 7’의 45W 설계에서 나오는 성능과도 동등한 점이 인상적이다.
3DMark 테스트의 ‘CPU 성능’ 테스트 결과에서도 스냅드래곤 X 엘리트 프로세서의 인상적인 성능을 확인할 수 있다. 이 테스트에서는 스레드 수에 따른 성능 변화 부분이 흥미로운데, 단일 스레드 수준에서는 ‘라이젠 AI’ 쪽이 더 높지만 8스레드 수준이 넘어가면 ‘스냅드래곤 X 엘리트’ 쪽이 더 높은 성능을 보이고, 최대 스레드 수준에서는 제법 성능 차이가 난다. 이는 ‘라이젠 AI’ 대비 ‘스냅드래곤 X 엘리트’ 쪽이 코어당 전력 효율이 더 높아서, 여러 코어의 고부하 상황에서 장점이 커지기 때문으로도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실제 애플리케이션 환경에서도 스냅드래곤 X 엘리트 프로세서 기반 시스템의 장점을 확인할 수 있다. UL 프로시온(Procyon)의 ‘오피스 생산성’ 테스트에서 스냅드래곤 X 엘리트 기반 시스템은 라이젠 AI 기반 시스템보다 더 높은 성능을 보였고, 배터리 사용시에는 성능 차이가 더 커졌다. 특히 배터리 사용시에도 성능 차이가 크지 않은 부분이 스냅드래곤 X 엘리트 기반 제품의 매력이다.
한편, 배터리 사용 시간 측면에서는 UL 프로시온의 ‘오피스 생산성’에서 두 프로세서 기반 제품 모두 배터리 7%를 소비했는데, ‘라이젠 AI’가 탑재된 ‘젠북 S 16 OLED’ 제품 쪽의 배터리가 10% 가량 더 큰 부분을 고려하면 스냅드래곤 X 엘리트 쪽이 좀 더 나은 배터리 효율을 보이는 모습이다. 한편 비디오 재생에서는 스냅드래곤 쪽이 시간당 8%, 라이젠 AI 쪽이 6%를 소비해, 배터리 크기를 감안하더라도 라이젠 AI 쪽이 소폭 나은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두 제품 모두 10시간 이상의 실사용시간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게이밍 성능 측면에서는, 스냅드래곤 X 엘리트의 그래픽 성능은 비교적 최적화된 상태에서도 최신 x86 프로세서들에 탑재된 내장 그래픽의 성능에는 미치지 못하는 모습이다. 3D마크(3DMark) 테스트에서 스냅드래곤 X 엘리트의 GPU ‘아드레노 X1’은 ‘라이젠 AI HX 370’의 ‘라데온 890M’ 대비 ‘타임 스파이(Time Spy)’ 에서는 절반 정도, ‘솔라 베이(Solar Bay)에서는 70% 정도, ‘스틸 노마드 라이트(Steel Nomad Light)’에서는 62% 정도의 성능을 보인 모습이다. 한편, ‘타임 스파이’ 점수 기준으로, 스냅드래곤 X 엘리트의 성능은 인텔이 13세대 코어 프로세서에서 사용하던 ‘아이리스 Xe’ 내장 그래픽보다 조금 높은 수준이다.
호환성에 대한 ‘패널티’가 있는 실제 게이밍 환경에서는 좀 더 아쉬운 결과가 나온다. 먼저, ‘쉐도우 오브 더 툼레이더(Shadow of the Tomb Raider)’ 게임은 Arm 아키텍처를 고려하지 않아서 에뮬레이터를 통해 구동되는 게임이다. 이 때, 일단 게임을 정상적으로 ‘할 수 있다’는 점은 긍정적인 부분이지만, 성능 측면에서는 라이젠 AI의 라데온 890M 대비 모두 절만 정도의 성능에 그친다. 3DMark 테스트에서 확인한 GPU 성능 차이와도 어느 정도 부합하는 만큼, 비교적 최신 게임에서는 호환성에 따른 성능 손해는 그리 크게 나타나지 않는 모습이다.
하지만 다소 출시된지 오래 된 ‘GTA 5’ 게임에서의 격차는 예상보다도 더 크게 나타난다. 이 게임에서 스냅드래곤 X 엘리트의 성능은 라이젠 AI 대비 15~20%에 그치는 모습이다. 이 경우는 프로세서 성능에서의 호환성 관련 손해 뿐만 아니라, 그래픽 API 차원에서의 손해까지 감수해야 하고, 게임의 호환성도 까다로운 편이라 최악의 조건에 가까울 것이다. 하지만 일단 정상적으로 구동할 수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고, 비교 대상이었던 AMD의 라데온 내장그래픽이 게이밍에서의 성능과 호환성 모두에서 뛰어난 모습을 보인다는 점도 결과에 어느 정도 고려할 부분이다.
AI를 위한 NPU 성능 측면에서는 경쟁력이 높다. UL 프로시온의 ‘AI 컴퓨터 비전’ 벤치마크에서 스냅드래곤 X 엘리트의 NPU는 퀄컴의 최적화된 라이브러리를 사용한 정수연산 성능에서 1733점을 기록했다. 자체 최적화 라이브러리와 정수연산이라는 조건이 있긴 하지만, 비슷한 조건의 인텔 코어 울트라와 비교하면 3배 이상 높고, 메인스트림 급 외장 GPU에서 기대할 수 있을 정도의 성능이다. 한편, AMD의 경우 자체 최적화 라이브러리나 NPU 활용 지원 측면에서 하드웨어의 역량을 제대로 지원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영상 콘텐츠를 다루는 데 있어, ‘스냅드래곤 X 엘리트’ 역시 AV1 코덱과 4K 해상도까지 지원 가능한 하드웨어 인코더를 제공하고 있다. ‘핸드브레이크(Handbrake) 1.8.1’ 버전을 사용한 4K H.264 영상의 H.265 영상 테스트에서, 하드웨어 인코더를 사용한 경우 CPU만으로 인코딩하는 것보다는 6배 가까이 높은 성능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하지만 동등한 옵션 조건에서 스냅드래곤 X 엘리트의 하드웨어 인코더 성능은 라이젠 AI 의 인코더 대비 60% 정도에 그치는 모습을 보였다. 또한 CPU 인코딩에서도 약 30% 정도의 성능 차이가 보였다.
지금까지 수십년간 PC 시장에는 수많은 변화가 일어났지만, 결국 현재 PC 시장을 주도하는 기술은 인텔과 AMD의 ‘x86’ 프로세서와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 운영체제 기반 환경이다. 물론 PC 시장에도 큰 위기가 있었고, 특히 스마트폰으로 상징되는 모바일 시대로의 전환은 여러 모로 기존 PC 시장에도 위기와 함께 여러 가지 변화의 계기를 만들었다. PC는 여전히, 그리고 앞으로도 정보화 시대와 초연결시대, 앞으로의 AI 시대에도 핵심적인 위치에 있겠지만, 이것이 꼭 ‘유일한’ 방향만은 아니게 됐다.
퀄컴의 ‘스냅드래곤 X 엘리트’와 이를 탑재한 디바이스는 이러한 중대한 시대 변화의 기로에서 사용자에 꽤 매력적인 ‘대안’을 제시한다. 일단 손색없는 성능과 뛰어난 전력 효율을 갖췄고, 운영체제 지원 차원에서부터 오늘날 화두로 꼽히는 ‘AI’에서 강점을 가졌다. 과거의 호환성보다 멀티 플랫폼, 멀티 아키텍처가 자연스러운 시대에 등장했다는 점도, 현재 ‘스냅드래곤 X 엘리트’의 x86과의 근본적인 호환성 문제에 대한 부담을 좀 더 가볍게 해 준다.
마이크로소프트가 AI PC 시대를 강조한 초대 ‘코파일럿+ PC’의 발표를 퀄컴의 ‘스냅드래곤 X 시리즈’와 함께 한 점은 여러 모로 달라진 시대를 상징하는 사건이라는 생각이 든다. 사실 이제는 애플리케이션을 위해 필요한 기능과 성능 등을 충족시킬 수 있다면 꼭 인텔이나 AMD의 ‘x86’ 프로세서를 고집할 필요가 없고, 마찬가지로 꼭 ‘윈도’를 고집할 필요도 없다. 전통적인 기술 구성에 대한 고집으로 AI PC 시대로의 전환을 앞둔 지금의 기회를 그냥 보내야 할 필요도 없다. 앞으로의 컴퓨팅 환경에서 중요한 것은 ‘목적’이 될 것이니 말이다.
변화를 위해서는 사용자를 이끌 어떤 ‘이유’가 필요하고, 이는 현재 PC 시장에서 도전자의 입장인 퀄컴이 앞으로 꾸준히 고민해야 할 과제가 될 것이다. 하지만 또 다른 면으로, 이제는 새로운 선택을 외면하고 과거의 선택을 그대로 답습해야 할 ‘이유’도 없다. 이제 새로운 ‘AI PC’ 시대로의 변화를 앞두고 사용자가 ‘목적’에 집중한 선택을 할 때, 퀄컴 뿐만 아니라 PC, 컴퓨팅 시장 전반에 걸친 큰 변화의 기회가 생길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이어져 온 PC 시대의 역사 중 한 손에 꼽을 수 있을 정도로 중요한 변화의 순간이 눈앞에 온 느낌이다.
권용만 기자 yongman.kwo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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