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세기에 재건한 스페인 한 교회에 있는 조각상들이 엉터리로 복원돼 논란이 일고 있다.
3일(현지 시각) 엘 데바테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1725년에 세워진 스페인 소리아의 교회 비르겐 델 미론(Virgen del Miron)에 있는 천사상들이 제대로 된 조사나 연구없이 엉터리로 복원 작업이 진행돼 훼손됐다.
이 교회는 문화재로는 지정되지 않았으나 13세기 지어진 뒤 18세기 복원돼 역사적 가치가 있는 것으로 평가받는 곳이다.
그러나 최근 복원 작업이 엉망으로 진행되면서 공분을 샀다. 비뚤고 새빨갛게 칠해진 입술, 어설프게 칠해진 눈썹, 점 하나 찍힌 눈동자 등 어설프게 칠해진 모습이다.
천사상 뿐만 아니라 교회 내부도 마찬가지다. 흰색과 금빛이었던 교회 내부는 적갈색 페인트가 곳곳에 칠해져 원래의 색감을 찾아보기 어려워졌다.
현지 언론은 “천사 조각상이 마치 캐리커처같다”, “복원이 아닌 훼손”이라며 비판했으며, 스페인의 복원 및 보존 전문가 협회는 “전문가가 수행하지 않은 복원 작업으로 인해 벌어진 문화유산에 대한 공격”이라고 평가했다.
논란이 일자 복원 작업을 진행한 책임자는 복원 작업에 비전문가가 투입됐다는 점을 인정하고 복원 전문가 협회의 평가가 나올 때까지 교회를 임시 폐쇄하기로 했다.
한편, 스페인에서 고미술품이 ‘복원’이라는 이름으로 훼손된 일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2년에는 스페인 보르하마을 성당에 있는 예수 벽화 ‘에케 호모’가 세월의 흐름으로 칠이 벗겨지자 한 주민이 복원하겠고 덧칠해 원숭이처럼 그리는 사건이 있었다. 원본으로 복구는 불가능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원숭이 그리스도’로 인해 관광객이 늘어났다.
또한 산 미구엘 에스텔라 성당에 있는 16세기 목각 작품이 페인트로 잘못 칠해지는 사건도 있었다. 해당 조각상은 이후 원래 모습으로 복원됐다. 2020년 발렌시아의 한 개인 수집가가 무리요 사본을 가구 복원업체에서 복원했다가 전혀 다른 작품처럼 변질돼 화제가 됐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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