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대 국회의 ‘청문회 정국’이 8월 임시국회에서도 이어질 전망이다. 이달 중에만 6차례의 청문회가 예고돼 있다. 야당은 ‘마약수사 외압 의혹’과 공영방송 이사 선임에 따른 ‘방송장악 시도’를 파헤치겠다며 벼르고 있다. 여야가 민생 법안 우선 처리에 공감하며 숨 고르기에 돌입한 가운데, 여야가 청문회 공방으로 당력을 소모될 것으로 보인다.
22대 국회 개원 후 지난 6, 7월 진행된 인사청문회를 제외한 입법 및 현안 청문회는 총 7차례 열렸다. 6월에는 21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채상병 특검법’ 입법 청문회를 시작으로, ‘라인야후 사태’ 청문회, 전세 사기 피해자 지원 대책 논의 현안 청문회, 의대 증원에 따른 ‘의료계 비상 상황’ 청문회, 노란봉투법 청문회가 열렸고, 지난달에는 윤석열 대통령 탄핵 청원 관련 청문회가 19일, 26일 두 차례 개최됐다. 모두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이 주도했다.
이달도 ‘청문회 정국’이 이어진다. 야당은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오는 9일과 14일, 21일 ‘방송장악’ 청문회를 각각 연다.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가 지난달 31일 이진숙 위원장과 김태규 방통위원(현 방통위 직무대행)만으로 구성된 ‘2인 체제’에서 공영방송 이사 선임안을 처리한 것을 문제 삼았다. 김 직무대행 등 핵심 증인들이 출석요구서를 제때 받지 못했다며 불참을 통보하자 증인들이 출석할 때까지 청문회를 하겠다며 2, 3차 청문회 일정을 잡은 것이다.
14일에는 김영철 서울북부지검 차장검사 탄핵소추안 관련 청문회를 연다. 22대 국회에서 처음으로 현직 검사 탄핵에 시동을 건 것이다. 김 차장검사 청문회 증인으로는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와 이원석 검찰총장 등 20명을 채택했다. 민주당은 김 차장검사 외에 3명(강백신‧박상용‧엄희준) 검사에 대한 탄핵소추안도 발의한 상태로, 이에 대한 청문회도 연달아 개최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들 모두 이재명 전 민주당 대표 관련 수사를 담당한 이력이 있다.
16일에는 국회 교육위원회에서 의과대학 증원에 따른 의대 교육 점검 연석 청문회를 열기로 하고 이날 일정과, 출석을 요구할 증인·참고인 등을 의결했다. 앞서 국회 국민동의청원에서 의대증원 관련 청원이 동의 요건인 5만 명을 넘겨 상임위에 회부돼 개최된 것이다. 청문회에서는 교육부의 의대 정원 배정기준·절차 및 실사여부·결과와 교육부와 기재부의 예산 지원 현황 등에 대한 질의가 집중될 전망이다.
20일에는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서 이른바 ‘세관 마약 수사 외압’ 의혹 관련 청문회를 열기로 했다. 해당 의혹은 서울 영등포경찰서가 지난해 필로폰 밀반입을 도운 세관 직원들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서울청이 수사팀에게 수사 무마 압력을 행사했다는 폭로가 나오면서 불거졌다. 특히 야당은 폭로 당사자인 백해룡 경정(전 영등포경찰서 형사과장)과 조병노 수원남부경찰서장(전 서울청 생활안전부장) 간 통화 녹취록을 근거로 용산 대통령실이 개입했을 가능성도 제기하며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날 증인으로는 윤희근 경찰청장, 조지호 서울경찰청장, 김찬수 전 서울 영등포경찰서장, 조 서장, 백 경정 등 28명이 채택됐다.
이 외에 야당은 법사위에서 ‘한동훈 특검법’(한동훈 전 법무부 장관의 검사·장관 재직 시 비위 의혹 등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과 ‘김건희 특검법(대통령 윤석열의 배우자 김건희의 주가조작 의혹 등 진상규명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과 관련해 향후 청문회 또는 공청회를 진행하기로 했다.
‘티몬’·’위메프’의 대규모 정산 지연 사태와 관련해서도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청문회를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특히 야당은 금융감독원과 공정거래위원회 등 정부의 관리감독 소홀을 집중 추궁하겠다고 예고했다.
정치권에선 22대 들어 현안 관련 청문회가 급증한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20대 국회 4년 임기 동안 현안 청문회는 ‘조선해운산업 구조조정’ 1·2차, ‘ KT 화재원인 규명 및 방지대책’ ‘백남기 농민 물대포 사건’ 등 4건, 21대에서는 ‘철인 3종경기 선수 가혹행위 및 체육분야 인권침해’, ‘산업재해’, ‘정순신 자녀 학교폭력 진상조사 및 학교폭력 대책 수립’ 1·2차 등 3건이었다.
청문회 제도는 국회에서 중요한 안건을 심사하거나 사안의 심각성을 고려해 필요한 정보를 얻어 문제를 해결하고 입장을 조정하기 위한 것이다. 이를 감안할 때 정쟁용 청문회 남발을 자제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진만 덕성여대(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정책 현안이든 갈등 사안이든 그것을 (여야가) 충분히 논의하고 그 과정에서 청문회를 통해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갈등을 조정하고 타협점을 찾아야 하는데 지금 (이뤄지는 청문회는) 그런 의도는 아닌 것 같다”라며 “정치적인 사안 중심으로, 합의 노력 없이 청문회를 통해 오히려 갈등을 증폭시키고 여론전을 하려는 모습들은 제도의 본 취지를 못 살리는 부분이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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