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그린 CLO(대출채권담보부증권)를 발행하면 중소기업에 장기투자자금을 공급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린 CLO란 은행이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취급한 녹색대출을 기초자산으로 특수목적법인(SPC)이 발행하는 유동화 증권을 말한다.
한국은행은 8일 공개한 ‘BOK이슈노트: 녹색금융 활성화를 위한 그린 CLO 도입방안’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보고서 작성에는 한은 지속가능성장실 지속가능성장연구팀 박상훈·김재윤 과장과 류기봉 조사역, 지속가능성장기획팀 배정민 과장이 참여했다.
한은에 따르면 현재 중소기업을 지원하는 자산유동화 프로그램으로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의 녹색 프라이머리 채권담보부증권(P-CBO), 자산관리공사의 CLO 등이 있다. 그러나 정부나 정책금융기관이 직접 지원대상을 선정하고 대규모 재정지원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
그린 CLO는 은행이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취급한 녹색 대출을 기초자산으로 발행하므로, 대출 심사 과정에 은행 네트워크를 활용할 수 있어 정부의 재정지원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다. 또 다수의 소규모 중소기업대출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기존 대출유동화 프로그램과 차별화된다.
한은은 국내외 그린 CLO에 대한 투자수요 등을 고려할 때 그린 CLO를 도입하면 중소기업의 친환경 전환 자금조달 수단으로 사용될 것으로 판단했다. 박상훈 과장은 “수출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친환경 전환 설비 투자 압력이 증대해 녹색 대출을 받으려는 중소기업의 수요도 늘어날 것”이라면서 “은행은 자체적으로 설정한 녹색금융 대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녹색대출을 확대하는 것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했다.
그린 CLO를 활용하면 중소기업의 조달금리가 낮아지는 효과도 있다. 신용도가 높지 않은 중소기업 개별 채권을 한데 모아 CLO로 만드는 과정에 보증기관이 신용 보강을 하면 신용도가 높아지기 때문이다. 한은은 담보대출 기준 최대 114bp(1bp=0.01%포인트)까지, 신용대출 기준 262bp까지 낮아질 여지가 있다고 추정했다.
다만 CLO 도입을 위해 풀어야 하는 문제도 있다. 한은은 그린 CLO가 원활히 작동하기 위해서 적용 가능한 녹색 대출 분류 기준 제시와 인증 정차 간소화 등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기업과 은행에 대해 추가적인 인센티브 제공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나아가 한은은 그린 CLO 대상 녹색 대출을 기술 상용화가 완료되고 온실가스 감축 효과가 검증된 설비 관련 대출에 우선 적용한 뒤, 올해 공개되는 금융감독원의 ‘녹색여신 관리지침’이 수립되면 점진적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아울러 그린 CLO 취급시점에 녹색금융 여부를 검증했던 과거와 달리 그린 CLO 발행 전 외부기관 검토 절차를 생략하고, 2030년까지 채권 발행 후 검토를 은행이 담당토록 하는 등의 인증 정차 간소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박 과장은 “그린 CLO의 도입은 설비투자자금 조달을 주로 은행 단기대출에 의존해온 중소기업이 탄소감축설비 도입에 필요한 장기자금을 자본시장을 통해 조달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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